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학생 의지할 건 CCTV 뿐?

지역내일 2013-03-13 (수정 2013-03-13 오후 1:28:45)
경산서 고등학생 투신 … 유서에 CCTV 문제점 '조목조목'

'경찰 아저씨들 내가 이때까지 괴롭힘 받았던 얘기를 여기다 적을께요. 학교폭력은 지금처럼 해도 백퍼센트 못 잡아내요.'


<사진: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 지난 11일 오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북 경산의 고교신입생 최모(15)군의 유서. 사진 경북경찰청 제공>

고교 신입생이 중학교 시절부터의 학교 폭력 피해를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이 학생은 정부가 쏟아낸 대책들이 여전히 겉돌고 있음을 유서로 지적하며 떠났다.

지난 11일 오후 7시 40분쯤 경북 경산시 모 아파트 23층에서 고교 1년생 최 모(15)군이 뛰어내려 숨진 채 경비원에게 발견됐다. 경찰은 최군의 가방에서 줄공책 2장 분량의 유서를 발견했다. 유서에는 '2011년부터 현재까지 5명으로부터 폭행 및 갈취 등 괴롭힘을 받았다'는 내용과 함께 자신을 괴롭힌 친구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특히 최군은 유서에서 CCTV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음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이 많았음에도 CCTV에 대한 언급만 있었다.

최군은 유서에 '반에서도 화장실에서도 여러가지 시설들이 CCTV가 안 달려 있거나 사각지대가 있습니다. 괴롭힘은 주로 그런데서 받죠'라고 썼다. 또 '주로 CCTV 없는 곳이나 사각지대. 있다고 해도 화질이 안 좋아 판별하기 어려운 데서 맞습니다…내가 당한 것은 물리적 폭력, 조금이지만 금품갈취, 언어폭력 등등. 학교폭력을 없앨려고 하면 CCTV를 더 좋은 걸로 설치하거나…'고 썼다.

학교폭력 대책 발표 후 1년 새 학교 CCTV는 8만9867대에서 10만53대로 11.3% 늘었다. 그러나 감사원이 지난해 11월 교과부와 서울시교육청 등 5개 기관을 상대로 실시한 감사결과 발표에서 일선 학교 대다수 CCTV가 무용지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교내에 출입하는 사람이나 차량의 번호판을 식별하려면 최소 100만화소 이상의 CCTV가 필요하지만, 조사대상 1만7471대 가운데 96.8%가 50만화소 미만이었다.

조사대상 1707개 학교 가운데 319개 학교의 경우 CCTV가 교문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설치돼 있거나 인근에 장애물이나 다른 조명 시설이 가로막고 있어 촬영이 어려웠다.

게다가 209개 학교에서는 CCTV가 야간 당직실에만 모니터가 설치돼 있어 상시 모니터링 역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CCTV를 형식적으로만 설치했을 뿐 대부분 학교에서 학교폭력 예방에는 도움이 되지 않은 셈이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2월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한 이후 각종 대책을 봇물처럼 쏟아냈다. 모든 학교에서 연 2회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하도록 법제화했고 지난해 8월 조사에서는 실태조사 참여율이 74%를 기록했다.

배움터지킴이 등 학생보호인력은 8955명에서 1만633명으로, 안심알리미 이용 학교는 3098교에서 4355개교로 늘렸다.

또 학교폭력이 일어나면 각 학교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열도록 했다.

경찰은 학교폭력 신고전화(117)를 통합 운영, 신고전화 건수가 2011년 280건에서 286배 증가한 8만여건까지 늘기도 했다. 경찰은 최근까지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단속과 예방활동을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전화도 활성화되고 관련대책이 많이 나왔음에도 (최 군에게는) CCTV만큼 미덥지 못했던 것인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재걸 기자.연합뉴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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