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읽는 경제 | ‘어모털리티’] 현대인, 원하는 나이에 머무르다
지역내일
2013-01-25
(수정 2013-01-25 오후 1:12:25)
파우스트 박사는 영혼이라는 대가를 치르고 젊은 시절로 돌아갔다. 그가 현대 사회에 살았다면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몸은 늙었을지언정 20대처럼 자유분방하게 행동하며 살았을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그는 어모털족이 됐을 것이다.

'타임'지의 유럽 총괄 편집장 캐서린 메이어는 신간 '어모털리티'에서 어모털족을 분석한다. '영원히 살 수 없는'이라는 뜻의 'mortal'에 부정의 접두어 'a'를 붙여 만든 어모털(amortal)족은 죽을 때까지 나이를 잊고 사는 사람들을 말한다. 어모털족은 10대 후반부터 죽을 때까지 똑같은 방식으로 살아가고 똑같이 소비하는 사람들이다. 지난해 86세의 나이로 26살 아내와 결혼한 휴 헤프너 플레이보이 사장을 보라. 일부에서는 망측하다고 손가락질을 받을지 모르겠지만 그는 오히려 '사랑에 나이가 무엇이 중요하냐'고 코웃음칠 것이다. 휴 헤프너처럼 나이를 잊고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의 행동이 나이에 어울리는 것인지에 의문을 갖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신이 50살이든 60살이든 사회에서 그 나이에 맞다고 여겨지는 행동을 하기보다 하고 싶은 일을 계획하고 꿈을 꾼다. 배우고 일하고, 결혼하고 이혼하고, 소비하고 욕망하고 육체적인 나이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 위치한 나이에 맞게 행동한다. 최신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20대만이 아니다. 오히려 40대, 50대가 얼리어답터를 자처하며 스마트폰에 열중한다. 경제력이라는 다른 변수도 있긴 하지만 젊은 층이 곧 얼리어답터라는 공식이 깨진 것은 분명하다.
현대에 어모털족이 많아지면서 나이에 대한 개념과 정의는 점점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결혼은 언제 하는 게 적당한가, 아이는 몇 살에 가져야 할가, 몇 살부터 중년이고 노년이가 등등등. 나이의 의미는 점점 정의하기가 어려워졌고 나이에 맞게 행동한다는 암묵적 규정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어모털리티'는 이미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침투해 있지만 이제껏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던 개념이라는 점에서 독자들은 신선하면서도 친숙한 이중적 독서경험을 하게 될 듯하다.
퍼플카우 / 캐서린 메이어 지음 / 황덕창 옮김 / 2만원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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