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아시지요? 요란하게 와서 미안합니다. 신문 덕분에 제 얼굴을 미리 알게 되어 여러분들이 편안한 느낌을 갖는다면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지난 20일 국무총리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 새 위원장의 취임사는 다소 기묘하게 시작됐다. 임명 소식이 채 알려지기도 전에 ‘낙하산’ 시비에 시달렸던 때문이다. 강지원 검사와 김성이 교수에 이어 청소년 보호업무를 추진해갈 3대 위원장은 40대 중반의 여성이다. 강단과 여성운동계, 정당과 청와대를 거쳐 청소년보호위원회에 이른 이승희(46) 신임 위원장을 만났다.
내정 사실이 알려지면서 줄곧 자격시비가 일었는데
여러 가지가 겹쳤다. 일부에서는 청와대 출신이면 일단 낙하산이라고 하는데 유독 나한테 심했던 것은 여성과 연령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또 하나는 청소년 전문가가 아니라는 건데 여성정책과 청소년정책은 상당히 비슷하다. 취약 계층이라는 것도 그렇고 사회적으로 소외되어있다는 것도 그렇고 중첩되는 부분이 많다. 청소년 성매수만 해도 여성정책일 수도 있고 청소년 정책일 수도 있는 문제다.
40대 초반의 청와대 여성 공보수석이 탄생한지 얼마 안됐는데 바로 40대 중반의 여성 기관장 임명소식이 들려왔다. 정부의 여성인재 활용 의지인가
여성정책 중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다. 대통령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면서 힘을 실어줬다. 여성 장군이나 총경의 탄생도 여성의 사회진출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정책적 결정이다. 이번 인사도 마찬가지다. 내가 임명된 것은 개인적인 측면에서가 아니라 공적으로 의미가 있다. 여성 기관장 임명으로 여성의 고위직 진출 물꼬를 트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위원장은 여성정책 전문가이다. 임명 소식에 대해 여성계의 반응은 어떤가
어떤 선배들은 40대 여성 기관장이 나온 게 너무 좋다고 말하기도 한다. 20년 전 여성평우회가 만들어질 때 간사로 활동하면서 여성운동을 시작했다. 20년동안 여성운동하고 강의하고 글쓰고 당에 들어가서 실무경험도 했고 청와대에서 여성정책비서관으로 행정경험, 조직관리경험을 했다. 나는 여성으로서 전반적인 행정업무를 파악하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아래에서부터 다양한 실무와 행정경험을 쌓아왔고 그렇게 탄생한 여성기관장이다. 앞으로 여성들도 리더십 훈련을 받고 그것이 공적으로 인정받아야 할 필요가 있는데 그런 점에서 나는 하나의 유형으로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전임 위원장들이 각각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청보위를 잘 꾸려왔다. 이 위원장은 어떤 분야에 집중하고 싶은지
강지원 1대 위원장은 청보위를 만들면서 일을 시작해 조직이 그 규모보다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위상을 올려놨다. 김성이 2대 위원장은 교수 출신이어서 청보위가 정부 안에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아래로부터 조직을 단단히 정비했다. 세번째인 나는 청소년정책이 어떻게 국가정책 우선 순위 안으로 들어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여성정책은 그게 됐다. 전에는 여성정책을 NGO에서 담당했는데 국민의 정부 들어와서 청와대 비서실, 여성부, 여성정책담당관실을 만들면서 행정조직에 기반을 마련하고 여성정책을 국가정책의 흐름 안으로 들여놓았다. 청소년정책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청보위의 첫 여성 기관장으로 부담은 없는지
남자 조직의 장이 돼 운영해본 경험이 없어서 걱정도 된다. 남자들처럼 술 한잔 마시고 푼다든지 하는 것도 못하고 출신 학교나 고향, 고시 몇기 등등을 연으로 하는 형님 아우도 없다. 조직의 장으로써 무조건적인 복종이 아니라 자발적인 협조를 받아야하고 그러려면 사랑과 존경을 받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여성들의 장점이 있다. 배려 자상함 등 여성적 리더십의 장점으로 남성적 리더십의 무족한 면을 메울 것이다.
- 청소년정책에 대한 나름의 원칙이 있는가. 위원장 역시 청소년 자녀를 겪었을 텐데 거기서 얻어진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해달라
이번에 대학에 들어가는 딸아이가 정말 요란한 청소년기를 겪었다. 그덕에 시야를 많이 넓힐 수 있었다. 나는 모범생이었고 아이가 모범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건 생각도 못해봤는데 우리 애는 공부를 못하더라고.(웃음) 아이가 공부를 안하고 속을 썩이니까 모범생이지 않은 다수, 공부 못하고 탈선하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때 깨달은 건 하나다. 아이들은 사랑으로 키우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 청소년을 교화의 대상으로 여기고 잘못을 지적하며 벌을 주는 쪽으로 접근하면 안된다. 관심과 애정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이 비뚤어진다. 청소년정책을 하는 사람의 자격은 아이들에게 관심이 있고 그게 얼마나 강하냐 하는 거다.
곧 두번째 신상공개를 해야 할 텐데 1차 신상공개 이후 가해자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있었는가 하면 오히려 지금의 신상공개 수위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마치 신상공개 자체가 목적인 것처럼, 남자들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한 방법으로 잘못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신상공개 대상자들을 보면 성매수는 30% 이하이고 나머지 70%는 13세 미만 어린이강간이나 윤간같은 사회적 파렴치범들이다. 그런데도 ‘재수 없게 걸려서’ 공개된 것처럼 이야기한다. 신상공개는 사회적으로 청소년 성매수, 강간, 성범죄는 절대 안된다, 어떤 경우에도 허용할 수 없다는 가치가 확립되기 전까지 더 보완 강화해서 시행해야 한다. 그 대신 정말 인권침해의 소지가 없게 조사를 잘 해야 하고 제도적으로 부적한 면이 있다면 보완해야 한다.
앞으로의 업무 계획은
해야 할 일은 무궁무진한데 일단 올해는 흡연예방과 인터넷, 학교 폭력과 가출, 성매매 네가지를 중점 사업으로 잡았다. 무엇보다 국민들 모두가 청소년업무에 동참할 수 있도록 의식을 바꾸는 일에 집중할 계획이다.
/ 미즈엔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지난 20일 국무총리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 새 위원장의 취임사는 다소 기묘하게 시작됐다. 임명 소식이 채 알려지기도 전에 ‘낙하산’ 시비에 시달렸던 때문이다. 강지원 검사와 김성이 교수에 이어 청소년 보호업무를 추진해갈 3대 위원장은 40대 중반의 여성이다. 강단과 여성운동계, 정당과 청와대를 거쳐 청소년보호위원회에 이른 이승희(46) 신임 위원장을 만났다.
내정 사실이 알려지면서 줄곧 자격시비가 일었는데
여러 가지가 겹쳤다. 일부에서는 청와대 출신이면 일단 낙하산이라고 하는데 유독 나한테 심했던 것은 여성과 연령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또 하나는 청소년 전문가가 아니라는 건데 여성정책과 청소년정책은 상당히 비슷하다. 취약 계층이라는 것도 그렇고 사회적으로 소외되어있다는 것도 그렇고 중첩되는 부분이 많다. 청소년 성매수만 해도 여성정책일 수도 있고 청소년 정책일 수도 있는 문제다.
40대 초반의 청와대 여성 공보수석이 탄생한지 얼마 안됐는데 바로 40대 중반의 여성 기관장 임명소식이 들려왔다. 정부의 여성인재 활용 의지인가
여성정책 중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다. 대통령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면서 힘을 실어줬다. 여성 장군이나 총경의 탄생도 여성의 사회진출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정책적 결정이다. 이번 인사도 마찬가지다. 내가 임명된 것은 개인적인 측면에서가 아니라 공적으로 의미가 있다. 여성 기관장 임명으로 여성의 고위직 진출 물꼬를 트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위원장은 여성정책 전문가이다. 임명 소식에 대해 여성계의 반응은 어떤가
어떤 선배들은 40대 여성 기관장이 나온 게 너무 좋다고 말하기도 한다. 20년 전 여성평우회가 만들어질 때 간사로 활동하면서 여성운동을 시작했다. 20년동안 여성운동하고 강의하고 글쓰고 당에 들어가서 실무경험도 했고 청와대에서 여성정책비서관으로 행정경험, 조직관리경험을 했다. 나는 여성으로서 전반적인 행정업무를 파악하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아래에서부터 다양한 실무와 행정경험을 쌓아왔고 그렇게 탄생한 여성기관장이다. 앞으로 여성들도 리더십 훈련을 받고 그것이 공적으로 인정받아야 할 필요가 있는데 그런 점에서 나는 하나의 유형으로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전임 위원장들이 각각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청보위를 잘 꾸려왔다. 이 위원장은 어떤 분야에 집중하고 싶은지
강지원 1대 위원장은 청보위를 만들면서 일을 시작해 조직이 그 규모보다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위상을 올려놨다. 김성이 2대 위원장은 교수 출신이어서 청보위가 정부 안에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아래로부터 조직을 단단히 정비했다. 세번째인 나는 청소년정책이 어떻게 국가정책 우선 순위 안으로 들어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여성정책은 그게 됐다. 전에는 여성정책을 NGO에서 담당했는데 국민의 정부 들어와서 청와대 비서실, 여성부, 여성정책담당관실을 만들면서 행정조직에 기반을 마련하고 여성정책을 국가정책의 흐름 안으로 들여놓았다. 청소년정책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청보위의 첫 여성 기관장으로 부담은 없는지
남자 조직의 장이 돼 운영해본 경험이 없어서 걱정도 된다. 남자들처럼 술 한잔 마시고 푼다든지 하는 것도 못하고 출신 학교나 고향, 고시 몇기 등등을 연으로 하는 형님 아우도 없다. 조직의 장으로써 무조건적인 복종이 아니라 자발적인 협조를 받아야하고 그러려면 사랑과 존경을 받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여성들의 장점이 있다. 배려 자상함 등 여성적 리더십의 장점으로 남성적 리더십의 무족한 면을 메울 것이다.
- 청소년정책에 대한 나름의 원칙이 있는가. 위원장 역시 청소년 자녀를 겪었을 텐데 거기서 얻어진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해달라
이번에 대학에 들어가는 딸아이가 정말 요란한 청소년기를 겪었다. 그덕에 시야를 많이 넓힐 수 있었다. 나는 모범생이었고 아이가 모범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건 생각도 못해봤는데 우리 애는 공부를 못하더라고.(웃음) 아이가 공부를 안하고 속을 썩이니까 모범생이지 않은 다수, 공부 못하고 탈선하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때 깨달은 건 하나다. 아이들은 사랑으로 키우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 청소년을 교화의 대상으로 여기고 잘못을 지적하며 벌을 주는 쪽으로 접근하면 안된다. 관심과 애정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이 비뚤어진다. 청소년정책을 하는 사람의 자격은 아이들에게 관심이 있고 그게 얼마나 강하냐 하는 거다.
곧 두번째 신상공개를 해야 할 텐데 1차 신상공개 이후 가해자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있었는가 하면 오히려 지금의 신상공개 수위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마치 신상공개 자체가 목적인 것처럼, 남자들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한 방법으로 잘못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신상공개 대상자들을 보면 성매수는 30% 이하이고 나머지 70%는 13세 미만 어린이강간이나 윤간같은 사회적 파렴치범들이다. 그런데도 ‘재수 없게 걸려서’ 공개된 것처럼 이야기한다. 신상공개는 사회적으로 청소년 성매수, 강간, 성범죄는 절대 안된다, 어떤 경우에도 허용할 수 없다는 가치가 확립되기 전까지 더 보완 강화해서 시행해야 한다. 그 대신 정말 인권침해의 소지가 없게 조사를 잘 해야 하고 제도적으로 부적한 면이 있다면 보완해야 한다.
앞으로의 업무 계획은
해야 할 일은 무궁무진한데 일단 올해는 흡연예방과 인터넷, 학교 폭력과 가출, 성매매 네가지를 중점 사업으로 잡았다. 무엇보다 국민들 모두가 청소년업무에 동참할 수 있도록 의식을 바꾸는 일에 집중할 계획이다.
/ 미즈엔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