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통 서초벼룩시장부터 홍대앞 예술인 장터까지
나눔문화확산·일자리창출 … 주민소통공간으로 인기
"튼튼한 냄비, 1만2000원에 가져가세요." "1만원에 주시면 안돼요? 몇 개 안남았구만." "오늘은 비가 오니까 그 값에 드리는 거예요. 다음주면 2만원에 팔 수 있어요."
서울 서초구 방배2동 사당천복개도로. 토요일이면 지하철 4호선 사당역에서 이수역까지 1㎞에 달하는 거리가 재활용 물건을 사고파는 인파로 분주하다. 비가 오건 바람이 불건 1년 내 한결같은 문화벼룩시장 덕이다.
서울 도심 곳곳에서 재활용·나눔장터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한겨울 추위에 닫았던 문을 열고 나들이 나서는 시민들 발길을 붙든다. 15년 전통을 자랑하는 서초 벼룩시장부터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뭉친 홍대앞 장터까지 다양하다. 재활용·나눔문화 확산과 일자리창출 효과는 물론 주민들 야외사랑방으로도 인기다.
서초구 토요문화벼룩시장은 오랜 전통으로 이름나있다. 1998년 새마을부녀회를 중심으로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고) 운동' 차원에서 시작, 15년을 이어오고 있다. 구청 옆 이면도로에서 100여석으로 출발해 구청광장을 거쳐 복개도로로 옮겨오면서 1000여개 좌판에 찾는 사람만 3000~5000명에 달할 정도로 덩치도 커졌다.
구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외국인 좌석을 별도로 마련하는 한편 품목다양화 구간을 지정, 골동품과 고가구, 옛날 돈과 책 등 평소 구입이 어려운 물품을 사고팔도록 했다. 어린이·청소년 벼룩시장도 개설, 유아부터 고교생까지 경제·나눔교육 장으로 활용하는 한편 거리음악회와 창작예술체험 공간을 조성해 문화예술을 접목한 볼거리 즐길거리도 제공하고 있다. 5월 어린이장난감, 6월 가정소품과 가구, 7월 휴가용품 등 매달 주제가 있는 장터도 준비 중이다.
마포구 홍대어린이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홍대프리마켓'은 젊은 예술가와 직장인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해 마포구 명물로 자리잡은 이색 공간. 올해로 개장 12년을 맞은 예술품 시장이다. 매주 토요일 오후 120여 모둠이 생활창작품을 전시·판매·교환한다. 회원작가만 1000명이 넘을 정도로 활성화돼있고 인근지역을 찾는 외국인들 발길도 잦다.
금천구와 관악구는 가족단위 벼룩시장으로 이웃소통 주민화합을 꾀한다. 금천구는 넷째주 토요일 오후 구청광장에서 6개 지역단체로 구성된 협의체와 함께 '무지개 가족 벼룩시장'을 연다. 참가자들이 가게를 운영하는 동안 지역단체는 환경과 재활용 나눔 가족을 주제로 한 체험과정을 진행한다. 관악구는 1·3주 금요일 구청광장 일대에서 '환경사랑 나눔장터'를 연다. 재활용에 초점을 맞춘 터라 새 물품 판매는 못한다.
서대문과 도봉은 마을과 재활용 나눔을 연계한다. 서대문구는 둘째주 토요일 오후 홍제천 폭포마당에서 '홍제펀(Fun) 벼룩시장'을 연다. '되살림'을 목표로 하는 만큼 고가품과 5점 이상 동일한 물건 등은 판매를 금한다. 매달 참가자들에게 주제별 '행복물품'을 기증받아 100~500원에 판매한다.
도봉구는 창5동에서 시작한 마을벼룩시장을 동별로 확대했다. 방학2동은 매달 한차례, 나머지 10개 동은 10월까지 2회 이상 개최한다. 아파트단지나 학교 종교단체와 연계해 이웃이 부담없이 만나는 자리를 만들어주는 동시에 다양한 여가문화 행사를 섞어 마을잔치처럼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홀몸노인 돕기, 마을텃밭 기금마련 등 동네마다 수익금 사용 목적을 정해 주민참여를 유도할 계획도 있다.
재활용·나눔시장은 일자리창출 공동체활성화와 직결된다. 서경란 서초구 여성복지팀장은 "판매자 과반수 이상이 여성·노약자이고 70% 가량은 고정 직업이 없다"며 "1인당 매출 20만~25만원을 감안하면 연간 경제효과는 96억~120억원"이라고 말했다. 10년 가까이 장터에 좌판을 깔고 있는 나 모(64·서울 용산구)씨도 "경기가 어렵지만 고정인구가 많아 벌이는 된다"고 말했다.
금천 벼룩시장에 참여한 주민들은 성과물로 아이들에 대한 교육적 효과와 가족·이웃과의 소통·화합을 꼽았다. 마포구 관계자는 "주민이 중심이 돼 행사를 이끌고 음악인들이 찾아와 야외공연을 하는 등 지역문화예술가들이 함께 참여해 생활·문화가 교집합을 이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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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문화확산·일자리창출 … 주민소통공간으로 인기
"튼튼한 냄비, 1만2000원에 가져가세요." "1만원에 주시면 안돼요? 몇 개 안남았구만." "오늘은 비가 오니까 그 값에 드리는 거예요. 다음주면 2만원에 팔 수 있어요."
서울 서초구 방배2동 사당천복개도로. 토요일이면 지하철 4호선 사당역에서 이수역까지 1㎞에 달하는 거리가 재활용 물건을 사고파는 인파로 분주하다. 비가 오건 바람이 불건 1년 내 한결같은 문화벼룩시장 덕이다.
서울 도심 곳곳에서 재활용·나눔장터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한겨울 추위에 닫았던 문을 열고 나들이 나서는 시민들 발길을 붙든다. 15년 전통을 자랑하는 서초 벼룩시장부터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뭉친 홍대앞 장터까지 다양하다. 재활용·나눔문화 확산과 일자리창출 효과는 물론 주민들 야외사랑방으로도 인기다.
서초구 토요문화벼룩시장은 오랜 전통으로 이름나있다. 1998년 새마을부녀회를 중심으로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고) 운동' 차원에서 시작, 15년을 이어오고 있다. 구청 옆 이면도로에서 100여석으로 출발해 구청광장을 거쳐 복개도로로 옮겨오면서 1000여개 좌판에 찾는 사람만 3000~5000명에 달할 정도로 덩치도 커졌다.
구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외국인 좌석을 별도로 마련하는 한편 품목다양화 구간을 지정, 골동품과 고가구, 옛날 돈과 책 등 평소 구입이 어려운 물품을 사고팔도록 했다. 어린이·청소년 벼룩시장도 개설, 유아부터 고교생까지 경제·나눔교육 장으로 활용하는 한편 거리음악회와 창작예술체험 공간을 조성해 문화예술을 접목한 볼거리 즐길거리도 제공하고 있다. 5월 어린이장난감, 6월 가정소품과 가구, 7월 휴가용품 등 매달 주제가 있는 장터도 준비 중이다.
마포구 홍대어린이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홍대프리마켓'은 젊은 예술가와 직장인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해 마포구 명물로 자리잡은 이색 공간. 올해로 개장 12년을 맞은 예술품 시장이다. 매주 토요일 오후 120여 모둠이 생활창작품을 전시·판매·교환한다. 회원작가만 1000명이 넘을 정도로 활성화돼있고 인근지역을 찾는 외국인들 발길도 잦다.
금천구와 관악구는 가족단위 벼룩시장으로 이웃소통 주민화합을 꾀한다. 금천구는 넷째주 토요일 오후 구청광장에서 6개 지역단체로 구성된 협의체와 함께 '무지개 가족 벼룩시장'을 연다. 참가자들이 가게를 운영하는 동안 지역단체는 환경과 재활용 나눔 가족을 주제로 한 체험과정을 진행한다. 관악구는 1·3주 금요일 구청광장 일대에서 '환경사랑 나눔장터'를 연다. 재활용에 초점을 맞춘 터라 새 물품 판매는 못한다.
서대문과 도봉은 마을과 재활용 나눔을 연계한다. 서대문구는 둘째주 토요일 오후 홍제천 폭포마당에서 '홍제펀(Fun) 벼룩시장'을 연다. '되살림'을 목표로 하는 만큼 고가품과 5점 이상 동일한 물건 등은 판매를 금한다. 매달 참가자들에게 주제별 '행복물품'을 기증받아 100~500원에 판매한다.
도봉구는 창5동에서 시작한 마을벼룩시장을 동별로 확대했다. 방학2동은 매달 한차례, 나머지 10개 동은 10월까지 2회 이상 개최한다. 아파트단지나 학교 종교단체와 연계해 이웃이 부담없이 만나는 자리를 만들어주는 동시에 다양한 여가문화 행사를 섞어 마을잔치처럼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홀몸노인 돕기, 마을텃밭 기금마련 등 동네마다 수익금 사용 목적을 정해 주민참여를 유도할 계획도 있다.
재활용·나눔시장은 일자리창출 공동체활성화와 직결된다. 서경란 서초구 여성복지팀장은 "판매자 과반수 이상이 여성·노약자이고 70% 가량은 고정 직업이 없다"며 "1인당 매출 20만~25만원을 감안하면 연간 경제효과는 96억~120억원"이라고 말했다. 10년 가까이 장터에 좌판을 깔고 있는 나 모(64·서울 용산구)씨도 "경기가 어렵지만 고정인구가 많아 벌이는 된다"고 말했다.
금천 벼룩시장에 참여한 주민들은 성과물로 아이들에 대한 교육적 효과와 가족·이웃과의 소통·화합을 꼽았다. 마포구 관계자는 "주민이 중심이 돼 행사를 이끌고 음악인들이 찾아와 야외공연을 하는 등 지역문화예술가들이 함께 참여해 생활·문화가 교집합을 이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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