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의 금융교실] ‘빚’나는 노년, 슬픈 자화상

지역내일 2013-02-08
박철 국민은행 인재개발원 팀장

가계 빚이 빛의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2011년 말 사상 처음으로 9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지난해 9월말에는 937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2011년 말 현재 50대 이상 고령층이 짊어진 가계부채가 424조원에 이른다. 전체 가계대출에서 5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46.4%로 절반에 가깝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중 절반가량은 50대 이상이 짊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2003년(33.2%)에 비해 13.2%p 증가했다. 같은 기간 50대 이상 인구비중은 22.1%에서 30.1%로 8.0%p 늘어나는 데 그쳐 대출비중 증가율을 밑돌았다. 고령자의 빚이 주름살보다 더 빨리 늘고 있는 셈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인구고령화 속도도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당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고령층 빚 폭탄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퇴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50대 이상 고령층의 빚은 언제 터질 지 모를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현역에 있을 때는 고정수입이 있어 이자가 크게 부담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은퇴로 소득이 뚝 끊긴 다음에는 이자상환 날짜가 "없는 집 제사 돌아오듯" 부담으로 다가오게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빚에 허덕이고 부실위험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전체 개인 워크아웃 신청자 중 50세 이상 비중도 2010년 22.2%, 지난해 24.3%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고령층 가계부채 424조원

그만큼 50대 이상 고령층의 부채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왜 그럴까? 우리사회에서 가계부채는 부동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고령층들이 짊어지고 있는 빚의 진원지도 대부분 주택담보대출이다. 부동산 불패신화를 좇다가 그만 '하우스 푸어(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가 빚에 허덕이는 사람)'신세가 된 고령층이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주택가격 하락에다 매매침체까지 겹치다 보니 빚내서 투자한 고령층은 제 발등을 찍은 꼴이 됐다.

베이비붐 세대 등 은퇴한 고령자들이 너도나도 창업시장에 쏟아져 나온 것도 빚의 굴레에 묶이는 족쇄가 됐다. 50대 이상 자영업자의 비중은 2008년 47.1%에서 2011년 53.9%로 상승했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가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을 통해 창업자금을 마련했다. 2012년 5월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소상공인(자영업자) 부채상황=""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84.4%가 현재 외부로부터 빌리거나 조달한 부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0명이 시작해도 고작 한 두 명 성공할 수 있는 게 창업이다. KB경영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고작 3.4년, 생존비율은 네 곳 중 한 곳에 불과하다. 식당·빵집 등 진입장벽이 낮은 업종이 대부분이어서 치열한 경쟁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수입은 줄어들고 빚만 늘어나기 십상이다. 흔히들 "하다 안되면 식당이나 하지"라고 얘기하지만 통계에 따르면 식당 창업 후 3년 이내에 투자한 돈을 회수할 성공확률은 10%가 되지 않는다.

오죽하면 창업자의 무덤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자칫 피 같은 종자돈을 날리는 것은 물론이고 폐업으로 떠안은 빚으로 인해 순식간에 빚더미에 올라 앉을 수도 있다.

창업에는 신중해야

50대 이상이면 은퇴를 준비하며 삶의 여유를 즐길 법도 한데, 현실은 빚에 허덕이느라 숨 돌릴 틈이 없다. 그래서 50대 이상 고령층은 부채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부채 마지노선은 아무리 여유 있게 잡아도 자산의 20%는 넘지 않아야 한다. 이미 은퇴했거나 퇴직시기가 임박했다면 이보다 더 보수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하우스 푸어라면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집의 규모를 줄이든 아니면 전세로 옮기든 과도한 부채가 있는 집을 정리해서 부채규모를 줄이는 게 현명하다.

창업에는 더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자영업 붕괴위기라고 할 만큼 자영업자가 벼랑에 몰린 데는 창업을 너무 쉽게 생각해서 철저한 준비 없이 창업하는 사람들도 많은 탓이다. 실제 창업자 절반 이상이 창업준비에 6개월 이하의 시간만 쓴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특히 무리하게 빚내서 하는 창업은 삼가야 한다. "돈은 빚진 땅에는 뿌리를 내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노후에는 특히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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