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희망이다!│서울 수유중학교 송병시 교장] “어머니의 마음으로 모든 학생을”

지역내일 2013-02-13
'나우리 학부모 봉사단' 한부모가정·조손가정 학생들에 '어머니 되어주기' 활동

서울 수유중학교는 학생의 37.7%가 중식지원을 받아야 점심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 있다. 북한산자락에 위치한 탓에 고도제한에 걸려 주변에서 아파트를 구경하기 힘든, 서울에서는 드문 사례에 속하는 학교다. 따라서 대부분 아이들이 다세대나 저층 빌라에 살고 있다. 특히 가정 환경 곤란으로 인한 법정 한부모가정 학생이 852명 가운데 44명(5.2%)에 달할 정도다. 더구나 아버지만 있는 한부모가정 아이들은 인생의 질풍노도의 시기에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할 경우 극단적 사고나 과잉행동, 폭력성을 나타내거나 사회성 결핍으로 집단 따돌림의 대상이 돼 인생 전반을 그르치게 될 우려가 크다. 수유중학교 교장과 교사, 학부모들이 함께 뜻을 모아 이들 학생의 '어머니 되어주기' 활동에 전력을 다하는 이유다.

◆'내 아이' 아닌 '우리 아이'로 = 아버지만 있는 한부모가정 아이들에게 어머니 역할을 하는 곳은 '나우리 학부모 봉사단'이다. 수유중학교가 대외에 자랑하는 모범적인 학부모회 활동으로, 열악한 환경의 학생들에게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수유중 학부모회가 '나우리 학부모 봉사단'을 결성한 것은 지난 2010년. 서울시교육청이 예산을 지원해주는 '학부모 참여 지원 사업'에 신청했다가 떨어졌지만 학교와 학부모들은 좋은 취지를 살려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을 돕자며 십시일반 뜻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 해 30명의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15명의 한부모가정 및 조손가정 학생 15명을 대상으로 '어머니 되어주기' 활동에 나섰다.

송병시 수유중 교장은 "가정환경이 불우한 학생들에겐 부모를 대신할 보살핌이 절실한 법"이라며 "작게나마 힘이 되어주고자 학부모들과 함께 고민하게 됐으며 이런 안타까움을 인식한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봉사단을 결성해 어려운 아이들에게 크나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봉사단의 대표적 활동은 농촌체험활동과 즐거운 요리 만들기, 교내텃밭 가꾸기 등이다. 우선 1박2일로 진행되는 농촌체험활동은 학생들과 학부모 서로 친근감과 신뢰감을 만드는 중요한 계기를 만든다. 백경심 학부모회 총회장(졸업생 김민재 학생 어머니)은 "아이들과의 첫 만남이 자칫 어색하고 부자연스럽게 되지 않도록 학부모와 아이들이 하룻밤 농촌에서 함께 자면서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 긍정적 만남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농촌체험활동으로 친해진 아이들과 함께 매달 한 차례씩 학교 안 텃밭에서 배추 등 채소를 가꾸고 수확한 뒤 간식과 밑반찬, 김장김치 담그기를 진행한다. 역시 한창 자랄 나이의 아이들에게 먹는 일은 무엇보다 즐거운 일. 아이들 식성에 맞게 감자와 새우튀김, 떡볶이, 멸치볶음, 스파게티, 오징어볶음 등 갖은 메뉴의 음식을 선정해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나눠 먹는다. 음식을 푸짐하게 만들어 남은 것은 각 아이들에게 나눠준다. 11월에는 학생과 학생의 아버지, 봉사단 어머니가 함께 북한산에 오른다. 1년간의 활동을 마무리하는 성격의 등산으로, 가족의 소중함과 행복을 나누는 시간이다. '내 아이'를 넘어 '우리 아이'가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학부모와 교사, 친자매처럼 지내 = '나우리 학부모 봉사단'의 활동은 특수학급 아이들과 독서문화 진흥 활동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2011년 몸이 불편한 특수교육학생 11명과 일반 또래상담학생 16명, 학부모봉사단 35명이 함께 뜻을 모아 경기도 연천에서 농촌문화체험을 나누고 텃밭 가꾸기와 간식·밑반찬 나누기, 김장 담그기, 연극 관람 등의 활동을 1년간 함께했다. 특히 특수교육학생이 따돌림이나 소외감을 겪지 않도록 또래상담학생 교육에도 집중해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학교문화를 정착시키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또 학부모들만 참여했던 독서동아리를 아이들과 함께 하는 모임으로 바꿔 토요일 도서관 봉사를 펼치는 한편 아이들 필독서를 함께 읽고 소감을 발표하는 등 동아리활동을 확대했다.

학교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학부모회의 열정적 활동은 또 다른 부수적 효과를 낳았다. 일반 학교에서 흔히 있는 학부모간 갈등이 전혀 없다는 것. 송 교장은 "많은 학교에서 학부모간 알력으로 고민하고 있지만 우리 학교는 예외"라며 "나우리 학부모 봉사단은 활동 그 자체로도 성과가 있지만 학부모들의 단합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 부수적 효과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백경심 총회장도 "학부모끼리, 또 학부모와 교사 사이에 보통 '누구 어머니'로 부르는데, 우리 학교는 '언니-동생'또는 '누구야'로 부를 정도로 사이가 좋다"며 "여성 교감선생님과도 사이가 좋아 시댁 문제 등 일상사를 친언니처럼 교감하며 나눈다"고 자랑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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