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 안되면 민주주의도 위기 온다"
순환출자 해소·금지와 지주회사제도 개편해야
금융차명거래 허용은 재벌 폐해 극대화시켜
18대 대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선 이후에도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이라는 화두는 여전히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벌개혁은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맞아 역사상 최초로 평화적 정권교체라는 위업을 달성한 DJ정부도 '재벌개혁 5+3원칙'을 발표만 했지 실행하지 못했다. 민주화 정권의 재창출에 성공했다는 참여정부는 오히려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더 무력화시켰고 금산분리를 완화해 재벌의 편법 부당한 세습을 도와주는 아이러니를 연출했다. 재벌개혁은 목소리만 크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더 무섭다. 더구나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내년 경제는 무척 어려울 것이다, 재벌개혁이라는 카드를 꺼내드는 순간 내외부의 반대와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2006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용역을 통해 '재벌 순환출자' 문제를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전면화시킨 박상인 교수(서울대 행정대학원) 인터뷰를 통해 재벌개혁의 문제를 다시 한 번 짚어본다. /편집자 주
-재벌문제의 핵심은 무엇인가?
재벌 총수일가의 불법·편법적 지배권 승계·강화와 이를 사회적으로 용인하게 하는 경제력 집중이라고 할 수 있다. 재벌 총수 일가의 지배권 승계·강화는 일종의 공식이 있는데 '종자기업 만들기와 종자기업 중심의 출자구조 재편'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 종자기업 만들기 과정에서 불법이 저질러지고, 종자기업을 중심으로 한 출자구조 재편에는 현행 법제도의 맹점을 이용한 편법이 동원되고 있다. 그러나 재벌 총수 일가는 배임, 횡령, 분식회계와 같은 명백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사실상 사면을 받아왔는데 이러한 불법·편법적 지배권 승계의 사회적 용인이 역설적으로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라는 확실한 증거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재벌을 개혁할 수 있나?
재벌의 지배권 승계와 강화는 불법·편법적 방법으로 종잣돈 및 종잣돈 만들기와 종자기업을 중심으로 한 출자구조의 자의적 변경을 통해 이루어졌는데 바로 순환출자를 이용한 것이다. 따라서 순환출자 금지가 재벌개혁의 첫걸음이다. 그러나 신규순환출자 금지만으로는 부족하고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해소 또는 의결권 제한 조치를 추가로 도입하는 것이 필요불가결한 법적 장치이다. 이같은 구조적 정책 수단과 일감몰아주기 등 부당내부거래의 실효적 규제와 같은 행위 규제들이 적용된다면 총수 일가의 불법 편법적 지배권 승계 강화는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다.
-순환출자만 금지·해소하면 재벌개혁이 이루어지나?
그렇지 않다. 순환출자 금지는 재벌들로 하여금 지주회사제도로 전환하도록 유인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지주회사제도는 맹점이 많아 여전히 재벌의 행태와 재벌세습이 가능하다. LG그룹이 2007년에 지주회사제도로 전환했는데 그렇다면 LG는 이제 재벌이 아닌가?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재벌 단위 또는 기업 집단 단위에서 지주회사제도를 도입하도록 지주회사 지정제도를 변경하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재벌개혁 방안들의 맹점은 없는가?
금융차명거래에 대한 규제 없이는 편법적 재벌세습이 여전히 가능하다. 삼성 이병철 선대 회장이 이건희 회장에게 삼성 지배권을 세습할 때 사용한 방범이 금융차명거래인데 사실 재벌세습은 차치하더라도 이것이 아직까지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은 몰상식의 극치이다. 금융차명거래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지위가 우월한 사람이 합법적으로 탈세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뇌물과 불법 자금이 사회에서 편안하게 돌아다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이기도 하다. 금융실명제를 한다면서 금융차명거래를 허용하는 것은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왜 재벌개혁인가?
재벌체제가 사회정의에 반한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이 문제는 궁극적으로 시장경제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한다. 재벌세습과 경제력 집중의 악순환은 총수일가의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의 오남용을 통해 건전한 시장경제체제의 실현이라는 우리 사회의 기본 가치를 부정하는 폐해를 낳고 궁극적으로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어렵게 만드는 종양이 되고 있다. 재벌 총수 일가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영향력의 오남용은 법조계, 정치계, 관계, 언론계, 학계에 대한 관리와 영향력 행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최근 취임한 대법관 중 한명인 김창석 대법관은 서울고법 형사 4부 부장판사로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저가발행 파기 환송심에서 이건희 회장에게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하여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형량은 추가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이건희 회장이 집행유예를 확정 선고받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이다. 김창석 대법관을 지명한 사람은 바로 양승태 대법원장이다. 양 대법원장은 대법관 시절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뿐 아니라 삼성 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저가 발행도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별개 의견을 통해 가장 강력히 주장한 분이다. 이런 사유가 대법원장 국회 인준 과정에서 '경제민주화'를 한다는 정치권에서 그다지 이슈가 되지 않는 것도 충격적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삼성 비자금 특별 검사를 지낸 조준웅 변호사의 아들 조 아무개씨가 비자금 사건 선고 이듬해인 2010년 1월 삼성전자 과장으로 입사한 것이 확인됐다고 한다. 참여정부 때 대법원장에 임명된 이용훈 전 대법원장 역시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에서 삼성에버랜드 측에 섰던 변호사 중 한 사람이었다. 재벌 총수 일가와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회 지도층의 담합은 결국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지위 계급화를 가져온다. 재벌개혁이 안되면 1987년 6월 민주화를 통해 이룩한 정치민주화마저 근간이 흔들리고 위기가 올 수 있다.
안찬수 기자 khae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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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출자 해소·금지와 지주회사제도 개편해야
금융차명거래 허용은 재벌 폐해 극대화시켜
18대 대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선 이후에도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이라는 화두는 여전히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벌개혁은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맞아 역사상 최초로 평화적 정권교체라는 위업을 달성한 DJ정부도 '재벌개혁 5+3원칙'을 발표만 했지 실행하지 못했다. 민주화 정권의 재창출에 성공했다는 참여정부는 오히려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더 무력화시켰고 금산분리를 완화해 재벌의 편법 부당한 세습을 도와주는 아이러니를 연출했다. 재벌개혁은 목소리만 크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더 무섭다. 더구나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내년 경제는 무척 어려울 것이다, 재벌개혁이라는 카드를 꺼내드는 순간 내외부의 반대와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2006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용역을 통해 '재벌 순환출자' 문제를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전면화시킨 박상인 교수(서울대 행정대학원) 인터뷰를 통해 재벌개혁의 문제를 다시 한 번 짚어본다. /편집자 주

재벌 총수일가의 불법·편법적 지배권 승계·강화와 이를 사회적으로 용인하게 하는 경제력 집중이라고 할 수 있다. 재벌 총수 일가의 지배권 승계·강화는 일종의 공식이 있는데 '종자기업 만들기와 종자기업 중심의 출자구조 재편'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 종자기업 만들기 과정에서 불법이 저질러지고, 종자기업을 중심으로 한 출자구조 재편에는 현행 법제도의 맹점을 이용한 편법이 동원되고 있다. 그러나 재벌 총수 일가는 배임, 횡령, 분식회계와 같은 명백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사실상 사면을 받아왔는데 이러한 불법·편법적 지배권 승계의 사회적 용인이 역설적으로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라는 확실한 증거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재벌을 개혁할 수 있나?
재벌의 지배권 승계와 강화는 불법·편법적 방법으로 종잣돈 및 종잣돈 만들기와 종자기업을 중심으로 한 출자구조의 자의적 변경을 통해 이루어졌는데 바로 순환출자를 이용한 것이다. 따라서 순환출자 금지가 재벌개혁의 첫걸음이다. 그러나 신규순환출자 금지만으로는 부족하고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해소 또는 의결권 제한 조치를 추가로 도입하는 것이 필요불가결한 법적 장치이다. 이같은 구조적 정책 수단과 일감몰아주기 등 부당내부거래의 실효적 규제와 같은 행위 규제들이 적용된다면 총수 일가의 불법 편법적 지배권 승계 강화는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다.
-순환출자만 금지·해소하면 재벌개혁이 이루어지나?
그렇지 않다. 순환출자 금지는 재벌들로 하여금 지주회사제도로 전환하도록 유인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지주회사제도는 맹점이 많아 여전히 재벌의 행태와 재벌세습이 가능하다. LG그룹이 2007년에 지주회사제도로 전환했는데 그렇다면 LG는 이제 재벌이 아닌가?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재벌 단위 또는 기업 집단 단위에서 지주회사제도를 도입하도록 지주회사 지정제도를 변경하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재벌개혁 방안들의 맹점은 없는가?
금융차명거래에 대한 규제 없이는 편법적 재벌세습이 여전히 가능하다. 삼성 이병철 선대 회장이 이건희 회장에게 삼성 지배권을 세습할 때 사용한 방범이 금융차명거래인데 사실 재벌세습은 차치하더라도 이것이 아직까지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은 몰상식의 극치이다. 금융차명거래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지위가 우월한 사람이 합법적으로 탈세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뇌물과 불법 자금이 사회에서 편안하게 돌아다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이기도 하다. 금융실명제를 한다면서 금융차명거래를 허용하는 것은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왜 재벌개혁인가?
재벌체제가 사회정의에 반한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이 문제는 궁극적으로 시장경제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한다. 재벌세습과 경제력 집중의 악순환은 총수일가의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의 오남용을 통해 건전한 시장경제체제의 실현이라는 우리 사회의 기본 가치를 부정하는 폐해를 낳고 궁극적으로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어렵게 만드는 종양이 되고 있다. 재벌 총수 일가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영향력의 오남용은 법조계, 정치계, 관계, 언론계, 학계에 대한 관리와 영향력 행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최근 취임한 대법관 중 한명인 김창석 대법관은 서울고법 형사 4부 부장판사로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저가발행 파기 환송심에서 이건희 회장에게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하여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형량은 추가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이건희 회장이 집행유예를 확정 선고받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이다. 김창석 대법관을 지명한 사람은 바로 양승태 대법원장이다. 양 대법원장은 대법관 시절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뿐 아니라 삼성 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저가 발행도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별개 의견을 통해 가장 강력히 주장한 분이다. 이런 사유가 대법원장 국회 인준 과정에서 '경제민주화'를 한다는 정치권에서 그다지 이슈가 되지 않는 것도 충격적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삼성 비자금 특별 검사를 지낸 조준웅 변호사의 아들 조 아무개씨가 비자금 사건 선고 이듬해인 2010년 1월 삼성전자 과장으로 입사한 것이 확인됐다고 한다. 참여정부 때 대법원장에 임명된 이용훈 전 대법원장 역시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에서 삼성에버랜드 측에 섰던 변호사 중 한 사람이었다. 재벌 총수 일가와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회 지도층의 담합은 결국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지위 계급화를 가져온다. 재벌개혁이 안되면 1987년 6월 민주화를 통해 이룩한 정치민주화마저 근간이 흔들리고 위기가 올 수 있다.
안찬수 기자 khae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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