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통상교섭본부장 지낸 새누리당 김종훈 의원] “미국 정재계, 통상·산업 재결합 납득못해”

지역내일 2013-01-25
통상정책으로 제조업 보호하려는 후진국 방식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새누리당 김종훈(사진) 의원이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제25차 한미재계회의에 참석했을 때 만난 미국 재계와 정부 인사들은 외교통상부의 통상기능(통상교섭본부)을 산업통상자원부(현 지식경제부)로 이관하려는 것을 납득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산업과 통상을 합치는 것은 라오스, 캄보디아 등 후진국이 통상정책으로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가 이와 다르고 유럽연합(EU)은 산업과 통상을 엄격하게 분리하고 있다.

무역이 활성화된 호주와 캐나다, 뉴질랜드 등은 지금 우리 정부처럼 외교와 통상 업무를 합쳐서 운영한다. 이 의원이 만난 미국 재계와 정부 인사들은 한국이 과거 시스템으로 회귀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질문을 해왔다고 소개했다.

한국도 과거에는 통상정책으로 제조업을 보호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 경제는 이미 그런 단계를 넘어섰다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김 의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수석대표로 협상을 주도했고 2007~2011년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냈다.

통상협정에서 제조업 비중 낮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전문성 제고를 통상기능 이관 이유로 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담당하는 산업은 제조업인데, 요즘의 통상협정문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별로 크지 않다. 서비스 의료 금융 교육 등이 쟁점으로 부상한 지 오래다. 기존의 산업 마인드로 이들 분야를 처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 의원은 "통상과 산업을 재결합하면 제조업으로 통상을 제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판단은 그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김 의원이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으면서 제조업이 통상 문제로 불거진 적이 거의 없었다. 김 의원은 자동차산업에서 제기된 통상 문제를 사례로 거론했다.

외국에서 한국의 자동차 안전기준이 너무 엄격해 시장 진입에 장벽이 된다며 통상 문제를 제기하는 나라가 있다고 하자. 이 경우 자동차 안전기준을 담당하고 있는 국토해양부가 나서야 한다. 매연기준은 환경부 소관이다. 이명박정부를 괴롭혔던 쇠고기 협상도 농림부 소관이었다.

실패한 경험 반복 가능성 경고

김 의원은 실패한 경험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당시 협상 품목·주제별로 농림수산부가 나섰다가, 통상산업부가 나섰다가, 외무부가 나서는 등 대혼란을 겪은 뒤 전문성을 갖춘 전담부서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통상교섭본부가 탄생했다. 김 의원은 "제조업을 다루는 부처에서 통상을 맡게 되면 실패한 경험을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갈등 조정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산업과 농·어업 분야 간 이해조정이 중요한 FTA 협상에서 산업을 주관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협상 주체가 될 경우 사회 갈등을 봉합하기 어렵다. 예를 들면 상대국의 자동차 시장을 개방시키면서 한국의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는 거래가 이뤄지면 자동차산업과 농업의 이해가 엇갈리고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불가피하면 총리 직속기관 타당

김 의원은 "외교부가 정무나 재외국민 보호 등의 업무에 주력하기 위해 외교통상부의 통상기능을 다른 곳으로 이관할 수밖에 없다면 총리실 산하에 두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국제통상교섭을 담당하는 대통령 직속기관인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자주 거론되고 있다. USTR은 정부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이견을 조정하고 업계 의견도 수렴해 통상 교섭에 반영하면서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모든 부담이 대통령에게 갈 수 있기 때문에 총리 직속기관으로 두는 것이 적당하다는 것이다.

통상조직 개편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없던 사안이다. 김 의원은 미래창조과학부처럼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제기되고 그 과정에서 컨센서스가 형성된 것과 너무나 다른 절차상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조직개편을 하려면 그동안 통상교섭본부가 한 활동이 뭐가 잘못됐는지에 대한 진단도 있어야 하고, 바꾸면 뭐가 나아질 것인지 분석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며 이 사안에 대한 공론화를 요구했다.

김 의원의 주장은 그의 풍부한 현장 경험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무게가 실린다. 새누리당은 다음주에 정부조직개편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낼 계획이다.

국회에 법안이 제출되면 공론화 과정을 거치게 돼 있지만 이 법안이 정상적인 공론화 과정을 거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 의원은 "문제를 제기해도 경청하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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