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불산누출 사망] 구미 악몽 아직 생생한데 … ‘기본’도 안지킨 삼성전자

지역내일 2013-01-29 (수정 2013-01-29 오후 1:05:17)
누출부위 땜질처방, 10시간 만에 수리
사고 만 하루 지나 관계기관 늑장신고
사망 직원, 방호복 없이 마스크만 착용

구미 불산누출 참사의 기억이 가시기도 전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도 같은 사고가 벌어져 직원이 사망했다. 삼성전자는 유독물질 관리는 물론 관계기관 신고, 직원 안전관리 등에서 총체적으로 부실대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불산 배관교체 작업중 불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처리 과정에서 불산 가스에 노출된 협력업체 작업자 5명이 고통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1명이 숨졌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은 만 하루가 지나도록 사고 사실을 관계 기관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쉬쉬'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대목이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은 사고 발생 25시간이 지나 경기도청, 경찰, 소방당국 등의 확인 요청이 들어오자 그제서야 사실을 확인해 줬다. 유독물질 관리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사고접수를 꼴찌로 받았다.

사고 대응도 부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 누출 사실을 확인한 삼성전자와 협력업체 STI는 본격적인 수리작업 전까지 10시간 동안 유출 부위를 비닐봉지로 막아 방치했다. 숨진 작업자는 작업 당시 방제복을 착용하지 않았다.

◆불산누출 경보에 '비닐봉지' 조치 = 28일 경찰과 삼성전자에 따르면 화성사업장 생산 11라인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된 시각은 27일 오후 1시22분이다. 라인 바깥에 있는 '화학물질중앙 공급시설'에서 불산용액(농도 50%) 공급장치의 경보기 센서가 작동했다.

문제의 생산라인에는 500L 규모의 불산저장탱크가 있는데 탱크로 연결되는 밸브관 가스킷이 너무 낡아 불산이 누출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초 이상징후를 파악했을 당시 불화수소희석액이 배관에서 한두방울씩 떨어지는 상태임을 확인하고 '경미한 유출'로 판단, 초동대처에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협력사인 STI서비스는 불산 유출 사실을 확인하고 본격적인 수리작업 전까지 10시간 동안 유출부위를 비닐봉지로 막아 놓았다.

STI서비스 이종채 수석부장은 "처음 유출된 불산이 미량이라 판단해 임시로 비닐봉지로 유출 부위를 막았다"고 밝혔다.

◆개스킷 밸브 수리지연 = 삼성전자에 따르면 STI서비스는 밤 11시부터 수리에 들어가 다음날인 28일 새벽 4시59분 수리를 마쳤다.

삼성전자 측은 수리가 지연된 데 대해 "최초 이상 징후 발생 직후 노트 조임 등 1차 조치를 하고 30분 단위로 점검하다가 오후 11시38분쯤 누출 수준이 증가해 완벽한 밸브 교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오전 3시45분 밸브 교체작업을 마치고 재가동했으나 추가 누출이 발생, 보완작업을 거쳐 오전 4시59분 수리를 마쳤다"고 해명했다.

삼성전자는 누출된 불소용액의 양을 2~10L 가량으로 추산하며 "용액이 유출되면 폐수처리장으로 자동 이송되는 구조여서회사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안전 장구 없이 작업 = 그러나 수리를 마친 박 모(34)씨 등 작업자 5명은 작업 과정에서 불산 가스에 노출된 탓에 오전 7시30분쯤 목과 가슴의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2동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박씨는 오후 1시께 숨졌다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같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다른 작업자 4명은 오후 7시35분쯤 '이상 없다'는 의료진 소견에 따라 퇴원했다.

작업장 내부 CCTV 확인 결과, 숨진 박 씨는 작업자들이 방제복 등 안전 장구를 갖추지 않고 작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 지정 '녹색기업' 무색 = 삼성전자는 자체 수습을 고집하느라 유관기관에 제때 신고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은 보도자료를 통해 통상적인 유지보수 작업이었으나 작업 중에 누출된 화학물질로 오후 1시30분쯤 사망자가 발생함에 따라 28일 오후 2시40분쯤 인허가 관청인 경기도청에 신고했다며 "은폐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밝힌 조치상황에 따르면 경기도청은 오후 4시10분쯤 재난대책과에서 소방본부로 화성사업장 불산 누출에 대한 확인 요청을 한 것으로 돼 있다.

화성사업장과 인접한 수원 및 화성소방서는 2분 뒤 불산누출사고와 관련한 신고내용이 없다고 도청에 회신했다.

화성사업장을 관할하는 화성동부경찰서는 박씨가 불산용액 배관 교체작업 중 누출된 가스에 중독돼 숨진 사실을 오후 2시15분 한강성심병원의 변사자 신고를 받은 영등포경찰서의 통보를 받고 나서야 파악했다.

환경부와 산하 한강환경청은 사고 사실을 관할기관 중 가장 늦은 오후 5시에야 파악하고 화성사업장에 도착해 불산 탐지 작업은 물론 유해물질 제독작업을 벌였다.

사고가 발생한 화성사업장은 환경부가 지정하는 녹색기업이어서 지자체의 유독물질 지도점검을 받아오지 않은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해 9월27일 구미 불산사고 발생이후 경기도가 시행한 불산 취급 사업장 점검에서 화성사업장은 유독물 안전기준을 잘 지키는 사업장으로 분류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경찰은 29일 경기경찰청과 화성동부서 형사·수사·과학수사 요원, 소방서·한강유역환경청 등 유관기관이 함께 정밀 합동감식에 착수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번 사고로 사상자가 발생함에 따라 삼성전자 관계자와 불산 밸브 교체작업을 한 협력업체 관계자를 상대로 사고 원인, 사고이후 조치 등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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