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다음날 영화 '돈 크라이 마미' 시사회에서 '아동 성폭력 추방을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영화는 성폭행으로 딸을 잃은 엄마의 복수를 그리고 있다.
박 당선인은 국민행복을 기치로 내걸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박 당선인이 약속한 국민안심프로젝트는 한부모가정 지원, 초등학교 온종일 돌봄학교 운영, 0~5세 보육과 유아교육에 대한 국가책임,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등 빈곤가정 지원과 CCTV 추가설치와 관제시스템 보급, 경찰인력 증원 등으로 든든한 치안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동안 흉악범을 엄단하라는 여론에 힘입어 법원 양형기준이 강화되고, 관련 법률도 보강됐다. 성폭행범 신상공개 확대, 흉악범 DNA채취와 데이터베이스 구축, 13세 미만 성폭력 범죄 친고죄폐지, 미성년자 공소시효 기산일 변경, 성충동 약물치료 등이 법률에 명시됐다. 그러나 이는 이미 발생한 범죄에 대한 뒤처리에 불과하다.
방범용 CCTV, 전자발찌 예산 등 지원 늘려야
법원이 엄단하고, 법률 처벌이 강화된다고 해도 흉악범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피해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범죄예방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범죄예방을 위해서는 그에 맞는 예산이 필요하다. 범죄예방과 범인검거에 가장 효과적인 인프라로는 CCTV가 꼽힌다. 경찰은 범죄예방을 위해 당장 전국적으로 설치돼야 할 방범용과 차량번호 인식용 CCTV를 6000여대로 보고 있다. 주로 재개발구역이나 주택가 등 범죄 취약지역이 대상이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관련 예산은 전혀 반영되지 않다가 2013년에야 겨우 56억원이 책정됐다. 경찰 추산대로 CCTV를 설치하려면 950여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5개년으로 나눠도 1년에 190억원씩이 필요하다. 56억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CCTV를 설치하고, 행안부에서 추진중인 CCTV통합관제센터와 연계해 실시간 범인검거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범죄예방효과가 극대화 될 것이다.
112 신고센터의 경우는 인력과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졌다는 평가다. 경찰은 오원춘 사건 이후 지난해부터 총 500억원 가량의 예산을 투입해 올 연말까지 112신고센터 망을 개선하고 인력도 보강했다.
전자발찌 예산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전자발찌 제도 시행 4년간 재범률이 2.3%로 줄었다. 제도 시행전 성폭력 범죄자의 동종 범죄 재범율이 14.8%인 것을 미루어보면 그 효과를 짐작할 수 있다. 27일 헌재의 전자발찌 소급 합헌 결정으로 2600여명이 추가로 전자발찌 착용 대상이 됐다. 현재 1040명에서 3배 이상이 늘어나지만 관련 예산 23억원이 삭감됐다. 내년부터 5세대 전자발찌가 나온다. 단가가 182만원인데, 추가 비용에 대한 예산도 확보되지 않고 있다.
보호관찰 예산도 부족하다. 법무부에서는 연간 20만명 정도를 보호관찰하고 있다. 미국은 보호관찰 직원이 9만명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보호관찰 직원이 1300명이다. 미국 인구가 우리보다 6배 많지만, 인구비율로 따져도 1만5000명이 있어야 한다.
한부모가정 아동 양육비 지원예산도 태부족
어린이 성폭행을 비롯한 흉악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는 모두 사회적 약자다. 생활고에 쫓긴 부모(혹은 한부모가정)들이 아이들을 방치하게 되고, 범인은 방치된 아이들을 범행대상으로 삼았다. 가해자들도 대부분 열악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김길태 사건, 김수철 사건, 여주어린이 사건, 나주어린이 사건, 통영 어린이 사건 등 최근 발생한 어린이 성폭행 사건이 거의 다 그랬다.
아이들 돌보는 일은 국가 책임도 크다. 내년 여성가족부에 책정된 0~5세 아이돌봄 예산은 2012년 434억원 대비 173억원이 증액돼 608억원으로 편성됐다. 초등학교 온종일돌봄 교과부 내년 예산은 3228억여원이 편성됐다. 이 예산으로 당선인이 공약한 초등학생 온종일 돌봄, 0~5세 보육 국가책임이 지켜질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한부모가정 아동양육비 지원예산도 올해 332억원에서 내년 487억원으로 증액됐지만 전문가들은 태부족이라고 주장한다. 박근혜 차기 대통령이 범죄예방 관련 예산을 꼼꼼히 챙겨, 흉악범죄로부터 국민들이 안심하고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를 기원한다. 구체적 행동이 추상적 구호보다 훨씬 중요하다.
문진헌 기획특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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