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총 설문조사, 잡무가 주 원인 … 연수기회도 턱없이 부족
#1 중학교 1학년 담임인 A 교사. 그는 오전 8시30분부터 50분까지 담임시간을 이용해 학생들의 고민을 들어주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그동안 5명밖에 만나지 못했다. 올들어 유난히 잡무가 많아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쉬는 시간, 공강시간, 종례 후에도 급히 처리해야 하는 공문이 쌓여있고 아이들간 충돌이라도 있으면 다른 일은 모두 중단해야 한다.
#2 초등학교 고학년 담임인 B교사의 사정도 별반 차이가 없다. 오후 3시 정도에 수업이 끝나면 담당구역 청소지도, 밀린 업무나 공문 처리, 수업자료 준비, 교재연구 등으로 학생들과 대화를 한다는 건 상상도 못하고 있다. 늦게나마 상담을 하려고 해도 학원이나 방과후학교 시간에 쫒기는 학생을 붙잡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학생을 붙잡기라도 하면 당장 부모의 항의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교사의 63%는 일주일 동안 평균 1시간도 제자들의 고민을 들어주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결과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4~9일 전국 초·중·고 교사 16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초중등 교원의 학생·학부모 상담실태 설문조사'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주일 간 학생 상담시간이 30분도 안 되는 교사가 30%나 됐다. 또 33%는 상담시간이 30분~1시간이라고 답해 전체 응답자의 63%는 일주일 평균 1시간의 상담시간도 갖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담임교사도 크게 다르지 않아 1시간 이하가 59%였으며 이 중 27%는 30분 미만이라고 답했다. 다만 1시간 이하가 초등은 68%인데 비해 중등은 56%로 다소 낮았다.
학부모 상담시간은 더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주일 평균 학부모 상담시간이 1시간 이하인 교사가 86%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 중 30분 미만이라고 응답한 교사도 56%로 절반이 넘었다. 담임교사도 84%가 일주일 동안 1시간이하에 머물렀으며 이 중 30분 미만도 50%나 됐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교사들은 상담 부족 원인으로 '잡무 부담'을 1순위로 꼽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공문서 처리 등 행정업무(36%), 수업·수업준비 부담(21%), 학생·학부모의 불응(15%), 분장 업무 부담(13%) 등의 순이었다. 교사들은 충실한 상담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업무 경감'(37%), 학급당학생수 감축(24%), 수업 경감(11%), 상담연수 강화 및 매뉴얼 제공(8%) 등을 꼽았다.
또한 자신의 상담능력에 대한 질문에 '학교폭력, 자살, 성 등 문제 유형별 상담능력을 잘 갖췄다'고 생각하는 교사는 34%에 그쳤다. 부족하다는 응답은 25%, 보통이라는 응답은 41%였다. 그러나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상담관련 연수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껏 연수를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다는 교원이 14%, 1~2번 받았다는 교원이 44%로 나타났다.
고위험군 학생에 대한 학교와 전문상담-치료기관과의 연계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관찰을 통해 고위기 학생을 발견했을 때 외부 전문 상담기관이나 치료기관과 연계가 잘 돼 있다는 응답은 35%에 그쳤다.
교총 관계자는 "학교폭력과 자살 문제는 가정, 학교, 입시, 사회 등 교육을 둘러싼 복합적인 문제가 작동한 결과라 학생과 학부모, 교사 간 소통을 바탕으로 한 신뢰와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근본적인 예방대책"이라며 "교사 스스로가 제자의 생활과 생각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CCTV 역할에 나서고, 교육당국은 여건 조성을 통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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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학교 1학년 담임인 A 교사. 그는 오전 8시30분부터 50분까지 담임시간을 이용해 학생들의 고민을 들어주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그동안 5명밖에 만나지 못했다. 올들어 유난히 잡무가 많아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쉬는 시간, 공강시간, 종례 후에도 급히 처리해야 하는 공문이 쌓여있고 아이들간 충돌이라도 있으면 다른 일은 모두 중단해야 한다.
#2 초등학교 고학년 담임인 B교사의 사정도 별반 차이가 없다. 오후 3시 정도에 수업이 끝나면 담당구역 청소지도, 밀린 업무나 공문 처리, 수업자료 준비, 교재연구 등으로 학생들과 대화를 한다는 건 상상도 못하고 있다. 늦게나마 상담을 하려고 해도 학원이나 방과후학교 시간에 쫒기는 학생을 붙잡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학생을 붙잡기라도 하면 당장 부모의 항의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교사의 63%는 일주일 동안 평균 1시간도 제자들의 고민을 들어주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결과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4~9일 전국 초·중·고 교사 16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초중등 교원의 학생·학부모 상담실태 설문조사'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주일 간 학생 상담시간이 30분도 안 되는 교사가 30%나 됐다. 또 33%는 상담시간이 30분~1시간이라고 답해 전체 응답자의 63%는 일주일 평균 1시간의 상담시간도 갖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담임교사도 크게 다르지 않아 1시간 이하가 59%였으며 이 중 27%는 30분 미만이라고 답했다. 다만 1시간 이하가 초등은 68%인데 비해 중등은 56%로 다소 낮았다.
학부모 상담시간은 더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주일 평균 학부모 상담시간이 1시간 이하인 교사가 86%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 중 30분 미만이라고 응답한 교사도 56%로 절반이 넘었다. 담임교사도 84%가 일주일 동안 1시간이하에 머물렀으며 이 중 30분 미만도 50%나 됐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교사들은 상담 부족 원인으로 '잡무 부담'을 1순위로 꼽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공문서 처리 등 행정업무(36%), 수업·수업준비 부담(21%), 학생·학부모의 불응(15%), 분장 업무 부담(13%) 등의 순이었다. 교사들은 충실한 상담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업무 경감'(37%), 학급당학생수 감축(24%), 수업 경감(11%), 상담연수 강화 및 매뉴얼 제공(8%) 등을 꼽았다.
또한 자신의 상담능력에 대한 질문에 '학교폭력, 자살, 성 등 문제 유형별 상담능력을 잘 갖췄다'고 생각하는 교사는 34%에 그쳤다. 부족하다는 응답은 25%, 보통이라는 응답은 41%였다. 그러나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상담관련 연수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껏 연수를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다는 교원이 14%, 1~2번 받았다는 교원이 44%로 나타났다.
고위험군 학생에 대한 학교와 전문상담-치료기관과의 연계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관찰을 통해 고위기 학생을 발견했을 때 외부 전문 상담기관이나 치료기관과 연계가 잘 돼 있다는 응답은 35%에 그쳤다.
교총 관계자는 "학교폭력과 자살 문제는 가정, 학교, 입시, 사회 등 교육을 둘러싼 복합적인 문제가 작동한 결과라 학생과 학부모, 교사 간 소통을 바탕으로 한 신뢰와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근본적인 예방대책"이라며 "교사 스스로가 제자의 생활과 생각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CCTV 역할에 나서고, 교육당국은 여건 조성을 통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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