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KB금융 회장, 연임 포기 … 관치불감증 쓴소리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이 29일 연임 포기를 선언했다. 사실상 사의 표명이다. 지난 3월 ISS보고서 파동 이후 사퇴론이 불거졌으니 마음고생 1개월만의 공식 거취표명이기도 하다. 그래도 할 이야기는 다 했다. 회장 재직 3년간 느낀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정체되고 있는 이유, 그리고 정부 주식이 한 주도 없는 민간은행 KB국민은행을 국책은행처럼 보는 듯한 시선에도 쓴소리를 던졌다.
어 회장은 29일 서울 명동 KB금융 본사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음 달이면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가동된다"며 "회추위 구성을 앞두고 사외이사들에게 부담을 드리지 않기 위해 (연임포기를) 밝히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거취표명이 늦어진 데 대해 "연임한다 안 한다 이야기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면서 "국민은행은 정부 주식이 한 주도 없는 민간은행이고, 산업은행이나 56%의 주식을 정부가 가지고 있는 우리은행하고는 다르다"고 말했다. 순수 민간 금융사인 KB국민은행을 마치 국책은행처럼 취급하는 관·언론계의 '관치불감'을 우회적으로 꼬집은 것이다.
한국 금융산업의 현실도 짚었다. 어 회장은 "우리나라 대기업이 해외에 가면 국내 은행을 이용하지 않는다"며 "국내 금융사들이 외국사처럼 싼 금리로 자금을 공급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후임에 대해선 "해외에선 외국 정부에서 일했던 사람을 금융CEO로 데려올 정도로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면서 "내·외부를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고 KB금융지주를 잘 끌고 나갈 수 있는 능력, 한국의 금융을 선도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 회장은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시종 활짝 웃는 표정이었다. 7월까지 남은 임기를 수행하게 돼 나름 명예롭게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기 때문인 듯했다. 그러나 국제금융 분야 교수 출신으로 KB금융그룹을 세계적인 금융그룹으로 키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려 했지만 뜻만큼 되지 않았던 아쉬움도 느껴졌다. 어 회장은 열정적으로 추진했던 ING생명 인수가 무산된 데 무척 서운해 했었다.
KB금융 이사회는 다음 달 초 사외이사 9명으로 구성되는 회추위를 구성해 차기 회장을 공모한다. 6월초쯤 차기 회장을 내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이 29일 연임 포기를 선언했다. 사실상 사의 표명이다. 지난 3월 ISS보고서 파동 이후 사퇴론이 불거졌으니 마음고생 1개월만의 공식 거취표명이기도 하다. 그래도 할 이야기는 다 했다. 회장 재직 3년간 느낀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정체되고 있는 이유, 그리고 정부 주식이 한 주도 없는 민간은행 KB국민은행을 국책은행처럼 보는 듯한 시선에도 쓴소리를 던졌다.
어 회장은 29일 서울 명동 KB금융 본사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음 달이면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가동된다"며 "회추위 구성을 앞두고 사외이사들에게 부담을 드리지 않기 위해 (연임포기를) 밝히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거취표명이 늦어진 데 대해 "연임한다 안 한다 이야기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면서 "국민은행은 정부 주식이 한 주도 없는 민간은행이고, 산업은행이나 56%의 주식을 정부가 가지고 있는 우리은행하고는 다르다"고 말했다. 순수 민간 금융사인 KB국민은행을 마치 국책은행처럼 취급하는 관·언론계의 '관치불감'을 우회적으로 꼬집은 것이다.
한국 금융산업의 현실도 짚었다. 어 회장은 "우리나라 대기업이 해외에 가면 국내 은행을 이용하지 않는다"며 "국내 금융사들이 외국사처럼 싼 금리로 자금을 공급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후임에 대해선 "해외에선 외국 정부에서 일했던 사람을 금융CEO로 데려올 정도로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면서 "내·외부를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고 KB금융지주를 잘 끌고 나갈 수 있는 능력, 한국의 금융을 선도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 회장은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시종 활짝 웃는 표정이었다. 7월까지 남은 임기를 수행하게 돼 나름 명예롭게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기 때문인 듯했다. 그러나 국제금융 분야 교수 출신으로 KB금융그룹을 세계적인 금융그룹으로 키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려 했지만 뜻만큼 되지 않았던 아쉬움도 느껴졌다. 어 회장은 열정적으로 추진했던 ING생명 인수가 무산된 데 무척 서운해 했었다.
KB금융 이사회는 다음 달 초 사외이사 9명으로 구성되는 회추위를 구성해 차기 회장을 공모한다. 6월초쯤 차기 회장을 내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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