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기초연구가 희망이다’│1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자] “백년 먹거리, 기초·원천연구에서 찾아야”

지역내일 2013-01-31 (수정 2013-01-31 오후 12:34:35)
국가 주도 장기적 투자 필요 … 미국·독일 등 기후변화·대체에너지 기초연구 사활

건국 이후, 아니 한민족의 전 역사를 통틀어도 기술을 전공한 국가지도자는 박근혜 당선자가 처음이다. 늘 과학의 위기, 이공계의 위기가 거론되지만 근본적 대책은 요원하다. 과학인, 연구인들이 신뢰와 약속의 아이콘 박 당선자에게 기대를 거는 이유다.

세계경제의 침체 여파로 우리 경제 역시 시계제로다. 이런 상황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기초연구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이에 본지는 '기초연구가 희망이다'라는 주제 아래 △기초연구의 중요성·필요성 △우리나라 기초연구 투자와 지원 현황 △기초연구를 통한 우수성과 사례 발굴 △향후 기초연구 투자와 지원방향 등을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 우리나라는 지난 몇십년 간 놀라운 경제발전을 해왔지만, 최근 들어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기술무역수지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따라잡기(Catch-up) 전략과 응용과학만으론 더 이상 큰 부가가치 창출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기초과학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조용민 건국대 물리학부 석좌교수)

#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우와 연구 환경 때문에 기초연구 관련 우수 인재들이 국외로 유출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기초연구자들이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연구 환경을 조성하고,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줘야 합니다. (김승환 포스텍 연구처장)

#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는 당장 그 성과를 손에 얻기 힘들다. 그렇기에 경제가 어려울수록 단기적 성과 중심의 산업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백년 먹거리는 기초연구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교과부 이근재 기초연구정책관)

지난 2011년 3월 일본 동북부 지방을 강타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그동안 잊고 있던 사실 하나를 일깨웠다. 지진으로 일본업체의 부품공급력이 떨어지면서 그 불똥이 우리나라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튄 것이다.

우리 스마트폰을 구성하는 핵심부품 대부분이 기초과학 기술 기반의 부품소재 산업이 발달한 일본에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초연구 투자가 부족한 우리나라의 현실이 단적으로 드러났다는 지적이 거셌다.

◆기초연구, 왜 필요한가 = 기초연구의 사전적 개념은 '기초과학 또는 기초과학과 공학·의학·농학 등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이론과 지식 등을 창출하는 연구 활동'이다. 이 개념이 지금 우리에게 왜 절실한지 쉽게 설명해보자.

19세기 중반(1831년)에 이르러 인류는 전기문명의 혜택을 맛보기 시작했다. 영국의 화학자 겸 물리학자 마이클 패러데이(1791~1867)가 '전자기 유도현상'을 발견하면서 비롯한 것이다.

1928년엔 인류 보건의 최대 난제가 해결됐다. 영국의 세균학자 알렉산더 플레밍(1881~1955)이 항생제를 개발, 세균성 질환의 근원적 치료가 가능해진 덕분이었다. E=mc2로 유명한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은 원자력 에너지를 세상에 내놓았다. 모두 기초연구로 인한 혁혁한 성과다.

교육과학기술부 기초연구지원과 남혁모 사무관은 "기초연구는 새로운 지식 창출과 창조적 인력양성을 통해 새로운 기술·산업을 창출, 국가경제 발전, 삶의 질 향상, 국민생활의 과학화에 기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나서야 하는 이유 =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미국이 고군분투하던 월남전에 한국군 파병을 약속하며 한 가지 요구조건을 내걸었다고 한다. '세계적인 과학기술연구소'를 만들어달라는 것.

존슨 미 대통령은 바텔연구소에 한국에 세계적 연구소를 지으라고 했고, 이렇게 해서 세워진 연구소가 바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다. 사실상 한국 과학이 첫발을 떼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당시는 하루하루 연명이 우선되는 때였기에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해야 하는 기초연구엔 관심을 둘 상황이 아니었다.

교과부 남 사무관은 "당시 우리나라는 빠른 경제성장 과정에서 바로 기술화할 수 있는 응용·개발연구에 집중해야 했기에 현재 우리만의 독자기술이 부족한 것"이라며 "첨단장비의 필수 부품을 선진국에서 사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 바로 여기서 비롯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젠 정부가 기업 등 민간에 응용·개발연구 주도권을 넘겨주고 기초연구에 사활을 걸어야 할 때다. 기초연구는 오랫동안 누적돼 온 총체적 지식과 연구자의 창의성을 통해서 성과를 발현하는 분야다. 기초과학강국을 단기간에 추월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국가 주도의 장기적 투자가 필요하다.

박근혜 당선자도 지난 대선과정에서 "앞으로의 국정운영은 기초과학 발전이 선결돼야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행복이 이뤄질 것"이라며 "기초과학의 발전, 문화적 성공 등이 이뤄져야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당선자의 의지는 미래창조과학부 신설로 구체화하고 있다.

과학인들은 "이제야 정부가 기초연구 분야를 총지휘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기대감을 한껏 높이고 있다.

◆지금 선진국은 = 신산업 개발이 정체되고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선진국들은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방안으로 첨단 유망분야 중심으로 기초연구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대응, 석유·원자력을 대체할 신규 에너지원 확보 등과 관련된 기초연구에 선진국의 관심이 높다.

독일과 프랑스, 미국, 일본 등 강대국들은 기초연구에 GDP의 0.5%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은 국제적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해 2006년 97억5000만달러 수준인 기초연구지원 주요기관의 예산을 2016년까지 194억9000만달러로 약 2배가량 증액하기로 하고 이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과학기술분야를 창조하는 변혁적연구분야와 융합연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미국 사례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세계최고의 기초연구 투자국이면서도 경제규모에 비해 기초연구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재정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의회 합동경제위원회는 지난 2010년 기초연구분야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내용의 '기초연구 부양에서의 정부투자의 중추적 역할'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미국경제 회복세와 결부해 신산업과 일자리 창출 등 경제성장을 이끌어갈 기초연구 분야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약 800억유로를 투입해 기초연구 분야에서 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내용의 'Horison2020'을 발표했다.

유럽연합은 이를 통해 창의적인 개인과 연구팀의 세계 선도적 연구와 새롭고 유망한 연구·혁신분야를 개척하기 위한 공동연구를 집중지원하기로 했다.

또 일본은 제4기 과힉기술기본계획을 통해 기초연구 지원 강화를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또 제도의 간소화, 연구환경정비를 통해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연구거점을 형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장세풍 김은광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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