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행훈이 보는 세계] 영국 분열시키는 “철의 여인”

지역내일 2013-04-15 (수정 2013-04-15 오후 1:32:58)
언론광장 공동대표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지난 8일 사망한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장례식이 17일 런던의 세인트 폴 성당에서 거행된다. 엘리자벳 여왕을 비롯해서 650명의 영국 하원의원과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이 모두 초청된 가운데 거행되는 장엄한 장례식이다. 대처 총리는 신자유주의 도입으로 생전에 영국을 둘로 갈라놓았고 그 유산으로 영국은 그가 사망한 다음에도 둘로 갈라져 논쟁하고 있다.

그 장례식을 이틀 앞둔 지금 영국의 분위기는 스산하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젊은이들이 고인의 명복을 빌기는커녕 그의 사망 소식에 샴페인을 터트렸다. 국민을 분열시킨 장본인을 위한 장례식에 너무 많은 비용을 낭비한다는 항의의 목소리가 신문에 보도되고 있다.

노동당이 장악한 지자체들은 대처에 대한 애도의 표시로 조기 게양하는 것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또 '딩동! 마녀가 죽었다!'는 가요가 사람들이 많이 부르는 히트곡 10위권에 올라 화제다. '철의 여인'에 대한 국민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현상들이다.

대처는 한때 영미(英美)언론이 정치인들이 본받아야 할 지도자의 모델로 내세웠던 '철의 여인'이었다. 그러나 직접 보고 겪은 영국 사람들의 눈에 비친 대처는 언론의 평가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좋아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그를 증오하는 사람이 꽤 많아 보인다.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당수를 비롯해서 대처가 총리로 활동하던 80년대에 청년기를 보낸 정치인들 다수가 '철의 여인'을 증오한다는 영국 신문의 보도다.

그래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보수당의 아이콘인 대처의 업적을 미화하고 싶지만 5월2일 실시될 지방선거에서 유권자가 보수당에 등을 돌릴까봐 대처에 대한 찬사의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는 보도다. 웨일즈와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북부에서 대처에 대한 반감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철의 여인' 사망에 샴페인 터트리다
최근 대처에 관한 뉴스를 접하면서 '철의 여인'에 대한 일방적인 미화 보도로 우리가 그 동안 대처의 실체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는 점이 많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그런데도 지금 한국의 보수언론은 대처를 박근혜 대통령의 모델로 추천한다. 우려되는 언론의 현주소다.

물론 대처의 명성에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르몽드가 사설에서 지적한대로 1980년대는 분명 대처의 시대였다. 대처 총리는 강성 노조의 힘을 억제해서 국제통화기금(IMF) 돈을 빌려야 할 정도로 어려웠던 영국경제를 되살리고 좌절 상태에 있던 영국인들에게 희망을 다시 불어넣었다.

1982년 4월 아르헨티나 군부가 영유권 분쟁의 대상인 영국령 포클랜드 섬을 점령하자 대처는 즉각 함대와 군대를 파견해서 이 섬을 탈환했다. 신속하고 단호한 지도력을 보여준 이 사건으로 대처는 일약 국민의 영웅이 됐다. 포클랜드의 승리와 광부파업 분쇄는 대처를 위기의 조국을 구한 신화적 인물로 만들었다.

하지만 대처는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지도자로서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대처와 미국의 레이건은 80년대에 영국과 미국에서 신자유주의를 도입하고 이것을 전 세계에 선전한 주역들이다. 시장만능주의를 신봉하고 경쟁과 성과, 이익창출을 강조한 나머지 인간의 존엄을 경시했다. 기업의 이익을 우선한 나머지 노동자는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여겼다. 부자에게는 더 많은 돈을 벌 기회를 주고 노동자들은 더 가난하게 만들었다.

빈부격차가 점점 더 벌어졌다. 도시는 번영하는 반면 농촌은 더 가난하고 피폐해졌다. 대처가 영국 사회에 남긴 불행한 유산이다.

부담스러운 '철의 여인'의 유산
이 유산이 영국을 둘로 갈라놓았고 아직도 갈라놓고 있다. 대처는 국제 문제에 있어서도 칠레의 피노체트 같은 독재자와 가까이 지내고 남아공화국의 백인정권에 대항해서 싸우는 만델라를 테러리스트로 낙인찍었다.

그는 민주적인 지도자가 아니었다. 노조를 탄압할 때 그 가족들의 고통은 개의치 않았다. 국민의 증오를 살 수 있는 행동이었다. 대처는 사망했으나 그가 남긴 유산은 남아 있다. 이제 대처의 사망과 함께 신자유주의도 종언을 고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들이 있다.

두고 볼 일이다. 그것은 유산을 물려받은 상속자들이 해결할 몫이기 때문이다. 부담스런 유산이다. 시장보다 인간을 우선하는 경제 사회정책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둘로 갈라진 영국이 다시 하나가 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