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의 배경과 전망

일본정부, 엔저로 경제위기 탈출 꾀해

지역내일 2002-01-24 (수정 2002-01-25 오후 5:26:57)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23일 달러당 전일비 0.33엔 내린 134.95엔에 거래돼 하루새 1∼2엔에 가까운 변동폭을 보이면서 최근의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로써 엔화 가치는 3년 3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일본의 대다수 환율 전문가들은 미국과 일본의 경제력 차이를 감안할 때 엔저의 지속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면서 “일본경제 상황이 금융공황 직전까지 내몰린 것 아니냐”며 ‘3월 위기설’의 현실화를 우려하고 있다.

◇3월 위기설의 배경=위기설은 3월에 기업의 2001년회계연도 결산과 예금부분보장제 도입에 따른 금융자산 보호해제(페이오프)가 시기적으로 겹친다는 것.
우선 결산하면 순자산부족의 증가로 인한 대량부도 사태가 발생한데 따른 일본 금융시장 위기에 대한 우려다. 은행들이 2001년 회계연도 기업 결산기를 앞두고 부실채권의 정리과정에서 기업에 대출할 여력이 없는 것은 물론 오히려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회수를 해야 할 판이다. 이에따라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내수시장의 축들인 건설·부동산·유통업계의 줄도산이 우려된다. 건설, 부동산, 유통 등 이른바 ‘부실 3업종’의 부채는 총 252조엔에 달하는 데 비해 현금수지는 13억엔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해 건설회사인 아오키와 유통회사인 마이칼이 파산한 데 이어 요즘에는 대형 슈퍼체인인 다이에가 경영난에 빠져 이런 위기감을 현실화하고 있다.
부도가 확산돼 금융 위기의식이 고조될 경우, 엔화·주식·채권 등에 대한 ‘셀 재팬(일본 매도)’과 자본유출이 확산돼 달러당 145∼150엔선 이상으로 엔화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또 4월 1일부터는 예금의 전액보장제도가 폐지되고, 원금 1천만엔 이하와 그 이자만 보호되는 부분보장제도가 실시된다. 이 제도는 금융기관에 부실이 발생하면 예금대지급을 통해 부실금융기관을 청산·파산시키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계약이전이나 제3자 매각방식을 통한 금융기관간 합병을 추진해 왔다.
이에 따라 이 제도가 시행되면 각 금융회사에 분산돼 예치돼 있는 자금이 우량 금융회사로 몰리는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이런 현상이 가시화해 중부지방의 대표적인 은행인 이시카와은행을 비롯한 5개 은행이 파산했고, 금융회사들이 판매하는 머니마켓펀드(MMF)의 해약도 급격히 늘고 있다. 특히 부분보장제도가 부실금융기관의 퇴출과 구조조정차원에서 추진됨에도 자칫 금융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져 신용공황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다.

◇미·일‘엔저 갈등’조짐=이런 가운데 폴 오닐 미국 재무장관은 22일과 23일 이틀 연속 엔저에 편승한 수출증대로 경기회복을 꾀하려는 일본 정부의 엔저 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해 엔저정책을 놓고 미국과 일본이 갈등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닐 장관은 23일 도쿄 프레스클럽에서 행한 연설에서 “(일본이) 수출주도형 성장이나 끝없는 공공 프로젝트 추진 등 과거의 처방으로는 기대하는 효과를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22일 오닐 장관은 시오카와 마사주로 일본 재무상과의 회견 뒤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의도적인 엔저 정책은 보호무역정책과 다를 바 없다”면서“환율 조정으로는 은행권 부실채권이나 생산성 향상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는 반대로 시오카와 재무상은 22일 “오닐 장관이 환율에 대해 시장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고 전해 부시 행정부가 여전히 엔저를 용인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일본 정부의 대책과 전망=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23일 금융위기로 인한 공적자금 투입에 대해 “아직은 시기가 아니지만 신용질서 유지에 우려할만한 사태가 오면 대담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며 “기본적으로 환율문제는 시장에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시오카와 마사주로 일본 재무상도 이날 “환율과 은행 부실여신 처리는 별개 문제라는 폴 오닐 미국 재무장관의 견해에 동의한다”며 “환율은 시장에 맡겨야 하고, 정부의 역할은 펀더멘털을 개선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로다 하루히꼬 재무성 재무관 역시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글에서“엔화 하락은 정부정책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일본 경제 펀더멘탈에 기인하는 것”이며 “경기 회복의 기초를 놓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로다는 기고글에서 “일본 경제는 2년 이상 디플레이션에 빠져 있다”며 △금융권의 부실채권 정리 △신산업 투자촉진을 위한 규제철폐 △건전재정 등 3대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같은 일본정부의 입장을 고려해 볼 때 엔화약세는 주변국의 빈곤화를 초래하는 동반약세화와 맞물려 환율전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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