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박근혜정부 출범을 앞두고 장관 내정자와 청와대 수석비서관 30명의 인선이 마무리됐다. 언론들은 박근혜 초대 내각에 '성시경(성균관대 고시 경기고) 내각'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이명박정부의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내각'에 빗댄 이름이다. 실제로 핵심인사 7명이 성균관대 출신이다. 고시 출신은 절반인 15명에 이른다.
박근혜정부 초대 내각과 청와대수석 진용에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특정집단으로 구성된 '패거리 문화'가 권력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박근혜의 사람들'에는 친박 측근과 캠프 및 인수위 출신, 아버지와 인연이 있는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사적 연고'가 인선의 주요기준이라는 평판이 나온 이유이다. 지역별로도 '영남 편중'을 벗어나지 못했다. '국민대통합'과 '대탕평'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언론은 총리와 장관, 그리고 청와대 수석비서관 내정자들의 도덕성 및 자질 검증에 나섰다. 검증이 본격화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각종 의혹이 봇물처럼 터져나온다. 대부분 위장전입이나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병역비리 등 서민들을 화나게 하는 의혹들이다. 이른바 '4대 필수과목' 중 적어도 하나에 해당되지 않는 인사가 거의 없을 정도이다.
이명박정부 시절 고위공직자가 되려면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는 비아냥을 담고 있는 말이 '4대 필수과목'이다. 이 대통령을 비롯해 김황식 총리, 원세훈 국정원장 등이 이에 해당된다. 마지못해 자진사퇴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가 대미를 장식했다. 이명박정부의 실패 원인을 인사 실패에서 찾기도 한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유난히 법과 질서를 강조해온 박근혜 당선인은 다를 줄 알았다. 그러나 박 당선인이 내정한 고위공직 후보자들도 '4대 필수과목' 중 적어도 하나 정도는 이수한 '화려한 스펙'을 자랑한다.
'4대 필수과목' 중 적어도 하나는 이수
총리 후보자 지명 5일 만에 낙마한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 위장전입과 세금탈루 의혹에서 비껴가지 못했다.
이에 따라 박 당선인의 인사는 '사설 검증'이라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철저한 검증을 다짐한 뒤 지명된 정홍원 총리 후보자 등 다른 고위직 내정자들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정 후보자는 언론의 의혹제기에 위장전입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부동산 투기 목적이 아니다"라는 해명이 뒤따랐지만.
세금탈루 의혹으로 뒤늦게 세금을 납부한 내정자들도 잇따랐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김병관 국방부 장관 등 4명의 내정자들은 지명을 전후해 증여세나 상속세를 냈다.
특히 김 내정자는 군 전역 후 무기중개상 근무를 비롯해 편법 증여, 위장 전입 등 제기된 의혹만도 10가지가 넘는다. 지하경제 양성화 등 탈세방지를 국정과제로 내세운 박근혜정부의 의지와는 배치되는 대목이다.
부동산 투기와 병역 기피 의혹도 잇따라 불거졌다. 윤병세 외교부장관 내정자와 윤성규 환경부장관 내정자는 부동산투기, 황교안 법무부장관 내정자는 병역기피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황 내정자는 검찰에서 물러난 뒤 17개월 동안 16억원의 보수를 받아 전관예우 논란과 증여세 탈루 논란에도 휩싸였다.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내정자와 서남수 교육부장관 내정자는 위장전입 의혹을 받았다. 서 내정자는 이를 시인했다. '4대 필수과목' 외에 새로운 이수과목도 등장했다. 이중국적과 논문표절이 그것이다.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가슴 끓어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는 이중국적에다 미국 중앙정보부(CIA) 및 군산복합체 핵심인물과의 긴밀한 관계가 드러나 대한민국 장관으로서 자격이 있느냐는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는 논문표절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도 했다. 허 내정자는 농지법 위반과 부동산 투기 의혹도 받고 있다.
이러한 의혹들에 대해서는 앞으로 열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사실 여부가 구체적으로 판명될 것이다.
그러나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국민의 가슴은 끓어오르고 있다.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도덕 불감증에 분노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불가능한 것일까. 정부의 고위직 인사 때마다 제기돼온 반복된 질문이 또 다시 머릿 속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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