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광장 공동대표,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지난달 26일 미국 상원이 척 헤이글 전 전 공화당 상원의원을 2기 오바마정부의 새 국방장관으로 인준했다는 보도가 눈길을 끌었다. 첫째로 관심을 끈 것은 헤이글 장관이 청문회를 통과하는 데 무려 50여일이나 걸렸다는 사실이다. 우리 국회는 며칠이면 장관 청문을 끝내는데 미국 상원은 조사할 것이 뭐가 그리 많아서 50여일이나 청문을 끌었는지 궁금했다.
또 궁금한 건 인사청문이 반백일이나 걸렸다는데 그가 탈법이나 부패 등 부도덕한 문제로 공격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한마디도 없는 것이었다. 동료 공화당 의원들이 그가 이스라엘에 비우호적이고 이란의 위협에 단호하지 못하다며 비판하고 공격을 날렸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우리 인사청문회와는 모양새가 너무 달랐다. 아마 박근혜 대통령이 그래야 한다고 주장하는 청문회가 바로 척 헤이걸 국방장관이 겪은 그런 청문회였을 것이다.
인사청문회가 문제가 많다고 비판하는 데는 한 미 국회의원들 사이에 별 차이가 없을 것 같다. 미국 상원은 매년 1200명에서 1400명에 이르는 정부 고위직에 대한 인사청문을 한다. 그런데 공직후보자들에 대한 검증이 너무 심해 유능한 인사들이 국가에 봉사할 자리에 임명되는 것을 꺼리고 있다며 청문회의 지나친 검증을 비판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미국 청문회에서는 위장전입을 하지 않았느냐, 탈세하지 않았느냐, 땅투기 하지 않았느냐 따위의 추궁은 없다. 왜? 백악관 인사국(OPP)을 중심으로 연방수사국(FBI) 국세청(IRS) 정부윤리처(OGE) 등 공직 후보자의 직위와 관련된 부처의 윤리조사관이 비윤리적 행동이나 이해충돌 혐의가 있는 문제를 미리 조사해서 걸러내기 때문이다.
미국의 청문회 비판자들이 인사청문회의 검증이 지나치고 시간을 너무 오래 끈다고 불평하는 것은 상원 청문회에서 이뤄지는 검증이 지나치다는 것이 아니라 행정부 내의 검증을 두고 하는 소리다.
정책 질의보다 부패 스캔들 전시장
박근혜 대통령도 국회의 검증이 지나쳐서 유능한 인재가 정부에 들여오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우선 장관후보로 선정할 인물들의 도덕성을 철저히 조사할 일이다. 나라의 정책을 이끌 장관이나 고위직에 대한 도덕성 검증을 허술하게 해놓고 그것을 따지는 국회 청문회가 너무하다고 불평하는 것은 자기가 할 일은 하지 않고 남 탓만 하는 한국 정치인들의 몸에 밴 버릇이다. 인사 검증은 도덕성도 검증하는 것이다. 부도덕한 지도자의 말을 누가 믿고 따르겠는가?
미국은 검증이 철저한데도 제111차 회기(2009~2010년) 상원의 인사검증 통과율이 87%(964명 중 843명)이었다. 따라서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인사 전횡을 견제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상원의 인시청문회의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청문회를 없애자고 주장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척 헤이걸의 인사청문에서 또 한가지 주목을 끈 것은 공화당 의원들이 그의 인준을 막기 위해서 2주간이나 필리버스터(합법적인 의사방해) 작전을 썼다는 것이다. 우리는 장관 후보가 며칠만 시달리면 청문의 시련을 벗어날 수 있지만 미국 상원은 필리버스터 작전으로 무능하거나 부도덕하다고 판단되는 대통령 지명자의 인준 투표를 무한정 지연시킬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인준 실패로 이어진다. 인준투표를 실시하려면 토론을 종결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100명의 상원의원 중 60명이 찬성해야 한다. 인준투표는 출석 과반수로 결정이 나지만 토론을 종결하고 인준투표를 실시하게 하려면 60표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성급한 투표종결을 그만큼 어렵게 한 것이다.
미 상원 인사청문회 검증은 시한이 없다
상원은 접수한 지명 안건에 대해 행동을 취해야 할 의무가 없다. 실제로 정부에서 제출한 지명 인준 요청에 상원이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음으로써 인준이 실패하는 사례가 흔히 일어난다. 상원이 30일 이상 휴회에 들어가면 인준 안된 모든 지명 안건은 대통령에게 반송되며 대통령은 인준절차를 재개해야 한다. 정부의 고위직 임명에 대한 책임을 대통령과 상원(의회)이 분담하게 한 미국 헌법(제2조의 2) 정신에 따른 것이다.
4일부터 박근혜정부 장관 지명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재개된다. 우리의 인사청문회도 그 정신에 있어서 미국과 차이가 없다고 본다면 박근혜정부도 능력과 도덕 양 측면에서 검증된 인물을 선정해서 국회에 인준을 구했어야 한다. 과연 그랬는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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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미국 상원이 척 헤이글 전 전 공화당 상원의원을 2기 오바마정부의 새 국방장관으로 인준했다는 보도가 눈길을 끌었다. 첫째로 관심을 끈 것은 헤이글 장관이 청문회를 통과하는 데 무려 50여일이나 걸렸다는 사실이다. 우리 국회는 며칠이면 장관 청문을 끝내는데 미국 상원은 조사할 것이 뭐가 그리 많아서 50여일이나 청문을 끌었는지 궁금했다.
또 궁금한 건 인사청문이 반백일이나 걸렸다는데 그가 탈법이나 부패 등 부도덕한 문제로 공격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한마디도 없는 것이었다. 동료 공화당 의원들이 그가 이스라엘에 비우호적이고 이란의 위협에 단호하지 못하다며 비판하고 공격을 날렸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우리 인사청문회와는 모양새가 너무 달랐다. 아마 박근혜 대통령이 그래야 한다고 주장하는 청문회가 바로 척 헤이걸 국방장관이 겪은 그런 청문회였을 것이다.
인사청문회가 문제가 많다고 비판하는 데는 한 미 국회의원들 사이에 별 차이가 없을 것 같다. 미국 상원은 매년 1200명에서 1400명에 이르는 정부 고위직에 대한 인사청문을 한다. 그런데 공직후보자들에 대한 검증이 너무 심해 유능한 인사들이 국가에 봉사할 자리에 임명되는 것을 꺼리고 있다며 청문회의 지나친 검증을 비판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미국 청문회에서는 위장전입을 하지 않았느냐, 탈세하지 않았느냐, 땅투기 하지 않았느냐 따위의 추궁은 없다. 왜? 백악관 인사국(OPP)을 중심으로 연방수사국(FBI) 국세청(IRS) 정부윤리처(OGE) 등 공직 후보자의 직위와 관련된 부처의 윤리조사관이 비윤리적 행동이나 이해충돌 혐의가 있는 문제를 미리 조사해서 걸러내기 때문이다.
미국의 청문회 비판자들이 인사청문회의 검증이 지나치고 시간을 너무 오래 끈다고 불평하는 것은 상원 청문회에서 이뤄지는 검증이 지나치다는 것이 아니라 행정부 내의 검증을 두고 하는 소리다.
정책 질의보다 부패 스캔들 전시장
박근혜 대통령도 국회의 검증이 지나쳐서 유능한 인재가 정부에 들여오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우선 장관후보로 선정할 인물들의 도덕성을 철저히 조사할 일이다. 나라의 정책을 이끌 장관이나 고위직에 대한 도덕성 검증을 허술하게 해놓고 그것을 따지는 국회 청문회가 너무하다고 불평하는 것은 자기가 할 일은 하지 않고 남 탓만 하는 한국 정치인들의 몸에 밴 버릇이다. 인사 검증은 도덕성도 검증하는 것이다. 부도덕한 지도자의 말을 누가 믿고 따르겠는가?
미국은 검증이 철저한데도 제111차 회기(2009~2010년) 상원의 인사검증 통과율이 87%(964명 중 843명)이었다. 따라서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인사 전횡을 견제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상원의 인시청문회의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청문회를 없애자고 주장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척 헤이걸의 인사청문에서 또 한가지 주목을 끈 것은 공화당 의원들이 그의 인준을 막기 위해서 2주간이나 필리버스터(합법적인 의사방해) 작전을 썼다는 것이다. 우리는 장관 후보가 며칠만 시달리면 청문의 시련을 벗어날 수 있지만 미국 상원은 필리버스터 작전으로 무능하거나 부도덕하다고 판단되는 대통령 지명자의 인준 투표를 무한정 지연시킬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인준 실패로 이어진다. 인준투표를 실시하려면 토론을 종결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100명의 상원의원 중 60명이 찬성해야 한다. 인준투표는 출석 과반수로 결정이 나지만 토론을 종결하고 인준투표를 실시하게 하려면 60표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성급한 투표종결을 그만큼 어렵게 한 것이다.
미 상원 인사청문회 검증은 시한이 없다
상원은 접수한 지명 안건에 대해 행동을 취해야 할 의무가 없다. 실제로 정부에서 제출한 지명 인준 요청에 상원이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음으로써 인준이 실패하는 사례가 흔히 일어난다. 상원이 30일 이상 휴회에 들어가면 인준 안된 모든 지명 안건은 대통령에게 반송되며 대통령은 인준절차를 재개해야 한다. 정부의 고위직 임명에 대한 책임을 대통령과 상원(의회)이 분담하게 한 미국 헌법(제2조의 2) 정신에 따른 것이다.
4일부터 박근혜정부 장관 지명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재개된다. 우리의 인사청문회도 그 정신에 있어서 미국과 차이가 없다고 본다면 박근혜정부도 능력과 도덕 양 측면에서 검증된 인물을 선정해서 국회에 인준을 구했어야 한다. 과연 그랬는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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