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동남아 지역전문가 인터뷰 | 이선진 서강대 교수] 중국 ‘쿤밍 교두보’ 삼아 동남아 공략 중

지역내일 2013-02-19 (수정 2013-02-19 오후 1:57:19)
"시장통합 속도에 깜짝 놀라 … 요충지 쿤밍에 코트라 사무소 설치해야"

이선진 서강대학교 동아연구소 교수는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 1975년 9월 외무부에 입부(외시 9회)해 주일공사와 주상하이 총영사, 외교부 외교정책실장, 주 인도네시아 대사를 지낸 중국-동남아시아 지역전문가이다. 하지만 그의 DNA(유전자)에는 학자의 탐구력과 기자 뺨치는 취재력, 여행전문가 같은 호기심과 안목이 담겨 있다. 이 교수는 자비로 중국과 동남아시아 접경지역을 5년째 육로를 따라 장기여행을 하며 지역경제 통합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외교관의 전문성과 탐구력 발휘

지난 1월 24일부터 2월 6일까지 중국 윈난(雲南)성 성도인 쿤밍(昆明)과 접경지역인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태국)를 모두 방문했다. 기차와 버스를 10시간 이상 타는 구간이 3곳이고 5~7시간 되는 구간도 3곳이나 됐다. 하지만 그는 "등산하는 기분으로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관심사는 한국이 어떻게 하면 동남아의 성장열기와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경제권에 동참하느냐는 것이다. IMF(국제통화기금) 장기 전망에 따르면 2010~2017년 한국의 GDP(국내총생산)가 60% 신장하는 반면 아세안 10개국은 평균 102% 성장하며, 2017년 인도네시아의 GDP 규모는 한국을 능가한다. 이미 한국의 2배 경제 규모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계속 질주하고 있는 6억 인구의 아세안과 중국의 서남부 지역이 경제 분야에서 국경을 허물고 있다.

이 교수는 이번에 라오스를 방문했을 때 대부분의 집들이 위성 안테나를 설치한 것을 보고 적지 않게 놀랐다. 태국 등 외국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사고방식이 개방되고 국가 간 정서의 차이가 크게 줄어들고 소비 수준이 높아졌다. 외국인을 대하는 국경 지역 주민이나 공무원들 태도도 몇 년 전에 비해 매우 개방적으로 바뀌었다. 국경을 통과하는 교통편도 급증하고 있었다. 국경을 넘나드는 직행 버스노선이 크게 확대됐고, 아세안 국가들 사이에 항공 노선도 늘고 있다.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의 메콩강 개발계획인 GMS프로젝트(Great Mekong Sub-Region)와 CBTA(GMS국가 간 국경교통통합 체결) 구축으로 운송과정이 매우 단순화 되고 있어 국가 간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이 교수는 "기업은 '국별(國別) 전략'에서 동남아 혹은 아세안이라는 '지역(地域) 전략'으로 전환을 해야 하며 정부는 5년, 10년을 내다보고 전략적 요충지를 선점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별→지역 전략'으로 전환해야

2015년 아세안 경제공동체가 실현돼 아세안 생산 차량의 무관세 수출입이 가능하게 되면 태국에서 생산되는 일본 차량이 라오스 시장을 휩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 기업도 인도네시아에 거액을 투자해 공장을 설립할 때 인도네시아 시장만 보지 말고 아세안 시장 전체와 중국 서남부까지 목표시장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동남아 지역의 경제통합과 중국의 아세안 경제 진출 계획이 시너지 효과를 거두면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 교수는 "이런 현상이 먼 장래의 일이 아니라 바로 오늘, 내일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전문가인 이 교수는 아세안 통합과 함께 중국의 전략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이번 여행에서 중국이 윈난성 성도인 쿤밍을 아세안 공략을 위해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지난 1월 26일부터 28일까지 쿤밍에 머물면서 윈난대학교 메콩연구소 교수와 면담하고 윈난성의 '교두보 전략'에 관한 자료를 받았다. 이 교두보 전략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는 윈난성이 베트남, 라오스와 태국, 미얀마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윈난성을 통해 이 국가들과 경제협력을 확대한다는 의미이다. 둘째는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충칭(重慶), 구이저우(貴州)성 등 중국의 내륙지방이 동남아로 진출하려면 윈난성을 경유해야 한다. 일종의 중심축(허브)인 셈이다. 이 교수는 이번 여행에서 쿤밍 교두보 전략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중국 서남부-동남아 시장 통합 추세

윈난대학교에서 만난 한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최대 무역 파트너는 규모 면에서 미얀마, 라오스(태국), 베트남 순이며 라오스(태국)와 교역이 빠르게 늘고 있다. 윈난성은 당초 라오스에 대한 관심은 높지 않았다. 인구도 많지 않고 경제수준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라오스를 경유한 윈난-태국간 경제교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메콩대교가 완공될 경우 윈난-태국간 육로를 통한 수송로가 개선되면서 수출입 증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 기업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 미얀마간 협력은 주춤한 상황이다. 베트남은 중국이 공을 많이 들인 나라이다. 남중국해 분쟁 과정에서 많은 계획이 지연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하지만 여건이 호전되면 중국은 다시 베트남과 도로, 철도 및 경제교류를 확대할 것이다. 윈난성뿐만 아니라 쓰촨성이나 구이저우성 등 내륙도 쿤밍을 경유해 베트남을 통과해 동아시아와 교류를 확대하기를 여전히 희망하고 있다.

미얀마 역시 몇몇 대규모 프로젝트가 중단된 상태이다. 미얀마를 경유하는 파이프라인은 여전히 건설 중이지만 댐 공사나 철도건설 등은 중단된 상태였다. 지난해 9월 난닝 포럼에서 양국 수뇌부간 접촉을 통해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윈난대학교 교수는 파이프라인 공사가 5월 완공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윈난성의 교두보 전략과 관련해 우리 정부와 기업이 고려해야할 점이 있다. 파이프라인이 완공돼 석유와 가스가 흘러들어 오고, 윈난성에서 미얀마를 경유해 인도양에 진출하는 수송로가 확보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윈난성은 중국 내륙 지역의 해외 진출 수송 요충지로서 발전 잠재력이 매우 큰 지역이다. 쓰촨성에서 물자를 동남아, 서남아, 중동으로 보낼 경우 중국 연안으로 수송해 말라카 해협을 통과하는 것보다 쿤밍-인도양 루트를 사용하면 수송 거리를 3000~4000킬로미터나 단축할 수 있게 된다.

4강 일변도 외교에서 벗어나야

이 교수는 정부가 동남아 시장 통합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요충지인 쿤밍에 코트라(KOTRA) 사무소를 서둘러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총영사관 설치도 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신임 대통령이 첫 방문지로 미국 등을 먼저 방문하는 것이 불가피할 경우 동남아 등 실질 협력이 필요한 나라들을 함께 방문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 행사에 여성 지도자인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와 응예티조안 베트남 부주석이 참석하는 것도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교수는 5년 동안 이들 나라를 여행하면서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등 폐쇄적 사회를 고집하면서 개방을 주저하던 나라들이 이제는 스스로 국경 개념을 허물고 이웃과의 협력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게 된 배경이 무엇인가 고민하게 됐다. 그는 이러한 현상을 한반도와 동북아에 적용할 수 있는지도 연구 중이다. 이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사회가 4강 체제, 동북아, 북한 핵 그리고 보수와 진보의 갈등 등 몇 가지 사안에 너무 집착해 통일 문제, 외교 전략 문제, 외교의 창의성 등에 관해 '사고의 문'을 아예 닫고 있어 걱정이다. 동남아에서 벌어진 일이 동북아에서는 불가능하라는 법이 있는가."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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