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의 금융교실] 어린시절 아버지가 화투를 가르친 이유

지역내일 2013-05-10
박철 국민은행 인재개발원 팀장

일전에 우리나라 국민의 약 70%가 '화투'를 즐긴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가히 국민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하지만 필자는 화투에 영 취미가 없다. 화투를 칠 줄은 알지만 즐기는 편은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자리가 아니면 화투판에는 절대 끼어들지 않는다. 그것도 조금만 잃겠다는 소박한 목표를 세우고는 자리를 빨리 털고 일어설 궁리만 한다.

아버지의 일방적인 승리
그건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 때문이다. 필자는 아버지에게 화투를 배웠다. 아버지는 한장 한장 화투 패의 생김새와 쓰임새를 설명해 주시고는 상대의 패를 읽는 방법이며 점수계산까지 일일이 가르치시며 쳤다. 부자지간에 치는 화투였지만 그렇다고 심심풀이 점수내기는 아니었다. 돈을 걸고 치는 진짜 실전이었다.

특히 세뱃돈으로 주머니가 불룩해져 있는 설날이 되면 아버지는 어김없이 화투로 어린 아들을 유혹하셨다. 물론 결과는 언제나 타짜(?) 아버지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일부러라도 져주실 법도 했건만 아버지는 대강 치실 때가 없었다. 점수를 따질 때도 '피박'이며 '광박'을 꼼꼼히 따져 틀림없이 돈을 받아내셨다.

아무리 상대가 아버지라지만 매번 돈을 잃다 보면 뒤끝이 항상 좋을 리가 없었다. 한 번은 거푸 져서 너무 약이 올라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아들의 울음에도 아버지는 꿈쩍도 하지 않으셨다. 달래거나 딴 돈을 돌려주기는커녕 못 본체 자리를 훌훌 털고 가버리셨다.

그 냉정한(?) 아버지의 뒷모습은 필자를 다시한번 절망과 분노에 빠뜨렸다. 그 때부터 필자는 고스톱에 흥미를 잃어버렸다.

그렇게 보면 필자가 국민놀이 화투와 멀어진 데는 아버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셈이다. 왜 그러셨던 것일까? 아들의 '코 묻은 돈'을 따겠다는 심사도 아니셨을 텐데… 언제나 화투를 보면 떠올리게 되는 의문이었다.

불법도박 10명 중 한명은 10대
그런데 얼마 전 일본 젊은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불리는 나카타니 아키히로(Nakatani Akihiro)의 '부자가 되는 비결'을 읽고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아이가 도박이나 제비뽑기를 하게 내버려 둬라. 그럼 실패와 형편없는 확률을 체험한다. 이런 아이는 어른이 되면 절대 도박에 빠지지 않는다."

필자의 눈에 꽂힌 책의 한 글귀다. 필자는 무릎을 쳐가며 몇 번이나 읽었다. 그제야 아버지의 마음을 읽은 탓이다.

아무리 성실한 사람도 일단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든 것이 도박이다. 왜 그럴까? 어릴 때 도박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지 못한 탓이다.

우리 부모들은 도박을 아이가 절대 발을 들여 놓아서는 안 될 금단의 영역으로만 생각한다. 그러니 도박을 입에 올릴 일도 없고 도박에 대해 가르치는 일은 더더욱 상상을 못한다.

이렇게 자랄 때는 도박과 담을 쌓고 지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도박의 재미를 알게 되니 늦게 배운 도둑질에 밤새는 줄 모르는 것이다. 실제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도박중독 유병률(有病率: 아팠던 사람의 비율)은 7.2%로 선진국의 2~3배가 넘는다.

그래서 부모가 나서서 어릴 때부터 도박에 대한 면역력을 길러줄 필요가 있다. 도박을 무조건 금기 시 할 것이 아니라 도박의 위험성과 폐해에 대해 깨우쳐 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사실 금기라는 것도 부모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부모가 모르는 사이 아이들은 이미 도박에 손을 뻗치고 있다. 올해 3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전체 불법 도박 경험자의 10.8%가 10대라고 한다. 불법 도박을 한 사람들 10명 중 1명이 10대 청소년인 셈이다.

심지어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절도 등 범죄에까지 손을 대는 청소년들도 적지 않다. 10대 청소년들이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을 통한 불법도박에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동청소년기에 도박 면역력 길러줘야
문제는 어릴 때 도박에 빠지면 훗날 어른이 되어서 도박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실제 도박중독자 가운데 아동청소년기의 도박게임으로 인한 유병률이 무려 절반안팎에 이른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결론은 아이를 도박과 떼어 놓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적인 체험과 깨달음을 통해 도박에 대한 면역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필자에게 아버지와의 화투놀이는 예방주사였다. 몸에 병균을 살짝 감염시켜 면역력을 키우는 예방주사처럼 아버지는 화투를 통해 도박에 대한 면역력을 키워주셨다.

신록의 계절 5월이다. 아이의 소중함과 사랑을 환기시키는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신록의 푸르름을 만끽하는 요즘, 신록보다 더 푸르게 물들어갈 아이의 미래를 위해 아이와 함께 화투 판을 벌려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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