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범 때마다 ‘100일 악몽’

지역내일 2013-03-13
앞 정권도 집권 초 혼란, 일할 타이밍 놓쳐
"야, 배려 없어" … "준비 부족한 정권 숙명"

#장면1. 5년 전 이명박정부 초기. 경제회생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안고 출범한 이 대통령은 취임식을 치르기도 전부터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강부자(강남 부자) 인사논란에 휩싸였다. 취임 후 3개월. 이번엔 미국산 쇠고기 수입파동이 몰아쳤다. 청와대는 우왕좌왕했고 결국 취임 3개월 만에 이 대통령은 대국민사과를 해야 했다. 지지율이 20%대까지 추락한 뒤였다.

#장면2. 10년 전 노무현정부 초기.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을 안고 출범한 참여정부는 정제되지 않은 국정운영으로 비판을 받았다. 화물연대 파업과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파문, 새만금사업 중단 여부를 놓고 오락가락하면서 '준비되지 않은 정권'이라는 인식만 남겼다.

대통령 취임 직후 100일은 천금과 바꿀 수 없는 시간이라고 한다. 5년 단임대통령제의 태생적 한계상 대통령의 지지도와 국정주도권은 5년 내내 하향곡선을 그리기 십상이다. 따라서 대통령으로선 국민적 호응이 가장 높고 국정주도권이 강력한 임기 초에 자신이 공약한 과제들을 소신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때 못하면 5년내내 못한다는 경험담은 흘려들을 얘기가 아니다.

김영삼·김대중정부는 취임 100일을 성공적으로 보낸 정권으로 평가된다. 김영삼정부는 취임 초 군부 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척결하고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를 감행했다. 지지율이 90%대까지 치솟았고 이에 힘입어 또다른 개혁을 추진했다. 지지율과 개혁이 선순환효과를 불러온 것이다.

김대중정부는 IMF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전력투구했다. '준비된 경제대통령'을 내건 김 대통령은 치밀한 경제카드를 썼고 결과적으로 취임 100일 만에 환율이 안정되고 대외신인도가 급등했다.

1987년 직선제도입 이후 첫 과반지지 확보를 통해 기대감을 키운 박근혜정부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 불안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취임한 지 17일째지만 아직 내각은 빈 자리가 많고, 청와대도 미완성이다. 취임 1주일 만에 직접 대국민담화까지 했지만 정부조직법 협상은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100일 가운데 남은 80여일도 순항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속도대로라면 내각은 내달초나 완성된다. 최악인 여야 상황에 비쳐볼 때 박 대통령이 약속한 140개 국정과제 추진도 만만치 않다. 당장 3월 또는 4월국회에서 국정과제 실천을 위한 법률안 개정이나 예산확보를 추진해야 하는데 야당이 호응해 줄지 미지수다.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기대심리를 업고 추진력을 확보하기도 만만치 않다. 박 대통령 국정수행지지도는 40∼50%대에 머물고 있다. 역대 가장 저조한 편이다.

청와대에선 정권 초 혼란의 원인을 '기다림과 배려의 부족'에서 찾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3일 "승자가 제대로 일하도록 기다려주고 배려하는 문화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고 말했다. 허니문이어야 할 정권교체기에 야당이 꼬투리만 잡으려든다는 주장이다.

정권 주체가 문제라는 주장도 나온다. 집권준비와 정치마인드 부족이 집권 초 혼란을 재연시킨다는 것이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국정에 대한 경험을 쌓고 내가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 구상이 있어야 하는데 (최근 정권들은) 그런 준비가 덜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대통령들은 대선에서 이기면 모든 권한이 자신에게 위임됐다는 착각을 하는데 이런 통치마인드를 버리고 국회를 설득하려는 정치마인드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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