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둥성 주간지 파업 '언론자유' 쟁점 부상 … 언론정책·정치개혁 가늠하는 시금석 될 듯
언론을 잘 알고 친화적인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시진핑(習近平)이 시험대에 올랐다. 시진핑의 성공신화와 언론의 역할은 불가분의 관계였다. 시진핑 집권 전후 소개된 시진핑과 그 가족에 관한 내용은 대부분 언론 인터뷰나 기고, 보도 등에서 인용된 것들이다. 그의 업적으로 꼽히는 허베이(河北)성 정딩(正定)현에서 룽궈푸(榮國府) 건설을 통한 관광산업 육성 사례나 푸젠성 닝더시에서 부패를 척결한 사례도 중국 관영언론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가 저장성 당서기로 근무할 때도 저장일보(浙江日報)에 '저신'(哲欣)이란 필명으로 '지강신어'(之江新語) 칼럼을 기고했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니 짧은 기간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18차 당대회 직후 내외신 기자들과 '대면식'에서도 그는 엷은 미소에 친근함을 더해주는 구어체까지 구사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6일 중국 광둥(廣東)성에서 발간되는 진보 성향 남방주말(南方周末) 편집 직원들이 당국의 검열에 항의하며 파업에 돌입하면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향후 시진핑 체제의 언론 정책과 개혁 성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검열 관행철폐 요구로 파문 확산 = 지난 6일 남방주말 편집 직원들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를 통해 이번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업무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에서 주요 언론사의 편집 직원들이 정부의 검열에 맞서 공개적으로 파업을 벌이는 것은 20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남방주말 기자들은 지난 3일 웨이보 성명을 통해 신년 특집 기사를 광둥성 선전부 관리들이 개입해 임의로 제목을 바꾸고, 내용을 대거 수정하도록 했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후 이 회사 전직 기자들과 인턴 등의 항의 성명이 잇따랐고, 지난해 이 잡지에서 1000건 이상의 기사가 당국에 의해 삭제되거나 수정됐다는 폭로가 나왔다.
중국, 홍콩, 타이완의 경제학자와 법학자 27명이 퉈전 광둥성 선전부장의 해임을 청원하는 등 각계 지식인과 기자, 누리꾼들도 언론 자유 제한과 검열에 항의하며 온라인 서명에 나섰다. 뿐만 아니라 광저우시 남방주말 사옥 앞에선 7일 오전 수십 명의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파업에 나선 이 매체 기자들을 지지하는 집회가 열렸고 참가자들은 언론 자유를 요구하며 당국의 검열 관행 철폐를 주장했다.
언론자유를 요구하는 남방주말 기자들의 목소리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중국 사회 전체로 퍼져가고 있다. 중국 톱배우는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중국에서 팔로어가 가장 많은 사람 중 하나인 인기 여배우 야오천(姚晨)이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 남방주말의 로고와 함께 러시아의 반체제 작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진실 어린 말 한 마디가 전 세계보다 무겁다"라는 말을 올렸다. 2700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동료 배우 첸쿤도 "난 그렇게 진지하게는 말 못하지만 남방주말 기자들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중국 신세대 작가 한한(韓寒), 650만명의 팔로어를 가진 블로거 리청펑, 배우 리빙빙(李氷氷), 1989년 중국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의 학생 지도자인 왕단(王丹), 미국거주 인권인사 원윈차오(溫雲超) 등이 잇따라 언론자유 요구 성명을 발표하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에 언론 자유는 없다" = 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중국 당국의 입장은 확고해 보인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인터넷판이 8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선전부는 당 간부들과 언론 담당 관리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세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선전부는 "중국 매체는 당이 절대적으로 통제한다"면서 "이 기본 원칙은 확고부동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전부는 이어 "남방주말 사건은 광둥성 선전부장인 퉈전 동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적대적인 외부 세력이 남방주말 사건에 개입했다"고 결론지었다. 이 메모는 당국자들에게 편집자들이나 기자들이 온라인에서 남방주말을 지지하는 것을 막으라고 지시했다.
또 각 신문에 이번 일과 관련해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가 게재한 사설을 실으라고 요구했다.
환구시보는 전날 사설에서 이번 일이 당국과는 상관없다고 강조하면서 "중국의 사회·정치적 현실을 고려할 때 이런 사람들이 요구하는 자유 언론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선전부의 지시에 따라 광저우에서 발행되는 신쾌보(新快報)와 베이징에서 발행되는 북경청년보(北京靑年報), 경화시보(京華時報) 등을 비롯해 선전과 시안, 항저우 등의 신문들이 환구시보 사설을 실었다고 전했다.
◆6세대 선두주자 후춘화도 시험대 = 이번 사건은 개혁 개방을 강조하는 시진핑이 언론 통제 정책을 수정할 것이라는 기대가 일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산당 중앙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사설에서 "선전부 관리들이 딱딱한 설교를 버리고 시대의 리듬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최근 전했다. 또한 6세대 선두주자인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당서기가 당 선전 부분에 대한 과감한 손질 등을 통해 새 언론정책을 실험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 당국이 급진적인 언론 정책 변화를 시도하지는 않겠지만 현재 상황을 적당히 수습할 만한 상황도 아니다. 이번 사건이 중국 정치개혁의 진전이나 후퇴를 판가름하는 시금석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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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을 잘 알고 친화적인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시진핑(習近平)이 시험대에 올랐다. 시진핑의 성공신화와 언론의 역할은 불가분의 관계였다. 시진핑 집권 전후 소개된 시진핑과 그 가족에 관한 내용은 대부분 언론 인터뷰나 기고, 보도 등에서 인용된 것들이다. 그의 업적으로 꼽히는 허베이(河北)성 정딩(正定)현에서 룽궈푸(榮國府) 건설을 통한 관광산업 육성 사례나 푸젠성 닝더시에서 부패를 척결한 사례도 중국 관영언론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가 저장성 당서기로 근무할 때도 저장일보(浙江日報)에 '저신'(哲欣)이란 필명으로 '지강신어'(之江新語) 칼럼을 기고했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니 짧은 기간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18차 당대회 직후 내외신 기자들과 '대면식'에서도 그는 엷은 미소에 친근함을 더해주는 구어체까지 구사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6일 중국 광둥(廣東)성에서 발간되는 진보 성향 남방주말(南方周末) 편집 직원들이 당국의 검열에 항의하며 파업에 돌입하면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향후 시진핑 체제의 언론 정책과 개혁 성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검열 관행철폐 요구로 파문 확산 = 지난 6일 남방주말 편집 직원들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를 통해 이번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업무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에서 주요 언론사의 편집 직원들이 정부의 검열에 맞서 공개적으로 파업을 벌이는 것은 20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남방주말 기자들은 지난 3일 웨이보 성명을 통해 신년 특집 기사를 광둥성 선전부 관리들이 개입해 임의로 제목을 바꾸고, 내용을 대거 수정하도록 했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후 이 회사 전직 기자들과 인턴 등의 항의 성명이 잇따랐고, 지난해 이 잡지에서 1000건 이상의 기사가 당국에 의해 삭제되거나 수정됐다는 폭로가 나왔다.
중국, 홍콩, 타이완의 경제학자와 법학자 27명이 퉈전 광둥성 선전부장의 해임을 청원하는 등 각계 지식인과 기자, 누리꾼들도 언론 자유 제한과 검열에 항의하며 온라인 서명에 나섰다. 뿐만 아니라 광저우시 남방주말 사옥 앞에선 7일 오전 수십 명의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파업에 나선 이 매체 기자들을 지지하는 집회가 열렸고 참가자들은 언론 자유를 요구하며 당국의 검열 관행 철폐를 주장했다.
언론자유를 요구하는 남방주말 기자들의 목소리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중국 사회 전체로 퍼져가고 있다. 중국 톱배우는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중국에서 팔로어가 가장 많은 사람 중 하나인 인기 여배우 야오천(姚晨)이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 남방주말의 로고와 함께 러시아의 반체제 작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진실 어린 말 한 마디가 전 세계보다 무겁다"라는 말을 올렸다. 2700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동료 배우 첸쿤도 "난 그렇게 진지하게는 말 못하지만 남방주말 기자들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중국 신세대 작가 한한(韓寒), 650만명의 팔로어를 가진 블로거 리청펑, 배우 리빙빙(李氷氷), 1989년 중국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의 학생 지도자인 왕단(王丹), 미국거주 인권인사 원윈차오(溫雲超) 등이 잇따라 언론자유 요구 성명을 발표하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에 언론 자유는 없다" = 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중국 당국의 입장은 확고해 보인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인터넷판이 8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선전부는 당 간부들과 언론 담당 관리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세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선전부는 "중국 매체는 당이 절대적으로 통제한다"면서 "이 기본 원칙은 확고부동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전부는 이어 "남방주말 사건은 광둥성 선전부장인 퉈전 동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적대적인 외부 세력이 남방주말 사건에 개입했다"고 결론지었다. 이 메모는 당국자들에게 편집자들이나 기자들이 온라인에서 남방주말을 지지하는 것을 막으라고 지시했다.
또 각 신문에 이번 일과 관련해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가 게재한 사설을 실으라고 요구했다.
환구시보는 전날 사설에서 이번 일이 당국과는 상관없다고 강조하면서 "중국의 사회·정치적 현실을 고려할 때 이런 사람들이 요구하는 자유 언론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선전부의 지시에 따라 광저우에서 발행되는 신쾌보(新快報)와 베이징에서 발행되는 북경청년보(北京靑年報), 경화시보(京華時報) 등을 비롯해 선전과 시안, 항저우 등의 신문들이 환구시보 사설을 실었다고 전했다.
◆6세대 선두주자 후춘화도 시험대 = 이번 사건은 개혁 개방을 강조하는 시진핑이 언론 통제 정책을 수정할 것이라는 기대가 일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산당 중앙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사설에서 "선전부 관리들이 딱딱한 설교를 버리고 시대의 리듬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최근 전했다. 또한 6세대 선두주자인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당서기가 당 선전 부분에 대한 과감한 손질 등을 통해 새 언론정책을 실험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 당국이 급진적인 언론 정책 변화를 시도하지는 않겠지만 현재 상황을 적당히 수습할 만한 상황도 아니다. 이번 사건이 중국 정치개혁의 진전이나 후퇴를 판가름하는 시금석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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