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일, 여수 산업단지에 위치한 대림산업 공장 폭발사고로 현장에 있던 노동자 17명 가운데 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당했다. 현재 정부와 국회는 사건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사건은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대림산업뿐 아니라 정부의 책임을 묻기에 충분해 보인다. 기업은 불법을 저질렀고, 정부는 있는 법도 제대로 집행하지 않았으며, 법원은 유사 범죄에 대해 면죄부를 줌으로써 이를 묵인했다. 특히 기업살인이라는 산업재해에 대해, 제대로 감독하지 않고 묵인했던 정부, 관련 사건에 대해 번번이 면죄부를 주었던 법원의 책임은 무겁고 엄중하다.
노동자 1만명 산재 사망자수를 보면, 2011년 기준 우리나라는 1만명 당 9.6명이 사망했다. 2010년 기준 미국은 3.8명, 일본은 2.3명, 독일은 2.0명, 영국은 0.7명이었다. OECD국가 전체 기준으로도 우리나라 노동자의 산업재해 사망자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많다. 유독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OECD 산재사망률 1위, 기업·정부·법원의 합작품
물론 1차적인 책임은 노동자들을 고용한 기업에 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대림산업 공장의 경우, 지난 해 6월에도 가스폭발 사건이 있었다. 대림산업은 정부의 시정조치를 받았지만,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과태료까지 물었다. 그런데도 또 사고가 발생했고, 이번에는 귀중한 노동자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게다가 이번 사건은 불법 다단계 하청이 낳은 참극이었다. 대림산업은 이번 공사를 위해 유한기술이라는 업체에 하청을 주었는데, 유한기술은 이번에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을 고용한 다른 회사에 재하청을 주었다. 이건 현행법상 명백한 불법이다. 이번 사고로 죽거나 다친 노동자들은 재하청업체가 고용한 1개월짜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은 필수적인 안전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으며, 무리한 야간공사를 진행하다가 참변을 당했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조직해 기업에 최소한의 안전을 요구할 수라도 있지만, 1개월짜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겐 이마저도 허용될 수 없었다. 기본적인 안전조치도 취하지 않고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해 경비만 절감하려 들었던 기업이 이번 사건의 근본원인이다.
하지만 정부의 제대로 된 감독과 법원의 엄격한 판결이 있었더라면, 기업이 노동자의 목숨과 안전을 이렇게 함부로 생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2008년 1월 하청노동자 40명이 사망했던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건이 있었을 때, 법원은 원청업체 대표에게 기껏 2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2011년 7월 하청노동자 4명이 사망했던 이마트 탄현점 사건에서, 법원은 이마트의 책임을 묻지 않았고 노동부는 고작 벌금 100만원을 부과했다. 2005년에 발생한 GS 물류센터 붕괴사고에서 하청노동자가 9명이나 사망했지만, GS건설은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을 뿐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상 위법으로 노동자가 사망했을 경우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2년 7월까지 관련 사건 가운데 징역형은 2.7%에 그쳤고 57.2%가 벌금형이었다고 한다. 그나마 원청이 대기업인 경우는 최소한의 처벌도 피해갔다.
40명 사망한 이천 화재사건도 2000만원 벌금형에 그쳐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선진 각국에서는 산업재해에 대해 기업의 책임을 엄중하게 묻는 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사건이 날 때마다 제도개선 주장은 힘을 얻지만, 실제 입법으로는 연결되지 못했다.
이번 기회에 입법이 추진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있는 법이라도 제대로 집행하고 적용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부가 법에 규정된 감독권한이라도 제대로 행사하고, 법원이 원청업체의 책임을 물어달라. 안전하게 일할 권리는 국민의 최소한의 기본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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