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년연장의 꿈’ 실현 주역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 “주 5일제 이후 산업사의 가장 큰 혁신”
지역내일
2013-05-09
(수정 2013-05-09 오후 1:48:30)
'총선공약 수립 → 대선 공약화 → 국정과제 선정 → 입법 성공' 전체과정 주도
임금피크제 동시 도입으로 기업부담 완화 … 청년고용 감소 우려는 '기우' 불과
장면1. 지난해 3월 18일 새누리당 기자실. 4·11 총선이 한달도 안남은 상황에서 새누리당의 마지막 공천자 32명의 명단이 발표됐다. 9차 발표였다. 이미 공천이 결정됐다 구설수 때문에 공천취소가 결정됐던 경북 고령·성주·칠곡 지역구에도 기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17대 총선에서 석패하며 4년 내내 표밭을 다지며 강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던 석호익 전 후보가 무소속 출마를 준비 중이어서 당에서도 '회심의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그런데 공천자 이름이 '이완영'이었다. 기자들은 "도대체 누구냐"고 수군거렸다. 재계와 노동계 모두에서 '노사관계전문가', '합리적인 협상가'라고 인정받았지만 정치권에서는 낯선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정치권 경력이라고 해봐야 고용노동부 파견직인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이 고작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총선 당시 선거사무소를 직접 방문해 "중앙정부에서 30년간 노동정책전문가로 열심히 일해 온 든든한 일꾼"이라고 치켜세우자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던 이들이 많았다.
장면2. 지난해 8월 22일 국회 기자실. 4·11 총선에서 극적으로 공천을 받고 당선된 '신데렐라' 이완영 의원이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나섰다. 60세 정년을 보장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는 내용이었다. 고용안정이 여전한 사회적 이슈였던 만큼 기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수천건씩 쏟아지는 법률안 중의 하나일 뿐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초선의원의 호기 정도로 치부했고, 법안제출 건수를 늘리기 위한 관행 정도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년연장법이 통과되자 여론의 관심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로 쏠렸다. 입법성공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논쟁이 있었고, 재계와 노동계의 서로 다른 논리로 반발한 것도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축하와 격려가 모두 쏟아졌다.
그런데 의외로 정년연장법을 처리할 수 있게 만든 주역은 평소 고용안정을 입에 달고 살던 민주당 등 야당이 아니라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이었다. 총선과정에서도, 19대 국회 출범과 대선과정에서 전혀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 의원은 묵묵히 정년연장법을 준비했다. 정년연장을 담은 법률 개정안을 제출하는 것은 그가 처음이 아니었지만 19대 국회 개정안 5개 중에서 최종안의 모태가 된 것은 그가 제출한 법안이었다. 임금피크제 도입도 그의 법안에 유일하게 거론됐다.
그가 법안을 준비한 것은 국회의원이 되기 훨씬 전의 일이다. 18대 국회 당시 고용노동부에서 새누리당 환노위 수석전문위원으로 파견근무를 하던 시절 그는 당의 총선공약 수립 작업에 참여했다. 정년연장이 총선공약으로 포함되는데 실질적으로 기여한 것이다. 그리고 드라마같은 총선 출마와 당선 이후 대선에서도 그는 공약수립에 참여해 정년연장을 구체화했고, 법안을 제출했으며, 인수위 국정과제 선정에도 힘을 보탰다.
그의 일에는 야당 의원뿐만 아니라 여당 내부의 반발을 설득하는 일까지 포함됐다. 고용노동부에서 30년 동안 일하며 쌓았던 전문성이 든든한 바탕이 됐다.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 정년연장법이 고령자와 청년들의 '일자리 전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없지 않다.
절대 그렇지 않다. 임금조정이 없는 정년연장이 이뤄진다면 기업이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신규채용을 줄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정년연장법은 임금조정이 전제돼 있다. 신규채용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정년연장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정년을 연장한 한국전력, GS칼텍스 등의 기업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오히려 신규채용이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2010년 임금피크제와 정년연장을 동시에 도입했다. 신규채용은 2009년 92명에서 △2010년 132명 △2011년 155명 △2012년 683명으로 늘었다.
현대기아차는 2011년 59세, 2012년에는 60세로 정년을 늘렸다. 내년에는 61세로 늘릴 계획이다. 생산직 신규채용은 2009·2010년 '0'에서 2011년 100여명, 2012년 310명이 됐다. 올해도 670명을 채용했다.
GS칼택스는 지난해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연장했다. 2년간 기존 임금의 80%만 받는 임금피크제도 도입했다. 지난해 신규채용은 전년대비 2배가 늘었다.
전문가들은 정년연장과 청년고용이 서로 대립되는 관계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청년고용이 변화하는 가장 큰 변수는 정년연장이 아니라 경기의 변동이라는 설명이다.
■ '일자리 입법'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뜻인가.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일자리 공약이 '늘지오'다. 새 일자리를 '늘'리고, 기존 일자리는 '지'키고, 일자리의 질은 '올(오)'리겠다는 뜻이다. 정년연장은 '지'에 해당한다.
■ 재계의 반대가 유난히 심했는데.
재계에서는 노동시간을 주 40시간으로 줄일 때도 '나라 망한다'고 반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슬기롭게 극복하지 않았나.
재계에선 임금조정 없는 정년연장이 될까봐 큰 우려를 표명했던 듯 한데 법안에는 분명하게 임금체계조정이라는 용어가 포함됐다. 우려할 필요가 없다. 몇 년 뒤에는 모두가 고맙다고 할 것이다.
■ 총선공약으로 제기됐었는데.
사실 정년연장법은 내가 첫 단추를 꿰고 마무리까지 한 셈이다. 지난해 총선 전에 내가 당 환경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었는데 이때 총선 공약을 내가 직접 만들었다. 당선되고 난 뒤에는 대선공약 수립과정에 참여해 공약으로 집어넣었고, 인수위 때는 국정과제로 선정됐다. 결자해지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주 5일제 도입 이후 우리 산업사에서 가장 큰 혁신을 이뤘다고 할 수 있다.
■ 정년연장과 관련 그동안 재계와 노동계 모두 서로 다른 주장을 펼쳐왔다.
재계는 정년에는 을 대지 않으면서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노동계의 입장은 '임금삭감 없는 정년연장'이었다. 서로 다른 쪽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자기 주장만 내세웠다. 십년이 넘도록 평행선만 달렸다. 이번 입법은 서로의 주장을 조금씩 양보해 만든 황금율이라고 할 수 있다.
■ 대기업 보다는 중소기업이 더 큰 부담을 느끼는 것 아닌가.
전혀 그렇지 않다. 정년제가 시행되고 있는 기업 중에서 60세 이상으로 정년이 정해져 있는 기업 비율은 대기업 보다 오히려 중소기업이 높다. 대기업의 경우 경기변동에 따라 해고와 재고용이 어느 정도 용이하지만 중소기업은 한번 해고하면 숙련도가 높은 인력을 채용하기가 더 어렵다. 정년연장이 중소기업에 더 보탬이 될 것이라는 얘기는 그래서 나왔다.
실제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정년제가 시행되고 있는 기업은 전체의 17.5%였다. 평균 정년연령은 58.4세였다. 그런데 정년연령이 60세 이상인 기업은 고용인원이 300인 미만인 경우 37.7%나 됐지만 300~999명 규모 기업에서는 25.5%, 1000인 이상은 16.8%로 줄었다. 대기업 보다는 중소기업의 정년이 더 길게 정해져 있다는 의미다.
다만 정년제는 300인 이상 기업에선 91.0%가 시행되고 있었지만 300인 미만 기업에서는 17.4%로 뚝 떨어졌다.
■ 임금피크제 비율은 어떻게 정하게 되나.
임금피크제를 실시한다고 해도 언제부터 정년 60세까지 몇 %의 임금을 줄일 것인가 하는 것은 개별 기업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법률에서는 이를 강제적으로 정하지 않았다. 노사가 협상을 통해 정하도록 했다. 다만 노동부에서 임금체계개편 등을 둘러싼 지침 정도를 국회와 협의해 마련하기로 했다.
■ 처음에는 여야 의원들이 모두 반대했다고 들었다.
여당 의원들은 정년 법제화에, 야당 의원들은 임금피크제 도입에 부정적이었다. 각자 지지기반이 달랐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난해 법안을 제출한 이후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한명한명 만나며 모두 설득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안심할 순 없었지만 공을 들였던 만큼 좋은 결과는 얻었던 것 같다.
■ 법안의 문구 하나하나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던데.
핵심 쟁점은 임금피크제였다. 그게 정리되지 않으면 정년법제화와 연장이 어렵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노동계의 반대가 심했던 만큼 임금피크제라는 용어를 그대로 쓸 수가 없었다. 내가 처음 제안한 것은 '임금조정'이었다. 처음엔 거부감을 갖던 야당의원들도 찬성기류로 돌아섰는데 마지막 순간에 이를 '임금체계 개편'으로 바꾸자고 하더라. 여기에 '등'을 붙여 '임금체계개편 등'으로 최종 합의를 이뤘다. 기업단위에서 노사협의가 있어야 하지만 임금피크제 도입이 가능한 용어였다.
그런데 법사위로 넘어가니 이번에는 여당 의원들이 다시 임금조정으로 바꿔야 한다고 그러더라. 설전도 벌어졌다. 임금피크제 도입 등의 개념을 포괄하고 있는 단어로 노동부 등이 모두 합의했다고 설득해 겨우 처리될 수 있었다.
■ 정년연장 혜택을 받는 연령층의 격려가 없었나.
전화를 정말 많이 받았다. 베이비부머 세대 중에서도 특히 '58년 개띠'와 59년, 60년생이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이들의 격려가 끊이지 않았다. 시행시기를 2016년으로 늦추면서 대상에서 제외된 56년, 57년생의 경우에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년연장을 시행할 경우 정부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법률 시행 이전이라도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19대 국회 개원 이후 지금까지 본회의에서 처리된 의원발의 입법은 모두 669건(폐기, 철회 제외)이다. 의원 1인당 2.23건에 해당한다. 이 의원은 지난 7일 가결된 '국립생태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포함해 대표 발의한 법안 5건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평균의 2배에 해당한다. 그가 지금까지 발의한 법안은 모두 15건. 이 중에서 5건이 처리됐으니 33.3%의 적중률을 자랑한다. 의원입법 평균 처리율 15.5%의 2배가 넘는다.
특히 7일 처리된 국립생태원법은 19대 국회 환노의 소관 법률 중 첫 번째 '제정법'이다. 통상 법률 개정에 비해 법률 제정은 한 차원 높은 전문성과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노사관계 전문가에서 환경 분야까지 전문성을 넓혀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정년연장과 관련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새누리당 김성태 이완영 정우택 의원, 민주당 홍영표 이목희 의원 등이 발의했다. 30일 국회 본회의 표결은 재석 197명중에서 찬성 158명, 반대 6명, 기권 33명으로 정년연장법을 처리했다.
법률은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장의 경우 임금피크제와 같은 임금조정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고 공공기관, 지방공사, 지방공단을 포함한 300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서는 2016년 1월 1일부터, 300인 미만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과 국가 및 지자체에서는 2017년부터 적용된다.
허신열 백만호 기자 syheo@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임금피크제 동시 도입으로 기업부담 완화 … 청년고용 감소 우려는 '기우' 불과
장면1. 지난해 3월 18일 새누리당 기자실. 4·11 총선이 한달도 안남은 상황에서 새누리당의 마지막 공천자 32명의 명단이 발표됐다. 9차 발표였다. 이미 공천이 결정됐다 구설수 때문에 공천취소가 결정됐던 경북 고령·성주·칠곡 지역구에도 기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17대 총선에서 석패하며 4년 내내 표밭을 다지며 강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던 석호익 전 후보가 무소속 출마를 준비 중이어서 당에서도 '회심의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그런데 공천자 이름이 '이완영'이었다. 기자들은 "도대체 누구냐"고 수군거렸다. 재계와 노동계 모두에서 '노사관계전문가', '합리적인 협상가'라고 인정받았지만 정치권에서는 낯선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정치권 경력이라고 해봐야 고용노동부 파견직인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이 고작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총선 당시 선거사무소를 직접 방문해 "중앙정부에서 30년간 노동정책전문가로 열심히 일해 온 든든한 일꾼"이라고 치켜세우자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던 이들이 많았다.
장면2. 지난해 8월 22일 국회 기자실. 4·11 총선에서 극적으로 공천을 받고 당선된 '신데렐라' 이완영 의원이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나섰다. 60세 정년을 보장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는 내용이었다. 고용안정이 여전한 사회적 이슈였던 만큼 기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수천건씩 쏟아지는 법률안 중의 하나일 뿐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초선의원의 호기 정도로 치부했고, 법안제출 건수를 늘리기 위한 관행 정도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의외로 정년연장법을 처리할 수 있게 만든 주역은 평소 고용안정을 입에 달고 살던 민주당 등 야당이 아니라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이었다. 총선과정에서도, 19대 국회 출범과 대선과정에서 전혀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 의원은 묵묵히 정년연장법을 준비했다. 정년연장을 담은 법률 개정안을 제출하는 것은 그가 처음이 아니었지만 19대 국회 개정안 5개 중에서 최종안의 모태가 된 것은 그가 제출한 법안이었다. 임금피크제 도입도 그의 법안에 유일하게 거론됐다.
그가 법안을 준비한 것은 국회의원이 되기 훨씬 전의 일이다. 18대 국회 당시 고용노동부에서 새누리당 환노위 수석전문위원으로 파견근무를 하던 시절 그는 당의 총선공약 수립 작업에 참여했다. 정년연장이 총선공약으로 포함되는데 실질적으로 기여한 것이다. 그리고 드라마같은 총선 출마와 당선 이후 대선에서도 그는 공약수립에 참여해 정년연장을 구체화했고, 법안을 제출했으며, 인수위 국정과제 선정에도 힘을 보탰다.
그의 일에는 야당 의원뿐만 아니라 여당 내부의 반발을 설득하는 일까지 포함됐다. 고용노동부에서 30년 동안 일하며 쌓았던 전문성이 든든한 바탕이 됐다.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 정년연장법이 고령자와 청년들의 '일자리 전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없지 않다.
절대 그렇지 않다. 임금조정이 없는 정년연장이 이뤄진다면 기업이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신규채용을 줄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정년연장법은 임금조정이 전제돼 있다. 신규채용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정년연장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정년을 연장한 한국전력, GS칼텍스 등의 기업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오히려 신규채용이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2010년 임금피크제와 정년연장을 동시에 도입했다. 신규채용은 2009년 92명에서 △2010년 132명 △2011년 155명 △2012년 683명으로 늘었다.
현대기아차는 2011년 59세, 2012년에는 60세로 정년을 늘렸다. 내년에는 61세로 늘릴 계획이다. 생산직 신규채용은 2009·2010년 '0'에서 2011년 100여명, 2012년 310명이 됐다. 올해도 670명을 채용했다.
GS칼택스는 지난해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연장했다. 2년간 기존 임금의 80%만 받는 임금피크제도 도입했다. 지난해 신규채용은 전년대비 2배가 늘었다.
전문가들은 정년연장과 청년고용이 서로 대립되는 관계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청년고용이 변화하는 가장 큰 변수는 정년연장이 아니라 경기의 변동이라는 설명이다.
■ '일자리 입법'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뜻인가.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일자리 공약이 '늘지오'다. 새 일자리를 '늘'리고, 기존 일자리는 '지'키고, 일자리의 질은 '올(오)'리겠다는 뜻이다. 정년연장은 '지'에 해당한다.
■ 재계의 반대가 유난히 심했는데.
재계에서는 노동시간을 주 40시간으로 줄일 때도 '나라 망한다'고 반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슬기롭게 극복하지 않았나.
재계에선 임금조정 없는 정년연장이 될까봐 큰 우려를 표명했던 듯 한데 법안에는 분명하게 임금체계조정이라는 용어가 포함됐다. 우려할 필요가 없다. 몇 년 뒤에는 모두가 고맙다고 할 것이다.
■ 총선공약으로 제기됐었는데.
사실 정년연장법은 내가 첫 단추를 꿰고 마무리까지 한 셈이다. 지난해 총선 전에 내가 당 환경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었는데 이때 총선 공약을 내가 직접 만들었다. 당선되고 난 뒤에는 대선공약 수립과정에 참여해 공약으로 집어넣었고, 인수위 때는 국정과제로 선정됐다. 결자해지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주 5일제 도입 이후 우리 산업사에서 가장 큰 혁신을 이뤘다고 할 수 있다.
■ 정년연장과 관련 그동안 재계와 노동계 모두 서로 다른 주장을 펼쳐왔다.
재계는 정년에는 을 대지 않으면서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노동계의 입장은 '임금삭감 없는 정년연장'이었다. 서로 다른 쪽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자기 주장만 내세웠다. 십년이 넘도록 평행선만 달렸다. 이번 입법은 서로의 주장을 조금씩 양보해 만든 황금율이라고 할 수 있다.
■ 대기업 보다는 중소기업이 더 큰 부담을 느끼는 것 아닌가.
전혀 그렇지 않다. 정년제가 시행되고 있는 기업 중에서 60세 이상으로 정년이 정해져 있는 기업 비율은 대기업 보다 오히려 중소기업이 높다. 대기업의 경우 경기변동에 따라 해고와 재고용이 어느 정도 용이하지만 중소기업은 한번 해고하면 숙련도가 높은 인력을 채용하기가 더 어렵다. 정년연장이 중소기업에 더 보탬이 될 것이라는 얘기는 그래서 나왔다.
실제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정년제가 시행되고 있는 기업은 전체의 17.5%였다. 평균 정년연령은 58.4세였다. 그런데 정년연령이 60세 이상인 기업은 고용인원이 300인 미만인 경우 37.7%나 됐지만 300~999명 규모 기업에서는 25.5%, 1000인 이상은 16.8%로 줄었다. 대기업 보다는 중소기업의 정년이 더 길게 정해져 있다는 의미다.
다만 정년제는 300인 이상 기업에선 91.0%가 시행되고 있었지만 300인 미만 기업에서는 17.4%로 뚝 떨어졌다.
■ 임금피크제 비율은 어떻게 정하게 되나.
임금피크제를 실시한다고 해도 언제부터 정년 60세까지 몇 %의 임금을 줄일 것인가 하는 것은 개별 기업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법률에서는 이를 강제적으로 정하지 않았다. 노사가 협상을 통해 정하도록 했다. 다만 노동부에서 임금체계개편 등을 둘러싼 지침 정도를 국회와 협의해 마련하기로 했다.
■ 처음에는 여야 의원들이 모두 반대했다고 들었다.
여당 의원들은 정년 법제화에, 야당 의원들은 임금피크제 도입에 부정적이었다. 각자 지지기반이 달랐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난해 법안을 제출한 이후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한명한명 만나며 모두 설득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안심할 순 없었지만 공을 들였던 만큼 좋은 결과는 얻었던 것 같다.
■ 법안의 문구 하나하나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던데.
핵심 쟁점은 임금피크제였다. 그게 정리되지 않으면 정년법제화와 연장이 어렵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노동계의 반대가 심했던 만큼 임금피크제라는 용어를 그대로 쓸 수가 없었다. 내가 처음 제안한 것은 '임금조정'이었다. 처음엔 거부감을 갖던 야당의원들도 찬성기류로 돌아섰는데 마지막 순간에 이를 '임금체계 개편'으로 바꾸자고 하더라. 여기에 '등'을 붙여 '임금체계개편 등'으로 최종 합의를 이뤘다. 기업단위에서 노사협의가 있어야 하지만 임금피크제 도입이 가능한 용어였다.
그런데 법사위로 넘어가니 이번에는 여당 의원들이 다시 임금조정으로 바꿔야 한다고 그러더라. 설전도 벌어졌다. 임금피크제 도입 등의 개념을 포괄하고 있는 단어로 노동부 등이 모두 합의했다고 설득해 겨우 처리될 수 있었다.
■ 정년연장 혜택을 받는 연령층의 격려가 없었나.
전화를 정말 많이 받았다. 베이비부머 세대 중에서도 특히 '58년 개띠'와 59년, 60년생이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이들의 격려가 끊이지 않았다. 시행시기를 2016년으로 늦추면서 대상에서 제외된 56년, 57년생의 경우에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년연장을 시행할 경우 정부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법률 시행 이전이라도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19대 국회 개원 이후 지금까지 본회의에서 처리된 의원발의 입법은 모두 669건(폐기, 철회 제외)이다. 의원 1인당 2.23건에 해당한다. 이 의원은 지난 7일 가결된 '국립생태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포함해 대표 발의한 법안 5건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평균의 2배에 해당한다. 그가 지금까지 발의한 법안은 모두 15건. 이 중에서 5건이 처리됐으니 33.3%의 적중률을 자랑한다. 의원입법 평균 처리율 15.5%의 2배가 넘는다.
특히 7일 처리된 국립생태원법은 19대 국회 환노의 소관 법률 중 첫 번째 '제정법'이다. 통상 법률 개정에 비해 법률 제정은 한 차원 높은 전문성과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노사관계 전문가에서 환경 분야까지 전문성을 넓혀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정년연장과 관련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새누리당 김성태 이완영 정우택 의원, 민주당 홍영표 이목희 의원 등이 발의했다. 30일 국회 본회의 표결은 재석 197명중에서 찬성 158명, 반대 6명, 기권 33명으로 정년연장법을 처리했다.
법률은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장의 경우 임금피크제와 같은 임금조정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고 공공기관, 지방공사, 지방공단을 포함한 300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서는 2016년 1월 1일부터, 300인 미만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과 국가 및 지자체에서는 2017년부터 적용된다.
허신열 백만호 기자 syheo@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