상속 둘러싼 분쟁 막기 위해 유언 요건 엄격
자필서·날짜·주소·성명 있어도 날인 없으면
자필증서 유언장에서 5가지 요건 중 본인의 서명만 빠졌을 때 유언장은 효력이 있을까?
민법 제1060조(유언의 요식성)는 '유언은 본법의 정한 방식에 의하지 아니하면 효력이 발생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동시에 제1065조(유언의 보통방식)는 '유언의 방식은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와 구수증서의 5종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 1065조(자필증서에 의한 유언)는 '①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그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자서하고 날인하여야 한다'고 규정해놓고 있다. 다른 4종류에 비해서 자필증서는 유언 과정에 증인 또는 공증인 등 제3자가 관여하지 않는 가장 간편한 방식으로서 그에 따른 위·변조의 위험이 그 만큼 많아지고 진의 확인도 어렵게 되므로 그 형식의 엄격성이 더욱 요구된다.
A는 1929년 황해도에서 태어나 월남 한 후 자수성가했다. 그는 여러 대학 교수들과 교류하면서 학교에 장학금을 기부하는 등 사회복지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던 중 A는 2003년 사망했는데 직계존비속은 없었고, 형제자매가 생존해 있었다. A는 생전에 은행에 79억5000여만원의 예금을 가지고 있었다.
동생 B는 형이 사망한 후 은행 대여금고에서 형이 남긴 봉투를 발견했다. 봉투에는 겉면에 '유언장'이라고 씌어 있었고, 받는 사람으로 형의 집 주소와 이름이 기재돼 있었으며, 150원짜리 우표가 붙어 있었다.
유언장에는 전문과 주소 연월일 성명이 자서돼 있었지만 형의 날인이 없었다. 전문은 '본인 유고시 모든 부동산과 금전신탁 및 예금 전부를 모 대학교에 기부한다'는 내용이었다.
동생이 서울가정법원에 유언장의 검인신청을 요청해 유언장에 적힌 해당 대학교 대외협력차장이 참여한 가운데 검인조서가 작성됐다.
은행은 A의 예금액의 귀속주체가 B가 될 지, 아니면 모 대학교가 될지를 알 수 없다는 이유로 민법 제487조(과실 없이 채권자를 알 수 없다)를 근거로 법원에 공탁비용을 제외한 금액을 변제공탁했다.
B를 비롯한 A의 형제자매들은 A의 유언이 무효라며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마친 후 은행을 피고로 그리고 해당 대학교를 독립당사자참가인으로 해서 예금반환 청구소송을 냈다.
원고들은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인데 그 요건으로 필요한 날인이 돼 있지 않고, 사인증여에 필요한 의사 표시의 합치 등이 있다고도 할 수 없어 A가 생전에 그 소유재산 전부를 참가인에게 사인증여 한 것으로도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당 대학교는 날인이 누락돼 있기는 하나 A가 전문 연월일 주소 성명을 직접 기재한 점, 모든 소유재산을 교육기관인 참가인에게 기부한다는 전문은 평소 사회복지사업 및 장학사업에 지대한 관심을 두고 재산의 사회환원을 중요하게 여기던 A의 진의에 부합하는 점, 날인이 없다하여 유언자의 의사를 과도하게 도외시하는 것은 정의에 반하는 것으로서, 날인과 동일시되는 서명이 있는 이상 날인이 누락되었다 하더라도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효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자필유언장의 경우 민법에서 규정한 요건을 하나라도 어길 시 유언으로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 재판부는 A가 생전에 자신의 유고시 그 소유의 모든 재산을 참가인에게 기부한다는 유언장을 작성했으므로 사인증여로서 청약의 의사표시는 있었다고 할 것이나, 유언장을 은행 대여금고에 보관한 채 사망하였으므로 위 청약의 의사표시가 참가인에게 도달되었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발신조차 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A와 해당 대학교간에 사인증여계약이 성립되었다고 할 수도 없다고 판결했다.
독립당사자 참가인으로 소송에 참가한 해당 대학교는 1,2심에 불복해 상고했다. 그러나 대법원도 B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유언 방식을 엄격히 규정한 것은 유언자의 진의를 명확히 하고 그로 인한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므로, 법정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되더라도 무효"라고 판결했다. 또 "민법 제1066조 1항이 유언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규정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사건번호 - 대법원 2006다25103, 25100, 2006년8월9일 선고, 자료제공= 법원도서관]
문진헌 기자 jhmu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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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필서·날짜·주소·성명 있어도 날인 없으면
자필증서 유언장에서 5가지 요건 중 본인의 서명만 빠졌을 때 유언장은 효력이 있을까?
민법 제1060조(유언의 요식성)는 '유언은 본법의 정한 방식에 의하지 아니하면 효력이 발생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동시에 제1065조(유언의 보통방식)는 '유언의 방식은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와 구수증서의 5종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 1065조(자필증서에 의한 유언)는 '①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그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자서하고 날인하여야 한다'고 규정해놓고 있다. 다른 4종류에 비해서 자필증서는 유언 과정에 증인 또는 공증인 등 제3자가 관여하지 않는 가장 간편한 방식으로서 그에 따른 위·변조의 위험이 그 만큼 많아지고 진의 확인도 어렵게 되므로 그 형식의 엄격성이 더욱 요구된다.
A는 1929년 황해도에서 태어나 월남 한 후 자수성가했다. 그는 여러 대학 교수들과 교류하면서 학교에 장학금을 기부하는 등 사회복지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던 중 A는 2003년 사망했는데 직계존비속은 없었고, 형제자매가 생존해 있었다. A는 생전에 은행에 79억5000여만원의 예금을 가지고 있었다.
동생 B는 형이 사망한 후 은행 대여금고에서 형이 남긴 봉투를 발견했다. 봉투에는 겉면에 '유언장'이라고 씌어 있었고, 받는 사람으로 형의 집 주소와 이름이 기재돼 있었으며, 150원짜리 우표가 붙어 있었다.
유언장에는 전문과 주소 연월일 성명이 자서돼 있었지만 형의 날인이 없었다. 전문은 '본인 유고시 모든 부동산과 금전신탁 및 예금 전부를 모 대학교에 기부한다'는 내용이었다.
동생이 서울가정법원에 유언장의 검인신청을 요청해 유언장에 적힌 해당 대학교 대외협력차장이 참여한 가운데 검인조서가 작성됐다.
은행은 A의 예금액의 귀속주체가 B가 될 지, 아니면 모 대학교가 될지를 알 수 없다는 이유로 민법 제487조(과실 없이 채권자를 알 수 없다)를 근거로 법원에 공탁비용을 제외한 금액을 변제공탁했다.
B를 비롯한 A의 형제자매들은 A의 유언이 무효라며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마친 후 은행을 피고로 그리고 해당 대학교를 독립당사자참가인으로 해서 예금반환 청구소송을 냈다.
원고들은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인데 그 요건으로 필요한 날인이 돼 있지 않고, 사인증여에 필요한 의사 표시의 합치 등이 있다고도 할 수 없어 A가 생전에 그 소유재산 전부를 참가인에게 사인증여 한 것으로도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당 대학교는 날인이 누락돼 있기는 하나 A가 전문 연월일 주소 성명을 직접 기재한 점, 모든 소유재산을 교육기관인 참가인에게 기부한다는 전문은 평소 사회복지사업 및 장학사업에 지대한 관심을 두고 재산의 사회환원을 중요하게 여기던 A의 진의에 부합하는 점, 날인이 없다하여 유언자의 의사를 과도하게 도외시하는 것은 정의에 반하는 것으로서, 날인과 동일시되는 서명이 있는 이상 날인이 누락되었다 하더라도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효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자필유언장의 경우 민법에서 규정한 요건을 하나라도 어길 시 유언으로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 재판부는 A가 생전에 자신의 유고시 그 소유의 모든 재산을 참가인에게 기부한다는 유언장을 작성했으므로 사인증여로서 청약의 의사표시는 있었다고 할 것이나, 유언장을 은행 대여금고에 보관한 채 사망하였으므로 위 청약의 의사표시가 참가인에게 도달되었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발신조차 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A와 해당 대학교간에 사인증여계약이 성립되었다고 할 수도 없다고 판결했다.
독립당사자 참가인으로 소송에 참가한 해당 대학교는 1,2심에 불복해 상고했다. 그러나 대법원도 B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유언 방식을 엄격히 규정한 것은 유언자의 진의를 명확히 하고 그로 인한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므로, 법정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되더라도 무효"라고 판결했다. 또 "민법 제1066조 1항이 유언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규정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사건번호 - 대법원 2006다25103, 25100, 2006년8월9일 선고, 자료제공= 법원도서관]
문진헌 기자 jhmu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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