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이 추락되었다고 아우성이다. 선생님들 스스로 무너져 가는 교육 현실에 가슴 아파하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있다. 직업능력개발원에서 고등학생들에게 장래 종사하고 싶은 직업을 설문 조사했더니, 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업 1위는 중·고교 교사였다. 다음으로는 의사, 공무원, 사업가, 초등학교 교사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교실붕괴와 교권추락이 공공연하게 논의되는 상황에서 선생님이 되겠다는 많은 학생들의 생각은 놀랍기까지 하다. 그래도 교실에서 우리 선생님들이 다수의 학생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자료를 근거로 어느 국회의원은 TV토론에서 선생님의 위상이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높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고등학생들이 선생님을 장래직업 1위로 꼽은 것은 여러 가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세상은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지식기반 사회로 진입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직업세계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식을 생산하고 활용하는 직업들이 새로운 세계의 중심에 위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학생들의 의식 밖의 일이었다.
사실 학생들이 선생님이 되고 싶은 것은 직업세계를 세밀히 관찰하고 다른 직업과 비교해서가 아니다. 학교라는 울타리에 파묻혀서 거대한 직업세계를 보지 못한 결과라는 설명이 더 적절할 것이다. 이 설문조사에서 조사 대상자의 50%가 희망하는 직업의 총 수는 17개에 불과했다.
그리고 성적이 상위권인 학생들은 선생님 이외에 유난히 관료, 법조계와 의료계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게 나타냈다. 과거 산업사회에서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선망했던 직업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학생들의 선호 대상이었다. 이러한 현상이 특히 성적 상위권 학생에게서 발견되는 것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사’자 직업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여전히 높은 위치에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앞으로 전개될 세계가 현재의 사회 모습과는 상당히 다를 것이라는 점도 부정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학생들의 선택은 안일한 현실인식에 기반한 근시안적 발상에 불과하다고 비판받을 수 있다.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직업세계에 진입할 현재의 고등학생들은 보다 미래 지향적인 인식을 지녀할 것이다.
이렇게 보았을 때 21세기를 이끌 우수한 두뇌가 지난 시대의 의식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안타깝다. 가정과 사회에서 학생들을 위해 지출되는 그 많은 관심과 교육비를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질문을 스스로에 던져야 할 때인 것 같다. 학생들에게 다가오는 미래 사회의 모습을 다각도로 성찰하도록 시간을 주었는가? 학생들이 적성에 따라 나아갈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도록 환경과 기회를 제공했는가? 이른바 대치동 교육 특구로 상징화되는 강남의 교육열풍이 가진 하나의 맹점은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학업 점수와 대학 진학으로 모든 것이 평가받는다고 생각하는 이 나라에서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선택하고 세상의 변화과정을 성찰하는 일은 너무 한가한 일인지도 모른다. 결국 선생님이 선호 직업 1위인 것은 학벌 만능사회의 또 하나의 자화상이지 않을까.
/ 한상근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사회학 박사)
교실붕괴와 교권추락이 공공연하게 논의되는 상황에서 선생님이 되겠다는 많은 학생들의 생각은 놀랍기까지 하다. 그래도 교실에서 우리 선생님들이 다수의 학생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자료를 근거로 어느 국회의원은 TV토론에서 선생님의 위상이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높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고등학생들이 선생님을 장래직업 1위로 꼽은 것은 여러 가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세상은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지식기반 사회로 진입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직업세계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식을 생산하고 활용하는 직업들이 새로운 세계의 중심에 위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학생들의 의식 밖의 일이었다.
사실 학생들이 선생님이 되고 싶은 것은 직업세계를 세밀히 관찰하고 다른 직업과 비교해서가 아니다. 학교라는 울타리에 파묻혀서 거대한 직업세계를 보지 못한 결과라는 설명이 더 적절할 것이다. 이 설문조사에서 조사 대상자의 50%가 희망하는 직업의 총 수는 17개에 불과했다.
그리고 성적이 상위권인 학생들은 선생님 이외에 유난히 관료, 법조계와 의료계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게 나타냈다. 과거 산업사회에서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선망했던 직업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학생들의 선호 대상이었다. 이러한 현상이 특히 성적 상위권 학생에게서 발견되는 것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사’자 직업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여전히 높은 위치에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앞으로 전개될 세계가 현재의 사회 모습과는 상당히 다를 것이라는 점도 부정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학생들의 선택은 안일한 현실인식에 기반한 근시안적 발상에 불과하다고 비판받을 수 있다.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직업세계에 진입할 현재의 고등학생들은 보다 미래 지향적인 인식을 지녀할 것이다.
이렇게 보았을 때 21세기를 이끌 우수한 두뇌가 지난 시대의 의식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안타깝다. 가정과 사회에서 학생들을 위해 지출되는 그 많은 관심과 교육비를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질문을 스스로에 던져야 할 때인 것 같다. 학생들에게 다가오는 미래 사회의 모습을 다각도로 성찰하도록 시간을 주었는가? 학생들이 적성에 따라 나아갈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도록 환경과 기회를 제공했는가? 이른바 대치동 교육 특구로 상징화되는 강남의 교육열풍이 가진 하나의 맹점은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학업 점수와 대학 진학으로 모든 것이 평가받는다고 생각하는 이 나라에서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선택하고 세상의 변화과정을 성찰하는 일은 너무 한가한 일인지도 모른다. 결국 선생님이 선호 직업 1위인 것은 학벌 만능사회의 또 하나의 자화상이지 않을까.
/ 한상근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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