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업의 동반자, 농협상호금융│②농업을 아는 금융] “진짜농부는 돈 떼먹지 않는다”

지역내일 2013-02-26
신북·전주농협, 예대율 80% 수준에 연체율 1%도 안돼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에서 파프리카 농사를 짓고 있는 유영길(55세)씨는 지난 2008년 1억원을 투입해 심었던 파프리카를 하나도 수확하지 못하면서 위기에 내몰렸다. 파프리카를 수확해야 대출금이자와 자재대금을 갚을 수 있지만 고스란히 빚더미에 내몰리게 된 상황이었다. 유씨를 도운 것은 춘천 신북농협이었다. 신북농협은 경영회생자금으로 3억2500만원을 그에게 빌려줬다. 경영회생자금은 정부의 정책자금이어서 이자는 3%로 낮았다. 상환조건도 3년거치 7년 분할상환이었다.

신북농협은 신규 대출을 운전자금과 대환대출(높은 금리의 부채를 낮은 금리의 부채로 바꾸는 것)로 지급했다. 유씨는 이 돈으로 오이를 심어 1억원 매출을 올렸다. 비용을 제하고도 9000만원 넘는 순수익을 거뒀다.

◆농업경영자 살린 신북농협의 경영회생 지원 = 유씨는 자신의 농업에 대해 뚜렷이 파악하고 있는 경영자다. 그는 한 해 매출, 비용을 간단히 밝혔다. 농업인들이 자신의 매출액이나 비용을 다른 사람이 알기 쉽게, 선선이 밝히는 일은 드물다.

유씨의 농업경영은 비닐하우스 1만3200㎡(4000평)를 기반으로 한다. 그는 1993년 정부에서 온실을 지원할 때 농업을 시작했다. 군대 제대 후 장비사업을 하면서 마련한 돈을 밑천으로 하우스 9900㎡(3000평)를 지어 시작했다. 한때 7000평까지 갔지만 1998년 외환위기 때 금리가 28%까지 치솟아 3000평을 팔았다. 하우스 지을 때 대출받은 돈을 땅을 팔아 갚았다.

그는 처음 토마토 농사를 하다 방울토마토로, 그리고 파프리카로 작목을 바꿨다. 춘천에서 파프리카 농사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오랫동안 거래하고 있는 일본의 바이어가 원했기 때문이다.

유씨는 "지난해 4억5000만원 매출에 비용 약 3억원을 제한 후 1억5000만원 가량 순수익을 거뒀다"고 말했다. 그는 "파프리카 농사를 잘하면 평당 10만원 매출은 거뜬히 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용은 하우스 난방비(기름값) 1억2000만원, 모종값 4000만원, 비료 4000만원, 농약 등 2000만원, 외국인 노동자 1인 인건비 3000만원, 원리금상환(금융비용) 5500만원 등이다. 기름값은 면세유가 아니면 2억원 수준으로 올라간다. 종자는 네덜란드산이다. 인건비도 최대한 절약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 고용을 줄이고 부인과 딸이 함께 일한다. 그는 "한 해 3억원은 갖고 있어야 농사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오이를 심어 위기를 넘겼지만 다음해엔 다시 파프리카 농사를 계속했다. 오이를 4000평에 심으면 매출 1억원(수익 9500만원), 방울토마토는 2억원 매출(수익 8000만원) 수준이지만 파프리카는 4억~5억원 매출에 최대 2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어가 계속 그의 파프리카를 원한 것도 중요한 이유다.

유씨는 "우리같은 경우 농협의 도움을 많이 받는데, 농사를 열심히 짓는 진짜 농사꾼은 빚이 얼마이든 계속 지원해야 한다"며 "농협은 진짜농사꾼과 건달농사꾼을 잘 알고 있고, 진짜 농사꾼은 돈을 떼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이 유혹해도 전주농협과 거래 = 인삼농사를 짓는 박범옥(55세)씨는 지난 2010년 금융거래처를 2년간 거래하던 시중은행에서 전주농협으로 바꿨다. 당시 그는 5억8000만원의 대출금을 연 7%대의 고금리 부동산대출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농협은 5.85%의 낮은 금리였다. 이자차액만 월 55만원으로 연 667만원에 달했다. 만기(3년)까지 이자차액은 2000만원에 달했다.

박씨는 "시중은행은 농업을 잘 모르지만 농협은 농사를 잘 안다"며 "농민입장에서는 농민의 처지를 아는 농협이 시중은행보다 더 낫다"고 말했다. 그는 "농협은 전화도 자주 해주고 자산관리도 해주지만 시중은행에서 자신 정도의 고객은 신경쓰기 어렵다"며 "시중은행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다시 오라고 하지만 농협과 계속 거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북농협과 전주농협은 상호금융을 취급하는 지역농협으로 제2금융권에 속해 있고 시중은행이 꺼리는 농업인에 대한 대출비중이 높지만 연체율은 1%가 안된다. 그렇다고 대출을 소극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다. 신북농협은 수신 1200억원 중 83%인 1000억원을 대출한다. 금융감독당국이 상호금융감독기준을 강화하면서 제시한 예대율 80% 가이드라인을 뛰어넘을 정도로 공세적이다. 하지만 연체율은 0.8%에 불과하다.

전주농협도 수신금액 8700억원 중 6700억원을 대출(예대율 77%)한다. 전국 농협에서 예금은 38위지만 대출은 30위일 정도로 공세적인 대출활동을 한다. 하지만 연체율은 0.96%에 불과하다. 지난해 시중은행의 연체율은 1.00% 수준이었다.

농협중앙회 상호금융지원본부 관계자는 "지역농협은 채권회수를 위해 함부로 담보물건을 경매에 넘길 수도 없는데 연체율이 1%도 안되는 것은 경이적인 일"이라며 "지역농협 여신담당자들이 단순대출에 그치지 않고 농업인들의 영농성공을 위해 꾸준히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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