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동훈
전북대 교수
사회학
한국사회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중산층이 붕괴하고 있다. 중산층이라는 용어 자체에 포함되어 있는 '중간'의 범위가 기준을 정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어, 그 개념 정의의 절대적 기준은 없다. 소득, 재산, 직업 등 객관적 기준을 이용해 사회계층을 분류할 수도 있고, 계층귀속의식이라는 주관적 기준을 통해 중산층을 식별할 수도 있다.
객관적 지표를 이용한 분류 방식으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채택한 중위소득 기준이 널리 사용된다. 중위소득은 전체 가구를 소득 순으로 한 줄로 세웠을 때 정확히 중간에 있는 가구의 소득을 가리킨다.
특정 가구의 소득이 중위소득의 50∼150% 범위에 들면 중산층, 50% 미만은 저소득층, 150% 초과는 고소득층으로 분류한다. OECD 기준으로 계산한, 한국의 중산층 비율은 OECD 21개 회원국 중 18위로 최하위권이다.
나라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해 선진국이 되었다고 하지만, 개인들의 경제 사정은 별로 나아진 게 없거나 오히려 나빠졌다.
통계청 자료를 분석하면, 1990년에서 2010년에 이르는 20년 간, 중산층 인구는 거의 변동이 없지만, 저소득층 인구는 크게 늘었다.
중산층 인구는 23만명 늘었지만, 그 비율은 줄어들었다. 전체 인구의 증가율보다 중산층 인구 증가율이 낮기 때문이다. 동시에 저소득층 인구는 두배로 늘어났다.
중산층이 붕괴한 까닭은 국민의 경제적 안정성이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경제위기가 일상화되면서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졌고, 비정규직이라는 생경한 용어가 우리의 삶에 비집고 들어왔다.
정년이 보장되지 못하게 되면서, 가계저축률은 낮아졌고, 가구당 평균 부채는 크게 늘었다. 2011년 가계신용 잔액은 912조원으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는 140%를 넘는다.
국민의 경제적 안정성 크게 흔들려
과거 중산층은 대출을 받아 아파트 평수를 넓혀가며 재산을 증식했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로 그것은 신화가 되었다. 빚을 내 구입한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서, 대출이자 상환 압박에 내몰린 '하우스푸어'가 속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녀 교육비는 무한정 상승하고 있다.
일자리를 구하는 게 어렵다보니, 한국인들은 너도나도 창업에 나섰다. 제조업 근로자 수는 크게 줄었고, 자영업자는 크게 늘었다. 베이비부머 은퇴가 시작되면서 퇴직자들이 생계형 자영업자로 변신하고 있다. 30~40대 젊은 자영업자는 줄고, 50대 이상 자영업자가 크게 늘었다. 자영업의 현실은 '기업가정신에 기초를 둔 창업'과는 거리가 멀다. 상당수가 도·소매업, 이·미용업 등 생계형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데다가, 자영업자 수가 급증하면서 경쟁이 격화되어, 장사가 안 되어 소득은 줄어들었다. 노후 대비는커녕, 있는 돈까지 까먹는 사람들이 늘었다.
기존 중산층의 몰락은 증가했고, 신규 중산층 진입은 감소했다. '청년실업'이라는 용어가 더 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다.
주관적 지표를 통해 파악한 중산층의 감소는 더욱 급격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 한국인들은 '허위의식'에 가까울 정도로, 거의 대부분 자신이 중산층에 속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소득층도 본인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외환위기와 그 후 밀어닥친 경기침체를 경험한 이후 그러한 허위의식은 붕괴되었고, 실제 자신의 지위보다 더 낮게 자신의 지위를 인식하는 태도가 늘었다. 경제적 양극화가 지배적 추세로 자리잡으면서 사회적 상승이동의 기회가 줄어들어든 상황을 반영한다.
사회·문화적 삶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정부는 향후 5년간 중산층 비율을 70%로 올려 "중산층을 복원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다. 그러한 약속이 지켜지길 소망한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중산층 비율을 올리는가 하는 방법론이다. 여러 가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실제 상황보다 자신의 처지를 더욱 낮게 인식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객관적 중산층'과 '주관적 중산층' 비율의 차이를 줄이려면 소득뿐 아니라 보유자산, 직업 안정성, 사회적 지위, 문화생활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국민의 사회·문화적 삶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중산층 복원대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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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 교수
사회학
한국사회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중산층이 붕괴하고 있다. 중산층이라는 용어 자체에 포함되어 있는 '중간'의 범위가 기준을 정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어, 그 개념 정의의 절대적 기준은 없다. 소득, 재산, 직업 등 객관적 기준을 이용해 사회계층을 분류할 수도 있고, 계층귀속의식이라는 주관적 기준을 통해 중산층을 식별할 수도 있다.
객관적 지표를 이용한 분류 방식으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채택한 중위소득 기준이 널리 사용된다. 중위소득은 전체 가구를 소득 순으로 한 줄로 세웠을 때 정확히 중간에 있는 가구의 소득을 가리킨다.
특정 가구의 소득이 중위소득의 50∼150% 범위에 들면 중산층, 50% 미만은 저소득층, 150% 초과는 고소득층으로 분류한다. OECD 기준으로 계산한, 한국의 중산층 비율은 OECD 21개 회원국 중 18위로 최하위권이다.
나라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해 선진국이 되었다고 하지만, 개인들의 경제 사정은 별로 나아진 게 없거나 오히려 나빠졌다.
통계청 자료를 분석하면, 1990년에서 2010년에 이르는 20년 간, 중산층 인구는 거의 변동이 없지만, 저소득층 인구는 크게 늘었다.
중산층 인구는 23만명 늘었지만, 그 비율은 줄어들었다. 전체 인구의 증가율보다 중산층 인구 증가율이 낮기 때문이다. 동시에 저소득층 인구는 두배로 늘어났다.
중산층이 붕괴한 까닭은 국민의 경제적 안정성이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경제위기가 일상화되면서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졌고, 비정규직이라는 생경한 용어가 우리의 삶에 비집고 들어왔다.
정년이 보장되지 못하게 되면서, 가계저축률은 낮아졌고, 가구당 평균 부채는 크게 늘었다. 2011년 가계신용 잔액은 912조원으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는 140%를 넘는다.
국민의 경제적 안정성 크게 흔들려
과거 중산층은 대출을 받아 아파트 평수를 넓혀가며 재산을 증식했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로 그것은 신화가 되었다. 빚을 내 구입한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서, 대출이자 상환 압박에 내몰린 '하우스푸어'가 속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녀 교육비는 무한정 상승하고 있다.
일자리를 구하는 게 어렵다보니, 한국인들은 너도나도 창업에 나섰다. 제조업 근로자 수는 크게 줄었고, 자영업자는 크게 늘었다. 베이비부머 은퇴가 시작되면서 퇴직자들이 생계형 자영업자로 변신하고 있다. 30~40대 젊은 자영업자는 줄고, 50대 이상 자영업자가 크게 늘었다. 자영업의 현실은 '기업가정신에 기초를 둔 창업'과는 거리가 멀다. 상당수가 도·소매업, 이·미용업 등 생계형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데다가, 자영업자 수가 급증하면서 경쟁이 격화되어, 장사가 안 되어 소득은 줄어들었다. 노후 대비는커녕, 있는 돈까지 까먹는 사람들이 늘었다.
기존 중산층의 몰락은 증가했고, 신규 중산층 진입은 감소했다. '청년실업'이라는 용어가 더 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다.
주관적 지표를 통해 파악한 중산층의 감소는 더욱 급격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 한국인들은 '허위의식'에 가까울 정도로, 거의 대부분 자신이 중산층에 속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소득층도 본인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외환위기와 그 후 밀어닥친 경기침체를 경험한 이후 그러한 허위의식은 붕괴되었고, 실제 자신의 지위보다 더 낮게 자신의 지위를 인식하는 태도가 늘었다. 경제적 양극화가 지배적 추세로 자리잡으면서 사회적 상승이동의 기회가 줄어들어든 상황을 반영한다.
사회·문화적 삶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정부는 향후 5년간 중산층 비율을 70%로 올려 "중산층을 복원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다. 그러한 약속이 지켜지길 소망한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중산층 비율을 올리는가 하는 방법론이다. 여러 가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실제 상황보다 자신의 처지를 더욱 낮게 인식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객관적 중산층'과 '주관적 중산층' 비율의 차이를 줄이려면 소득뿐 아니라 보유자산, 직업 안정성, 사회적 지위, 문화생활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국민의 사회·문화적 삶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중산층 복원대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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