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여는 책] ‘쿠웨이트 여자’
윤재석 칼럼니스트
아랍 여성은 무슨 생각을 할까? 아랍의 문학은 어떤 걸까? 매우 궁금하면서도 우리에겐 아랍, 그 자체보다 더 멀리 느껴지는 존재다. 접하기도 쉽지 않다. 오늘은 아랍 여성이 쓴 시집으로 주말을 열어 본다.
'쿠웨이트 여자.'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쿠웨이트 문학작품이다. 시인은 작년도 만해대상 문학부문 수상자인 수아드 알 사바(Suad Al Sabah).
그는 시를 통해 테러, 전쟁 등으로 고통받는 아랍 여성의 삶을 따뜻한 손길로 어루만진다. 한편 물질만능주의에 물든 조국을 비난하기도 하고 연민도 드러낸다. 그의 시는 아랍과 전 세계를 향한 아랍 여성의 절규이자 호소다.
시집은 '여자 부스러기', '쿠웨이트 여자', 내 아들, 너에게', '당신의 마지막 집' 등 4부로 나뉘어 39편의 시를 담고 있다.
먼저 2부에 나오는 '쿠웨이트 여자'의 5절.
'쿠웨이트 여자는/ 저 치열하고 처절했던 역사적 전투에서도 생존했습니다/ 나의 조국 쿠웨이트여, 당신이 나의 보호자라 말할 수 있습니까?/ 쿠웨이트 여자는/ 왕자시여, 당신을 나의 왕자로 공손히 받드오니/ 부디 시대의 사명을 실천하시옵소서/ 쿠웨이트 여자의 운명적 사명을 인정하시옵소서'
여기서 그는 조국을 끔찍이 사랑하면서도 정작 조국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아랍 여성의 모순적 존재 의미를 설파했다. 그렇기에 시인은 적보다 조국에 대해 외친다. "당신이 나의 보호자라 말할 수 있냐!"고.
◆조국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여성 = 2절에선 '한낱 오일달러가 나를 오염시키지도/ 나의 신심(信心)을 흔들지도 않았습니다'라고 석유 때문에 물질만능주의에 빠져 신앙마저 퇴색시키는 조국 쿠웨이트를 질타한다. 그것은 조국에 대한 사랑의 반어법적 표현이다.
1부 '미친 여자' 3절.
'나의 연인이여/ 난, 상사병에 걸린 여자입니다/ 종교의 힘으로 나를 부축해 주세요/ 하지만 당신은 북극에 있고…/ 당신을 향한 그리움은 적도에 있습니다'
공주이자 저명한 경제학자인 그도,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 사이의 영원한 괴리에 절망하는 보통 여인임을 스스로 커밍아웃하고 있다.
3부 첫 시 '내 아들, 너에게' 1절.
'내 아들 너에게/ 나이는 어리지만 사나이였던 사람에게/ 부드럽고 섬세하고 진실했던 사람에게/ 이런 사람들이 드물었던 시절에/ 축복을 받았던 사람에게, 그에 대한 추억은 그렇게 계속되리라/ 내 아들에게… 그리고 엄마들에게/ 눈물로 얼룩진 그녀들에게… 나의 시를 바칩니다…'
이 시에선 그녀와 쿠웨이트 여성, 아니 아랍 여성의 모성 본능이 절절이 묻어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4부에서 그는 알라 신께 간절히 '기도'한다.
'신이시여… 내 기도와, 내 복종과, 내 존경을 받아주소서'라고.
'그것은 (내 소원과 갈망으로) 당신께 바치는 제물'이라고.
'돌아오지 않는 길을 떠난 내 아들을 만나기 위한 (기도)'라고.
번역에 참여했던 이동은 연구교수(한국외대 아랍어과)는 그의 시 세계가 '페미니즘'과 '모성'과 '조국애'로 대표된다고 평론하고 있다. 필자는 여기에 '테러와 전쟁이 아닌 평화'를 사랑하는 이슬람교인의 독실한 신앙도 곁들여 있다고 덧붙이고 싶다.
시집은 기존 출판사가 아닌 온라인 매체 아시아엔(The AsiaN)에서 펴냈다. 아시아엔은 아시아권 50여 개국 저널리스트들이 참여해 제작하는 매체다.
시인에 관해 좀 더 알아보자. 그는 쿠웨이트 왕족이다. 게다가 이집트 카이로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영국 써리대학에서 경제학박사학위를 받아 14권의 경제 전문서적과 15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한 경제학자이자. 퍼블리싱 하우스라는 출판사를 설립해 문학, 역사, 사회 등에 대한 책을 출판한 출판인이기도 하다. 세속적으로 쿠웨이트 기득층 중 기득층이다.
그럼에도 그의 시에 감동 받게 되는 것은 수아드가 기득권 향유에 안주하지 않고, 모성과 페미니즘으로 무장, 사회를 향해 지구촌을 향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수아드는 1961년 첫 시집 '아침 섬광'을 시작으로 '내 인생의 순간들'(1961), '태초에 여자가 있었다'(1988), '장미와 권총의 대화'(1989), '조국에 보내는 긴급전보'(1990), '나를 태양으로 데려가 주오'(1997), '모든 시는 여성적이다'(1999), '분노의 꽃들'(2005) 등 다수의 시와 시집을 발간, 아랍 민족주의, 어린이와 여성인권, 인류평화를 외쳤다.
2001년엔 '그대는 알고 계십니까'로 아랍시 페스티벌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등 중동 지역에서 노벨문학상에 가장 근접한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래서인가? 수아드가 한국에서 최초로 자신의 시집이 발간되는 감회를 나타낸 저자서문 역시 한편의 주옥 같은 시다.
'시는 한 영혼에서 다른 영혼으로 주행하는 재빠른 빛과 같습니다. 나는 여기서 쿠웨이트의 갈매기가 되어 한국의 강둑으로 날아갑니다. 한국은 걸출한 작품을 지어낸 진지하고도 빛나는 문화인을 낳은 멋진 나라입니다. 부디 내 사랑을 받아 주시기를.'
수아드가 시를 통해 강조하는 화두는 사회적이고 글로벌하다. 하지만 그걸 요약하면, '사랑과 평화'다.
'어떡할까요? 아시아 서쪽과 동쪽, 이슬람과 이웃 종교가 만나 머리를 맞대면 됩니다. 수아드 시인이 그 길을 안내합니다'라는 법륜 스님의 추천사는 그래서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아시아N
수아드 알 사바 지음/
장세원·이동은 옮김
12000원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윤재석 칼럼니스트

'쿠웨이트 여자.'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쿠웨이트 문학작품이다. 시인은 작년도 만해대상 문학부문 수상자인 수아드 알 사바(Suad Al Sabah).
그는 시를 통해 테러, 전쟁 등으로 고통받는 아랍 여성의 삶을 따뜻한 손길로 어루만진다. 한편 물질만능주의에 물든 조국을 비난하기도 하고 연민도 드러낸다. 그의 시는 아랍과 전 세계를 향한 아랍 여성의 절규이자 호소다.
시집은 '여자 부스러기', '쿠웨이트 여자', 내 아들, 너에게', '당신의 마지막 집' 등 4부로 나뉘어 39편의 시를 담고 있다.
먼저 2부에 나오는 '쿠웨이트 여자'의 5절.
'쿠웨이트 여자는/ 저 치열하고 처절했던 역사적 전투에서도 생존했습니다/ 나의 조국 쿠웨이트여, 당신이 나의 보호자라 말할 수 있습니까?/ 쿠웨이트 여자는/ 왕자시여, 당신을 나의 왕자로 공손히 받드오니/ 부디 시대의 사명을 실천하시옵소서/ 쿠웨이트 여자의 운명적 사명을 인정하시옵소서'
여기서 그는 조국을 끔찍이 사랑하면서도 정작 조국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아랍 여성의 모순적 존재 의미를 설파했다. 그렇기에 시인은 적보다 조국에 대해 외친다. "당신이 나의 보호자라 말할 수 있냐!"고.
◆조국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여성 = 2절에선 '한낱 오일달러가 나를 오염시키지도/ 나의 신심(信心)을 흔들지도 않았습니다'라고 석유 때문에 물질만능주의에 빠져 신앙마저 퇴색시키는 조국 쿠웨이트를 질타한다. 그것은 조국에 대한 사랑의 반어법적 표현이다.
1부 '미친 여자' 3절.
'나의 연인이여/ 난, 상사병에 걸린 여자입니다/ 종교의 힘으로 나를 부축해 주세요/ 하지만 당신은 북극에 있고…/ 당신을 향한 그리움은 적도에 있습니다'
공주이자 저명한 경제학자인 그도,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 사이의 영원한 괴리에 절망하는 보통 여인임을 스스로 커밍아웃하고 있다.
3부 첫 시 '내 아들, 너에게' 1절.
'내 아들 너에게/ 나이는 어리지만 사나이였던 사람에게/ 부드럽고 섬세하고 진실했던 사람에게/ 이런 사람들이 드물었던 시절에/ 축복을 받았던 사람에게, 그에 대한 추억은 그렇게 계속되리라/ 내 아들에게… 그리고 엄마들에게/ 눈물로 얼룩진 그녀들에게… 나의 시를 바칩니다…'
이 시에선 그녀와 쿠웨이트 여성, 아니 아랍 여성의 모성 본능이 절절이 묻어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4부에서 그는 알라 신께 간절히 '기도'한다.
'신이시여… 내 기도와, 내 복종과, 내 존경을 받아주소서'라고.
'그것은 (내 소원과 갈망으로) 당신께 바치는 제물'이라고.
'돌아오지 않는 길을 떠난 내 아들을 만나기 위한 (기도)'라고.
번역에 참여했던 이동은 연구교수(한국외대 아랍어과)는 그의 시 세계가 '페미니즘'과 '모성'과 '조국애'로 대표된다고 평론하고 있다. 필자는 여기에 '테러와 전쟁이 아닌 평화'를 사랑하는 이슬람교인의 독실한 신앙도 곁들여 있다고 덧붙이고 싶다.
시집은 기존 출판사가 아닌 온라인 매체 아시아엔(The AsiaN)에서 펴냈다. 아시아엔은 아시아권 50여 개국 저널리스트들이 참여해 제작하는 매체다.
시인에 관해 좀 더 알아보자. 그는 쿠웨이트 왕족이다. 게다가 이집트 카이로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영국 써리대학에서 경제학박사학위를 받아 14권의 경제 전문서적과 15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한 경제학자이자. 퍼블리싱 하우스라는 출판사를 설립해 문학, 역사, 사회 등에 대한 책을 출판한 출판인이기도 하다. 세속적으로 쿠웨이트 기득층 중 기득층이다.
그럼에도 그의 시에 감동 받게 되는 것은 수아드가 기득권 향유에 안주하지 않고, 모성과 페미니즘으로 무장, 사회를 향해 지구촌을 향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수아드는 1961년 첫 시집 '아침 섬광'을 시작으로 '내 인생의 순간들'(1961), '태초에 여자가 있었다'(1988), '장미와 권총의 대화'(1989), '조국에 보내는 긴급전보'(1990), '나를 태양으로 데려가 주오'(1997), '모든 시는 여성적이다'(1999), '분노의 꽃들'(2005) 등 다수의 시와 시집을 발간, 아랍 민족주의, 어린이와 여성인권, 인류평화를 외쳤다.
2001년엔 '그대는 알고 계십니까'로 아랍시 페스티벌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등 중동 지역에서 노벨문학상에 가장 근접한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래서인가? 수아드가 한국에서 최초로 자신의 시집이 발간되는 감회를 나타낸 저자서문 역시 한편의 주옥 같은 시다.
'시는 한 영혼에서 다른 영혼으로 주행하는 재빠른 빛과 같습니다. 나는 여기서 쿠웨이트의 갈매기가 되어 한국의 강둑으로 날아갑니다. 한국은 걸출한 작품을 지어낸 진지하고도 빛나는 문화인을 낳은 멋진 나라입니다. 부디 내 사랑을 받아 주시기를.'
수아드가 시를 통해 강조하는 화두는 사회적이고 글로벌하다. 하지만 그걸 요약하면, '사랑과 평화'다.
'어떡할까요? 아시아 서쪽과 동쪽, 이슬람과 이웃 종교가 만나 머리를 맞대면 됩니다. 수아드 시인이 그 길을 안내합니다'라는 법륜 스님의 추천사는 그래서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아시아N
수아드 알 사바 지음/
장세원·이동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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