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가난, 절망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지역내일 2013-02-22
김명전 성균관대법학전문대학원 초빙교수

빚에 시달리던 30대 초반의 젊은 부부가 전기와 가스가 끊긴 안방에서 번개탄을 피워놓고 자살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OECD 34개국 중 자살율 1위의 국가에서 이런 사건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사회에 첫발을 뗀지 얼마 되지 않는 부부가 가난 때문에 미래를 송두리 채 포기한 사연이어서 더욱 안타깝다. 이 가족의 종말을 그냥 하나의 사건으로 치부하고 넘기기에는 우리 사회의 병증이 너무 넓고 깊다.

'가난 대물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 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8일 발표한 보고서(2012년 한국복지패널심층분석)에 따르면, 전국 5600가구를 대상으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간의 소득추이를 추적 분석한 결과,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한 '빈곤탈출률'이 2006년 35.4%에서 2009년 31.4%로 낮아진 것으로 밝혀졌다. 소득이 높았다가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빈곤진입률'도 감소 추세(7.7%에서 1.7%로)다.

'빈곤탈출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가난이 대물림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반대로 '빈곤진입율'의 하락 추세는 부의 기득권이 그 만큼 강고하다는 뜻이다. 모두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취약한 우리사회의 실상이다. 실제로 60%(58.7)에 가까운 사람들이 계층이동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포기, 즉 자포자기 심리가 일반화되어 있다.

'빈곤탈출' 갈수록 어려워져

부와 가난이 동시에 대물림되는 현상은 교육현장에서 더욱 명료하게 드러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월 소득150만원 미만, 빈곤층의 자녀들이 명문대학(최상위 10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비률은 2.6%에 불과하다. 월 소득 400만원 이상인 상위소득 계층의 28.4%의 10/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반면에 저소득층 자녀의 전문대학 진학률은 50.8%로 최상위층 15.7%보다 3배 이상 높다. 전체적인 대학 진학률에서도 최상위 계층은 82.6%인 반면에 최하위 계층은 58.4%에 불과하다.

부모의 가난이 자녀들의 교육의 격차로 나타나고 다시 사회적 신분으로 고착화되는 연결고리가 되는 셈이다. 가진 자는 더 풍요로운 미래를 보장 받으면서 가난한 사람은 더 처참한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사회라면 분명 잘못되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오늘 보다는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는 희망이 없다는 것, 그 처지를 무슨 말과 글로 다 헤아릴 수 있겠는가.

빈부 양극화의 심화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노동의 유연성과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명분으로 양산된 비정규직의 문제가 크다. 우리나라 19세 이상 총취업자를 2400만 명으로 추정할 때 비정규직은 600만명으로 추산된다. 4명 중 한명이 비정규직이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 꿈꿀 수 있도록

현대판 노예제도나 다를 바 없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해야 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사용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득권을 가진 노조의 동의를 구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오늘보다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모두 열린 마음으로 함께 했으면 싶다.

사회보장제도를 확충하고 새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취업해 있는 비정규직같은 저소득노동자의 고용을 안정화시키고 급여를 개선하는 것이 먼저다.

가난의 대물림, 그 절망의 연결고리를 끊어 빈곤 탈출의 기회를 주자. '희망의 새시대를 연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빈곤층이 희망의 파랑새가 되어 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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