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희망을 쏜다 2부. 사람이 희망이다] ②전문계고 학생들의 도전

지역내일 2013-01-07 (수정 2013-01-07 오후 2:01:13)
"고졸차별? 걱정 되지만 실력으로 깰 거예요"

2013년. 세계와 한국경제에 거는 기대가 그리 높지 않다. 저성장, 장기침체, 고령화, 양극화 등이 뒤섞인 2013년에 또 한번 기적을 바라는 건 과욕이다. 그래도 마음만 열면 도처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 한국인이 되어 코리안드림을 꿈꾸는 다문화 자녀들, 실력만으로 도전할 수 있는 차별없는 한국사회를 꿈꾸는 고졸, 제2의 도전이 힘겹지만은 않은 경력단절여성과 시니어들. 신성장동력은 거창한 구호에 있지 않다. 그들의 희망이 곧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이자 기적이다.



새봄 "선취업 후진학 제도, 대학 꼭 가야한다는 관념 만들어"

기주 "고졸이 대졸자 다루기 힘들다 말 들으니 움찔했어요"

영진 "대학 안 나오면 무시하는 경향 여전히 남아있잖아요"

보윤 "스펙말고 능력만 보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선배님 사장 승진을 축하드립니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용산공고 교문에는 큰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LG전자는 물론 LG그룹 전체에서도 전산상 남아있는 자료로는 사상 처음 고졸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조성진 사장의 승진 축하 플래카드다. 조 사장은 용산공고 75년 졸업생이다. 조 사장의 고졸 신화는 용산공고 후배들이 고졸 차별 사회에 발을 디디는데 큰 용기를 줬다.

지난달 26일 용산공고 잡(job)카페에서 2학년 학생 4명을 만났다. 임기주 최새봄 학생은 졸업 후 바로 취업을, 서보윤 정영진 학생은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입장이 다른만큼 고민도 4인4색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느끼는 대학민국의 뿌리깊은 학벌주의, 대졸우대 문화는 어떤 것일까. 또 정부의 선취업 후진학 제도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취업 후 대학가려는 마음 살짝 생기던데요" = 기주(기계자동차과)와 새봄(도시디자인과)이는 처음부터 진학은 생각이 없었다. "성실의 대명사라고 할 정도로 모범적으로 생활했는데 성적은 안 나오더라고요. 대학보다는 사회로 나가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우리 학교를 선택하게 됐어요."(기주) "괜히 인문계 가서 애들 밑에 깔려 줄 바에는 전문계고에 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새봄)

취업 후 고졸차별이 걱정이 되지만 크게 실감은 못 하고 있었다. 이야기로는 많이 들었지만 피부에 와 닿게 느낀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기주는 어렴풋이나마 차별이 있기는 하구나라고 느껴 움찔한 적이 있다.

"공기업 박람회 가서 고졸과 대졸의 차이에 대해 물어봤어요. 고졸 취업 후 4년 후에는 대졸과 진급이 차이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마지막에 하시는 말씀이 당신이 인사담당자가 되면 대졸을 상대해야 하는데 고졸이 대졸을 상대하기는 힘들지 않겠냐, 우리 회사는 대학교 보내주니까 선취업 후진학을 하라고."

취업 후 대학교에 가려던 생각이 별로 없던 기주는 이날 이후 대학을 가긴 가야겠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뿌리깊은 대졸우대 분위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실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조직 고를 것 = 새봄이도 이런 분위기를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선취업 후진학론 자체가 웃기다고 했다. 정말 필요해서 대학에 가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차별받지 않기 위해서 대학을 가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이다.

"선취업 후진학 별로 마음에 안 들어요. 취업 후 대학 갔다 와야 진급시켜줄게 이런 느낌이잖아요. 결국 그 제도가 대학을 가야 한다는 관념을 심어주는 거잖아요. 전 학력 안 보고 능력만 보는 그런 회사 갈 거예요. 조성진 선배님만 봐도 대학 안 나와도 능력 하나만으로도 올라갈 수 있잖아요. 오로지 진급을 위해서라면 대학 별로 가고 싶지 않아요."

◆대기업 아니면 공사, 중소기업은 마지막 순위 = 중소기업 취업을 유도하려는 정부의 의도와 대기업이나 공사를 선호하는 학생들 선호간의 간극도 느껴졌다. 기주는 한국전력공사를, 새봄이는 삼성전자를 꿈꿨지만 최근에는 토지주택공사에 관심을 두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중소기업을 가야 한다면 서운하기는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주는 최근에 대기업이 능사라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꿈의 직장인 삼성전자 입사한 선배가 있었는데. 몇 달 되지 않아 회사를 때려치셨더라고요. 삼성전자니까 좋을 것 같아서 간 건데 가 보니까 정말 힘들었대요. 저한테는 눈높이 낮춰서 중소기업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조언해 주시고. 지금은 대학진학 준비중이라고 들었어요."

◆쉽게 들어갈 수 있는 대학? = 진학을 생각하고 있는 보윤(정보기술과)과 영진(정보기술과)이의 고민은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둘은 대학에 쉽게(?) 들어가려고 전문계고를 선택했다. 내신등급을 쉽게 딸 수 있고, 특성화고 특별전형이 있으니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같지는 않았다.

"1학년때는 취업과 진학희망자가 반반이었는데 2학년때는 70%, 3학년 올라갈 때쯤 되니까 90% 이상이 취업하겠대요. 우리반에서 진학희망은 30여명 중 두세명뿐이에요."(보윤)

지난해 용산공고의 취업률도 62.7%로 1년 만에 20.9%p 뛰어올랐다. 10명 중 6명은 진학보다 취업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다. 새로 들어온 학생일수록 진학보다는 취업을 꿈꾼다. 예전엔 전문계고 전형으로 대학에 들어가겠다는 학생이 많았다면 최근 정부의 선취업 후진학정책, 기업들의 고졸채용 바람 등에 힘입어 취업을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진학공부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다는 것도 힘들었다. 영진이는 "실습 중심으로 돌아가는 전문계고의 특성상 인문계처럼 진학을 준비할 수가 없으니 공부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흔들리는 '진학마음' = 복지 관련 공부를 생각하는 보윤이는 진학에 대한 현실적인 걱정과 '취업후 진학'의 실적들로 마음이 흔들리면서 요즘엔 대학진학보다는 먼저 취업하는 쪽에 관심을 두고 있다.

"주변에서 좋은 곳에 취업을 많이 하니까 마음이 많이 흔들여요. 사실 요즘 취업하면 연봉도 높은 편이고 아버지보다 돈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 좋은 일(복지사업)을 더 많이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고요."

보윤이는 이미 마음속으로는 진학에서 선취업으로 생각을 바꾼 것 같았다. 부모님도 설득중이다.

"부모님을 설득하고 있어요. 엄마는 아직 대학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시거든요. 취업을 한 후에 대학 복지학과에 들어가는 문도 많이 열려있다고 말씀드리고 있어요. 선취업 후진학 제도가 처음 생긴 것이라서 좀 그렇긴 하지만 도전해서 기회를 잡아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도 대학 나와야죠 = 대학을 졸업한 후 전기전자 계열의 연구원이 되려는 영진이는 '취업후 진학'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영진이는 "실습도 하고 독서실에서 스스로 교육방송을 들으며 진학을 준비하는 것도 (체질에) 맞아 두 가지를 모두 겸비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대학 안 나오면 무시하는 경향이 여전히 남아있고 대학은 성공을 위한 발판"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취업 후진학')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 안 돼 아직 신뢰하기가 좀 그렇다"면서 "대졸자들도 취업이 안 되는 추세지만 고졸로 입사한 후 6~7년 기간이 지나야 대졸과 같아진다고 하는데 진학을 먼저 해서 취업 하는 게 내 꿈을 펼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문계고, 대학진학의 또다른 통로 전락? = 이홍규 진로진학상담교사는 전문계고를 졸업하고 3년만 일하면 좋은 대학을 쉽게 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런 이야기가 강남 입시학원에서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 교사는 "'취업후 진학'제도가 애초 취지와 달리 대학을 쉽게 갈 수 있는 방안으로 얘기되고 있는 것은 매우 염려스러운 대목"이라며 "특히 전문기술을 익힌 후 자리를 잡고 있는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대학에 가려고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서울의 주요대학에 들어가기가 더욱 쉬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교사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검증된 우량 중소기업에 가게 되는데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은 입사후 6개월동안 인턴기간을 갖고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데 반해 중소기업은 그런 적응기간이 시스템적으로 준비돼 있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고 아쉬워 했다.

박준규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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