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 중산층 70%복원이 첩첩 산중이다. 약속 실천의 첫 해부터 시련의 연속일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중산층을 복원하고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거듭 거듭 공약했다. 중산층 복원을 새 정부 경제정책의 제1과제로 삼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중산층을 복원하려면 우선 경제를 살려야 한다. 그의 표현대로 경제부흥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고 소득을 늘려 빚을 줄여나가도록 하는 복합적인 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
허나 돌아가는 경제 사정은 중산층 복원에 우호적이지 못하다. 장기 불황국면에 접어든 데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어 가면서 위기징후가 점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 경제를 강타한 불경기 한파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투자와 소비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 반해 서민물가는 뜀박질을 하고 성장률 전망치도 3%대로 낮아졌다.
기업 체감경기는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 대한 상의가 조사한 '2013년 1분기 기업경기전망'을 보면 매우 비관적이다. 올 1분기 기업 경기전망은 지난해 4분기보다 5포인트 하락했다. 기업 경기전망이 70 아래로 내려가는 건 흔치 않은 일인데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하락했다. 한국은행 등이 예상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3%대이나 기업들이 체감하는 성장률은 2%에 그쳐 냉랭한 경기 실상을 반영하고 있다.
자영업, 가계부실과 중산층 붕괴의 뇌관
실제로 대부분의 상장사들은 '어닝 쇼크'에 빠졌다. 혹심한 불경기 탓에 지난해 4분기 경영실적이 찌들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수출중심의 재벌기업만 그들만의 배당잔치를 벌이고 있을 뿐 일부 기업 특히 내수 중심의 중소기업은 기껏 장사하고도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위기가 지속되어 왔고 부실기업 퇴출과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노력을 해왔지만 역부족이었다. 문제는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미 21개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상장 건설사 3곳 중 1곳이 적자를 기록했다. 자본잠식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건설업의 잇단 도산은 금융부실로 이어져 일자리가 줄어들고 2·3차 협력업체의 피해 등 후유증이 적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자영업의 몰락이다. 자영업의 몰락이 중산층 붕괴의 덫으로 떠오른지 오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급증추세를 보이던 자영업자 수가 올 1월엔 2만1000명(작년 동월대비) 줄었다. 18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무급 가족종사자도 5만4000명이나 줄었다. 자영업이 일자리 창출과 퇴직자 노후대책의 돌파구가 아니라 가계부실과 중산층 붕괴의 뇌관이 되고 있는 셈이다.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은 자영업은 다산다사(多産多死)형태의 구조적 취약점을 보여왔다. 베이비 부머의 은퇴와 맞물려 너 나 없이 뛰어들어 과밀경쟁이 벌어졌고 불황이 겹쳐 빚만 떠안고 퇴출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자영업 금융부채가 360조원에 이른다고 하니 이들의 급속한 몰락은 '중산층 사다리'를 타보지도 못하고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꼴이다. 빈곤층 전락은 가계부실과 금융부실의 뇌관이 될 위험이 크다.
일자리와 교육기회 확대가 무엇보다 시급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안고 있는 빚도 빈곤층 추락 방지와 중산층 복원을 위해 넘어야 할 높은 산이다. 작년 말 가계부채는 959조원에 이르렀다.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도 위기 경제에 무거운 부담이지만 그 중 소득하위 40%가 진 빚이 140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생활비와 전월세 보증금 등 다른 빚을 갚기 위해 진 빚이 88조원이다. 2010년 75조원에서 2년 사이에 13조원이 증가했다. 먹고 살기 위해 진 빚이 가구당 181만원씩 늘어난 셈이다.
소득 하위 20% 저소득층의 경우는 부채가 연 소득의 8배를 넘는다고 한다. 소득이 적어서 먹고 살기 위해 빚을 내고 그 빚을 갚기 위해 다시 빚을 내야 하는 슬픈 빚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 것이다. 중산층 복원에는 중산층 붕괴원인이 다양한 만큼 복합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청년층엔 중산층 진입을 위한 사다리를, 한계상황에 놓인 중장년층엔 연착륙 지원을 해야 한다. 여기엔 일자리와 교육기회의 확대가 필수적이다. 중산층 70% 복원공약만 실현해도 박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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