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희망이다!│경기도 고양 덕이초등학교] “아이들이 행복한 도심속 생태학교”

지역내일 2013-02-05

경기 덕이초등학교를 방문한 사람들은 모두 놀란다. 일산신도시에 위치했지만 주변환경은 구수한 시골정취를 뿜어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도심 속 생태학교다. 이 학교 아이들은 책을 보다 싫증이 나면 학교 앞 논이나 개천에 나가 개구리나 올챙이, 메뚜기 등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자연과 하나가 된다. 가을이면 학교 뒷산에 은행과 도토리가 지천으로 깔려 아이들에게 더없이 훌륭한 장난감이 된다. 영화제목으로 치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정도 될까.

이 학교 조귀현 교장은 "우리나라의 IT 환경은 세계 최고지만 생명이나 환경과 관련해서는 아이들의 직접 체험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학교는 주변이 친환경적이라 아이들은 산이나 들, 하천으로 나가서 맘껏 배우고 있다"고 자랑한다.

대표적인 체험활동은 학교 바로 앞에 있는 장월평천이라는 조그만 하천에서 이뤄진다. 아이들은 이곳에 나가 동식물 체험을 하는 동시에 하천살리기 운동에 동참한다. 고양시가 주관하는 하천네트워크 사업에 덕이초등학교가 지원해 선정됐다. 학생들이 환경정화에 쓰이는 'EM흙공'을 만들어 장월평천 수질 정화에 고사리손을 보태고 있다. EM흙공은 EM효소(유용한 미생물)와 황토를 섞어 공 모양으로 반죽하는 것으로, 하천에 던져 놓으면 수질 정화와 악취 제거, 토양 개선 등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자연이 아이들에게 주는 효과는 무궁무진하다. 일단 정서적으로 안정이 된다. 가정 안팎에서 상처 받은 아이들은 자연을 통해 치유된다. 지난해 마음문을 닫고 아무와도 대화하지 않으려던 한 아이가 선생님과 상담하며 자연체험활동에 몰두한 덕분에 말문을 트고 가슴을 열었다고 한다. 조 교장은 "학교에 오면 아이들이 너무 행복해 하니 선생님들도 올바르게 가르치려는 의지가 충만하다"며 "정서적으로 치유가 가능한 학교라는 사실에 자긍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다 보니 학부모들도 적극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다. 학교행사는 보통 교사들이 주도하는데, 이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주도한다.

과학의 날 행사에선 학부모가 1일 교사가 돼 각 과학부스를 맡아주고 있다. 교사나 학부모 모두에게 부담스런 날이 된 지 오래인 스승의 날도 덕이초등학교에선 스스럼없이, 당당하게 행사를 개최한다.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일산 호수공원에 놀러가 저학년은 게임을 하고, 고학년은 서바이벌놀이를 한다. 그리고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걷는다. 선생님만의 날이 아니라 학교 구성원 모두의 축제가 된 것이다.

여름과 겨울에 각 이틀씩 개최하는 계절학교도 인기만점이다. 계절학교엔 학생들이 책가방을 들고 오지 않는다. 온종일 체험교육으로 채워진다. 여름축제 첫날에는 물과 흙, 바람, 돌, 식물을 이용해 놀고 만들며, 던지고 날린다. 둘째 날은 아이들 스스로 떡방아를 찧어 떡을 만들어 함께 먹는다. 겨울엔 군고구마를 굽고 썰매를 타고 연을 날린다. 계절학교를 알리는 플래카드나 안내장 모두 아이들이 직접 손글씨를 써서 만든다.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할수록, 입가에 함박웃음이 걸리는 날이 많아진다.

조 교장은 "솔직히 말하면 지난 한해 동안 가장 많이 바뀐 것은 학생이 아니라 바로 교사들"이라며 "아이의 행복이 곧 선생님의 행복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학부모 공개수업. 1학기와 2학기 초 학부모들을 불러 공개수업을 하는데, 올해엔 모두 토요일에 일정을 잡았다. 교사들이 쉬는 날을 쪼개서라도 더 많은 학부모를 모시고 싶다며 자원한 것. 이는 교직사회에서 상당히 큰 변화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이다. 교사들에게 신바람이 주입된 셈이다.

이 같은 변화는 동문사회로도 확산되고 있다. 40년 전통의 덕이초등학교지만 그동안 학교가 위축되고 학생수가 적어지면서 동문들의 발길이 뜸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행복해 하는 학교라는 얘기가 입소문을 타고 퍼지면서 요즘엔 동문회가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고 한다.

조 교장은 "동문 학부모들이 어떻게 학교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문의하고, 학교 구성원들과 접촉하는 횟수가 늘었다"며 "학교가 행복해지다 보니 동문도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