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횡령에서 전혀 예상되지 않는 2차행위는 새 횡령죄"
3자 소유 부동산을 보관 중인 명의수탁자가 이 부동산에 대해 근저당권을 설정해 빚을 얻어 씀으로써 횡령을 저지른 다음, 다시 이 부동산을 매각해 버렸을 때 나중에 한 매각행위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기존 대법원 판례였다. '횡령'은 제3자의 소유권 전체를 침해한 행위를 말하는데, 남의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횡령을 저지를 때 이미 소유권 전체를 건드린 것이기 때문에 뒤따른 행위는 불가벌적 사후행위(不可罰的 事後行爲)로 본다는 것이 횡령죄에 대한 기존 판례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1일 이같은 기존 판례를 깨고 새로운 판례를 제시했다. 종중 소유의 땅을 1억9000여만원에 처분해 횡령혐의로 기소되자, 이 땅에 대해 이미 두차례에 걸쳐 2000만원 상당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돈을 빌려 쓴 1차 횡령행위가 있으니 땅 매각행위는 횡령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안 모씨의 상고심 사건 확정판결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안씨에게 횡령죄를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1990년대 이후 대법원판례 10건을 수정하는 새 판례를 제시했다.
새 판례는 1차 횡령에 이은 2차행위를 두가지로 나누어 보았다. 먼저 1차 횡령에 따라 자연스럽게 예상되는 사후행위는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기존 판례와 같은 입장을 유지했다. 예를 들면 근저당권을 설정해 빚을 쓴 다음 빚을 갚지 않아 임의경매가 이뤄지는 경우, 임의경매는 근저당에 따라 자연스럽게 예상되기 때문에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보아 횡령죄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1차 횡령행위에서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행위 또는 1차 행위와 무관한 방법으로 법익을 침해하는 2차행위는 횡령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새 판례로 명확해진 점이다. 근저당권을 설정해 빚은 내 쓴 것과 아예 땅을 팔아버린 행위는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무관한 행위라고 보아 안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대법 전원합의체는 "두 가지 횡령 행위가 연이어 벌어졌을 때 뒤의 횡령으로 인한 위험이 앞선 것에 따른 위험을 넘어서서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위험을 추가한 경우라면 후행 행위가 별도의 횡령죄를 구성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문언으로 판례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일부 대법관은 "이 사건의 매도행위는 불가벌적 사후행위가 아니지만 논리구성과 판례변경 범위에 있어 다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며 별개 의견을 냈다.
안씨는 모 종중 총무로 일하던 2009년 2월 다른 종중 구성원의 동의를 얻지 않고 경기도 파주시의 종중 땅을 매각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안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으나 안씨는 "1995년과 2003년 해당 토지에 대해 근저당권을 설정해 이미 횡령 행위가 이뤄졌으며 그 이후 이뤄진 부동산 매매는 횡령한 물건의 처분행위로서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한다"는 논리로 상고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횡령죄에 있어 불가벌적 사후행위의 개념을 보다 명확히 정립해 일반인의 상식에 부합하는 결론을 내렸다"고 판결의 의의를 밝혔다.
진병기 기자 j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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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 소유 부동산을 보관 중인 명의수탁자가 이 부동산에 대해 근저당권을 설정해 빚을 얻어 씀으로써 횡령을 저지른 다음, 다시 이 부동산을 매각해 버렸을 때 나중에 한 매각행위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기존 대법원 판례였다. '횡령'은 제3자의 소유권 전체를 침해한 행위를 말하는데, 남의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횡령을 저지를 때 이미 소유권 전체를 건드린 것이기 때문에 뒤따른 행위는 불가벌적 사후행위(不可罰的 事後行爲)로 본다는 것이 횡령죄에 대한 기존 판례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1일 이같은 기존 판례를 깨고 새로운 판례를 제시했다. 종중 소유의 땅을 1억9000여만원에 처분해 횡령혐의로 기소되자, 이 땅에 대해 이미 두차례에 걸쳐 2000만원 상당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돈을 빌려 쓴 1차 횡령행위가 있으니 땅 매각행위는 횡령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안 모씨의 상고심 사건 확정판결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안씨에게 횡령죄를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1990년대 이후 대법원판례 10건을 수정하는 새 판례를 제시했다.
새 판례는 1차 횡령에 이은 2차행위를 두가지로 나누어 보았다. 먼저 1차 횡령에 따라 자연스럽게 예상되는 사후행위는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기존 판례와 같은 입장을 유지했다. 예를 들면 근저당권을 설정해 빚을 쓴 다음 빚을 갚지 않아 임의경매가 이뤄지는 경우, 임의경매는 근저당에 따라 자연스럽게 예상되기 때문에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보아 횡령죄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1차 횡령행위에서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행위 또는 1차 행위와 무관한 방법으로 법익을 침해하는 2차행위는 횡령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새 판례로 명확해진 점이다. 근저당권을 설정해 빚은 내 쓴 것과 아예 땅을 팔아버린 행위는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무관한 행위라고 보아 안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대법 전원합의체는 "두 가지 횡령 행위가 연이어 벌어졌을 때 뒤의 횡령으로 인한 위험이 앞선 것에 따른 위험을 넘어서서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위험을 추가한 경우라면 후행 행위가 별도의 횡령죄를 구성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문언으로 판례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일부 대법관은 "이 사건의 매도행위는 불가벌적 사후행위가 아니지만 논리구성과 판례변경 범위에 있어 다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며 별개 의견을 냈다.
안씨는 모 종중 총무로 일하던 2009년 2월 다른 종중 구성원의 동의를 얻지 않고 경기도 파주시의 종중 땅을 매각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안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으나 안씨는 "1995년과 2003년 해당 토지에 대해 근저당권을 설정해 이미 횡령 행위가 이뤄졌으며 그 이후 이뤄진 부동산 매매는 횡령한 물건의 처분행위로서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한다"는 논리로 상고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횡령죄에 있어 불가벌적 사후행위의 개념을 보다 명확히 정립해 일반인의 상식에 부합하는 결론을 내렸다"고 판결의 의의를 밝혔다.
진병기 기자 j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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