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불황탓인가. 올핸 유통가를 강타한 히트 상품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 대신 홈쇼핑이나 인터넷쇼핑몰 등으로 몰렸다. 할인행사때만 북적이는 스마트한 소비는 올 한해 대세였다. 그만큼 현명한 소비자들이 많았다. 불황기 히트상품은 기업입장에서 보면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기존에 잘나가던 상품과 소비자 마음을 얻은 상품. 물론 두가지 모두 충족할 경우 히트상품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동서식품 카누미니의 경우가 그렇다. 카누 미니는 카누라는 기존 인스턴트 원두 커피의 양을 소비자들이 기호에 맞게 조절해 나온 후속 상품이다. 잘나가던 상품의 질은 그대로 유지하되 양을 줄여 나홀로족 같은 소포장 선호 소비자들 마음을 얻은 셈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오비맥주 OB골든라거는 반대로 쇠락하던 상품을 부활 시킨 경우다. 정통 맥주맛을 살려내 소비자 마음을 얻은 게 주효했다. 결국 히트상품이란 소비자마음을 울리는 그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식음료를 중심으로 유통가 히트상품을 모았다. (회사이름 가나다순)'철 없는 인기'로 남성음료 시장 개척
광동제약 '힘찬하루 헛개차'
광동제약이 '남자들의 차'를 표방하며 2010년 3월 선보인 '힘찬하루 헛개차'가 꾸준한 인기다. 출시 첫해 730만 병의 판매고를 기록한 뒤 이듬해 연 2300만병으로 급성장했고 올핸 4000만병 넘게 판매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광동제약은 "남성들이 선호하는 헛개를 원료로 택하고 남성 취향의 풍미와 디자인을 도입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고정 소비자층이 늘어난 결과"라고 풀이했다. 실제 음료 성수기로 여겨지는 6~8월을 전후한 여름 시즌을 지나 연말까지도 판매량이 줄지 않았다. 비수기로 접어든 10월에도 성수기와 비슷한 월 400만 병 수준의 판매고를 기록했을 정도다. 힘찬하루 헛개차의 '철없는 인기'는 남성을 위한 음료로 인식되면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으로 광동제약측은 풀이했다.다만 헛개차는 음료일 뿐인데 간에 무조건 좋다는 식으로 기능성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 광동제약은 남성들이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올라 평소 건강과 외모에 신경 쓰는 추세가 강해지면서 사무실이나 집에서 물 대신 헛개차를 마시는 등의 요인들이 제품의 인기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맥주·칵테일 장점만 … 고정관념 깨니 대박
국순당 캔 막걸리 '아이싱'
국순당이 지난 8월 내놓은 캔막걸리 '아이싱'이 석달여만에 300만캔 판매를 돌파했다. 국순당의 기존 캔막걸리 월평균 판매량이 20만캔인 점을 고려하면 초기임에도 히트상품으로 손색이 없다.
맥주의 청량감은 좋지만 쌉쌀한 뒷 맛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나 칵테일의 부드러움은 선호하지만 단 맛과 인공향을 싫어하는 고객을 주소비층으로 잡은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막걸리라는 고정관념을 깬 것. 실제 '아이싱'에는 '슈퍼쿨링'이라는 제조공법을 도입해 청량감을 높였고 자몽과즙을 첨가해 자연스런 새콤한 맛을 느끼게 했다. 포장디자인도 막걸리 분위기를 배제했다. 간편하고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캔(Can) 형태로 만들고 알코올 도수는 4%로 약하게 해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도록 했다.
국순당 관계자는 "세계 주류시장에선 취하기 보다 즐기는 음주문화를 선호하고 음료수처럼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RTD(Ready To Drink) 제품이 새트랜드"라며 "아이싱 역시 막걸리 수요층을 확대하기 위해 내놓은 RTD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텁텁하고 구수한 막걸리 본연의 맛을 선호하는 애주가들에겐 다소 밍밍할 수 있다.
원하는 만큼 마시는 인스턴트 원두커피 '호평'
동서식품 '카누 미니'원하는 용량만큼 제대로 된 원두커피 맛을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인스턴트 커피가 있다. 동서식품이 지난 11월 선보인 '카누 미니'다.
카누 미니는 지난해 10월 카누 출시 이후 '머그컵 기준으로 용량화 된 카누 레귤러 제품 스틱 1개를 2회 이상 나눠서 마시는 소비자가 상당수 존재한다는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탄생했다.
또 다른 나라에는 찾아보기 힘든 코리안 사이즈라 일컬어지는 120ml 컵 용량에 커피나 차를 타거나 우려서 마시는 것에 익숙하다는 점도 반영했다.
앞서 선보인 인스턴트 원두커피 원조인 카누의 맛과 향은 그대로 유지하되 소비자 개개인이 원하는 용량으로 차별화시킨 셈이다. 때문에 카누의 양을 줄여서 나온 카누미니가 가격을 올리기 위한 편법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카누가 물에 타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라도 바로 커피전문점 커피를 간편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데 선택의 폭이 넓어진 카누 미니는 나홀로족들에게까지 큰 인기다.
충치예방+두뇌활성 효과, 연 1천억 매출
롯데제과 '자일리톨껌'해마다 1000억원씩 팔리는 껌이 있다. 롯데제과 자일리톨껌. 충치예방은 물론 껌씹기가 두뇌활성과 기억력 향상, 치매예방, 스트레스해소 등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시장에 나온지 12년째인 자일리톨껌은 올해 10월까지 누적 매출액만 1조4400억원. 총 판매량은 40억갑이 넘는다. 지금까지 국민이 1인당 80갑 이상 씹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롯데제과는 "자일리톨껌 히트작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품질력에 기인한다"면서 "자일리톨껌에 들어있는 핀란드산 자일리톨은 감미료성분의 86%를 차지하는데 단맛과 충치예방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다만 충치예방 효과와 관련해선 지난해 국회 등에서 판매중인 껌의 자일리톨 함량이 기능성식품으로 인정 받았던 때와 다르다는 논란이 있었다.
한편 최근엔 미국 세인트로렌스 대학과 단국대학교 등 국내외 대학들의 연구결과 껌을 씹는 행위가 두뇌활성 촉진, 정신 집중, 스트레스 해소, 치매예방 등에서 효과를 발휘한다고 알려지면서 소비층이 확대되고 있다. 시험 시작 전 5분 동안 껌을 씹으면 두뇌활성 촉진과 집중력, 안정감을 심어줘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영국산 고품질 비타민C' … 차별화로 승부
롯데칠성 '데일리C 비타민워터'롯데칠성 '데일리C 비타민워터'는 음료시장에 비타민 바람을 몰고 온 대표주자다. 비타민C를 비롯 여러 비타민을 사람에게 꼭 필요한 물처럼 매일 즐길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층 사이에 반향을 일으켰다.
롯데칠성은 "데일리C 비타민워터는 가장 중요한 비타민C를 '퀄리C(Quali-C)'브랜드 100% 영국산 비타민C를 사용했고 다른 모든 비타민들도 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산 비타민만을 넣었다"면서 "몸은 물론 정신건강에도 효과가 있는 물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생수 세대인 젊은층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퀄리C'란 다국적 기업 DSM사의 프리미엄 비타민 브랜드로 '고품질 비타민C'를 의미한다. 유럽의 까다로운 품질 기준인 GMP, HACCP, CEP, ISO 등을 만족하는 비타민C에만 '퀄리C(Quali-C)'브랜드를 준다. 롯데칠성음료는 '퀄리C(Quali-C)'브랜드 독점사용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7월과 8월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에 고객체험단인 '데일리C 유럽원정단'을 보내 비타민워터의 차별점과 우수성을 직접 확인하는 이벤트를 펴는 등 차별화를 알리는 데 주력해 왔다. 다만 비타민C 함량에 비해 가격이 좀 비싸다는 지적도 있다.
석달 공들여 개발·평가… 외국인 입맛 잡아블랙스미스 '김치 피자·파스타'
이탈리안 패밀리 레스토랑 블랙스미스의 김치를 활용한 겨울신메뉴가 외국인들 입맛까지 사로잡으며 주목을 받고 있다.
골든 김치 피자와 감베로니 김치 파스타가 바로 그렇다. 골든 김치 피자는 볶은 김치의 매콤함에 새콤한 렌치 드레싱과 고구마 무스의 부드러움과 달콤함을 더했다. 감베로니 김치 파스타는 신선한 새우와 아삭한 식감의 볶음 김치를 곁들인 로제 파스타를 기반으로 토마토 소스, 크림 소스, 김치 소스의 3종 소스가 어우러져 새콤달콤하면서도 부드럽다.
블랙스미스는 두 메뉴 개발을 위해 석달간 공을 들였다. 이탈리안 스타일의 피자, 파스타에 김치가 잘 어우러지도록 메뉴를 개발했고 30명의 맛평가단에게 매달 냉정한 평가를 받은 뒤에야 손님상에 내놓게 됐다. 지난 7일엔 블랙스미스 청담점에서 외국인 50쌍을 초청해 시식회를 가졌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이날 시식에 참여한 외국인들은 한결같이 "김치파스타는 보기보다 흥미로운 음식이었으며 한국을 다시 방문하면 꼭 한번 먹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인들의 평가가 남아 있지만 외국인들 사이엔 히트 예고 메뉴로 떠오르고 있다.국산헛개 30% 성분강화…숙취해소음료 선두
CJ제일제당 '헛개 컨디션'
CJ제일제당은 자난 92년 'CJ 컨디션'을 선보이며 숙취해소 음료 시장을 열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컨디션F→컨디션ADH→컨디션 파워→헛개 컨디션 파워' 등으로 성분을 강화했다. 더 효과적인 숙취해소 제품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해 5번 업그레이드를 단행해왔던 것. 덕분에 지난해 12월 지식경제부에서 주관하는 '차세대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됐다. 지난 7월엔 100%국산 헛개 열매 함량을 기존보다 30% 강화한 '헛개 컨디션'을 내놓으며 숙취해소 음료시장을 더욱 확대시켰다. '헛개 컨디션'은 헛개 컨디션 파워보다 100%국산 헛개나무 열매 추출물을 30% 강화하고 글루메이트, 자리추출분말, 황기추출분말 등 숙취해소에 좋은 성분으로 구성돼 음주 후 빠른 숙취해소에 도움을 준다고 CJ제일제당은 설명했다.
'헛개컨디션'은 꾸준한 성분 강화와 연말 건전음주 로드 캠페인등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었다는 평가다. 올해 숙취해소 음료 시장을 지난해보다 20% 성장한 2000억원 규모다. CJ제일제당은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1150억원대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집에서 스케일링한 느낌' 입소문 타며 성공
아모레 '메디안 치석케어치약'
아모레퍼시픽의 '메디안 치석케어64%' 치약은 치주질환의 주 원인인 치석을 집에서 직접 관리 할 수 있다는 점에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발상의 전환으로 입소문을 타며 성공을 거둔 경우다.
아모레퍼시픽 메디안 관계자는 "120g 치약 한 통에 약 24만개의 스케일링과립이 함유되어 있으며 집에서 하는 양치질 만으로도 스케일링한 듯한 개운하고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어 "치과대학 임상결과3개월 사용 후 64%의 치석 형성 억제율 효과가 입증된 바 있는 메디안 치석케어 치약은 세균 증식과 치석 형성을 억제해 주며, 충치 예방, 치태 제거 효과와 함께 구강의 청결함 및 상쾌함을 유지시켜 준다"고 덧붙였다. '메디안 치석케어 치약'은 3단계 치석관리 시스템을 통해 치석 형성을 예방해준다는 게 아몰레퍼시픽측 설명. 1단계로 항균 성분을 통해 치태 형성을 억제하고 2단계로 특수성분으로 치석이 형성되는 것을 억제하며 3단계로 스케일링 과립과 세정 실리카로 치석이 침착되는 것을 예방한다.
또 제품 용기는 가로 튜브형이 아닌 세로 튜브형으로 세워둘 수 있다.
편리함+경제성, 출시 8개월만에 액체세제 1위애경 '리큐 2배 진한 겔'
애경의 겔 타입 세탁세제 '리큐 2배 진한 겔'은 출시 7개월만에 100억원대 매출, 8개월만에 액체세제시장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세탁력은 높이고 사용량은 줄인 고농축 친환경 제품이란 점이 주부들 호응을 얻은 결과다.
애경측은 "리큐 2배 진한 겔은 시장조사 전문기관 AC닐슨(8월 기준)과 칸타월드패널(2012년 상반기)의 자료에서 모두 액체세제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면서 "'리큐 2배 진한 겔'은 올해 목표매출인 300억원을 이미 돌파하고 올해 말까지 목표매출의 약 20% 이상 초과 달성 할 것으로 점쳐진다"고 말했다. '리큐 2배 진한 겔'의 성공 비결은 출시 전 주부 대상 설문을 통해 기존 세제용기의 불편함과 정량 계량의 어려움을 개선한데서 비롯된다.
실제 겔 타입으로 기존 액체세제 사용량의 절반을 사용해도 높은 세탁력을 발휘하고 뚜껑에 짜서 쓰는 편리한 계량 방식을 적용했다. '세탁볼 겸용 계량 뚜껑'이라는 아이디어가 통한 셈이다. 애경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좋은 제품'에 대한 욕구와 '친환경에 참여한다'는 자부심에 정확하게 부합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정통맥주 표방 '재기'…590일만에 3억병 팔아오비맥주 'OB골든라거'
오비맥주 'OB골든라거'는 주류업계에서는 거의 드물게 재기에 성공한 맥주로 통한다. 지난 1970~80년대 국내 맥주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온 OB브랜드는 90년대 초반 '물' 마케팅에 밀려 시장의 1위 자리를 내주며 쇠락의 길을 걸었고 전성기 시절 70%에 육박했던 점유율은 2010년 1.9%까지 곤두박질 쳤다. 시장 1위 브랜드가 우월적 위치를 지키지 못한 사례로 빈번히 소개될 만큼 굴욕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OB는 지난해 30대 남성을 주 타깃으로 하는'OB골든라거'를 재탄생시키며 재기를 노렸다. 지난 4년동안 11명의 베테랑 브루마스터가 최고의 맛을 찾아 연구를 거듭한 끝에 국내 유일의 타워 몰팅(Tower malting) 공법을 이용, 정통맥주를 표방했다. 여기에 병뚜껑에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신기술 락킹(Locking) 공법을 도입했다. 덕분에 재출시 200일 만에 판매량1억병을 돌파했고 590일만에 3억병 판매를 기록하며 부활을외쳤다. 실제 OB골든라거는 지난 7월 한국표준협회가 주관하는 2012 프리미엄브랜드지수에서 프리미엄 맥주 부문에서 당당히 1위에 선정, 최고 품질을 인정 받았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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