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영혼 모두 멍드는 가정폭력│③ 노부모 학대하는 자식들] 30년 동안 맞은 모친, 아들 잡혀가도 “내 탓”

지역내일 2013-05-27
노인학대 신고 5년새 1.5배 … 신고 소극적, 성인이라 분리보호 힘들어 "별도 법 필요"

A(여·79)씨는 아들 B(61)씨가 나갔다 집에 들어올 때마다 불안에 떤다. 맨 정신인 날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B씨는 술을 마시면 어김없이 욕설과 함께 손찌검을 한다. 뇌병변장애로 한쪽 거동이 불편한 A씨를 사정없이 때리고 발로 찬다. 이렇게 산지 어느덧 30여년이다.

B씨는 피가 섞인 아들은 아니었다. 20년 전 세상을 떠난 남편과 전처의 소생이었다. 그래도 슬하에 친자식이 없어 10살이었던 B씨를 내 자식처럼 생각하고 식당을 하며 남부럽지 않게 키웠다. 같이 산 세월만 50년이 넘었다.

때리고 가산탕진해도 '침묵' = 그런데 B씨는 20대부터 입에 술을 대더니 A씨를 폭행하기 시작했다.

결혼을 하고도 마찬가지였다. 아내와 아이들을 상습적으로 때렸다. 행패를 견디다 못한 며느리가 8년전 아이들을 데리고 떠났다. B씨는 정서적 불안과 알콜중독 증세가 더 악화됐다.

A씨는 처음에는 "내가 잘못 키웠거니"하며 속으로 삭였다. 애틋한 마음도 있었고 소문이 날까봐 조심했다.

하지만 상황은 갈수록 나빠졌다. 마땅한 직업도 없이 A씨가 식당일로 모아둔 돈을 빼 쓰던 B씨는 사업을 하겠다며 술집을 열더니 결국 재산을 모두 탕진했다. 그나마 술집은 지난해 초에는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았다는 이유로 영업정지 됐다. 이혼할 무렵부터 동거하던 여자마저 얼마 후 집 전세금을 빼돌리고 행방을 감추자 아들의 행패는 갈수록 공포스러워졌다. 그러지 않아도 불편한 몸이 더욱 망가져 요양병원에 다녀오기도 했다.

올해 초 아들에게 맞는 A씨의 모습을 본 이웃이 보다 못해 경찰에 신고를 했다. B씨는 자기를 말리는 경찰관에게 칼을 휘두르다 연행됐지만 훈방돼 돌아오더니 더 심하게 A씨를 때렸다.

A씨는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웠다. B씨가 잠든 틈을 타 이웃집으로 피신했다.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이 들어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를 했다. "이젠 같이 못살겠다. 아들이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울먹였다.

조사결과 B씨는 A씨를 폭행만 한 게 아니었다. 지난 3월 모친의 명의로 동사무소에 찾아가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아 탕진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B씨는 존속폭행 및 주취폭력 혐의로 4년을 구형받았다가 A씨의 탄원으로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현재 요양시설로 옮겨진 상태다. A씨는 지금도 "아들이 무섭지만 가엽다"며 "내가 잘못 키운 탓"이라고 자책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이면 돌아올 아들을 다시 만날 생각을 하면 몸이 떨린다.

'고령사회' 존속범죄 증가세 =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자식이 부모를 학대하거나 살해하는 '존속범죄'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존속학대는 부모의 자책과 자식사랑이 침묵으로 이어져 비극이 벌어질 때까지 방치되는 경우가 적지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일 경남에서는 "연금과 아파트를 내 명의로 해 달라"며 어머니를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로 54세 여성이 구속됐다.

이 여성은 지난 2월부터 4월 22일까지 창원시 성산구 어머니 고 모(75) 씨의 집에서 어머니에게 욕설을 하며 뺨을 때리고 머리채를 쥐고 흔드는 등 총 4차례에 걸쳐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박 씨는 고 씨에게 "아파트 소유권을 넘겨달라" "국가유공자 보훈연금을 달라"는 등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15일 경북 안동경찰서는 술에 취해 자신의 아버지를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로 42세 남성을 구속했다.

이 남성은 12일 오후 9시 경북 안동시 자택에서 뇌졸중을 앓아 거동이 불편한 부친(77)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술에 취해 부친에게 상습적으로 행패를 부리거나 폭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으며, 최근에는 부친이 보기 싫다며 자신이 잠들 때까지 벽을 보고 있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부친은 "폭행이 두려워 A씨가 잠들 때까지 벽만 보고 지샌 날이 적잖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에 따르면 자식이 부모를 때리거나 죽인 존속범죄는 해마다 1000건에 육박한다. 2010년 908건에서 2011년 884건, 지난해 상반기 현재 600건을 바라보는 상태다. 유형별로는 2011년 현재 존속폭행이 483건으로 가장 많았고 존속상해 333건, 존속살해 68건 등이었으며. 지난해 역시 7월 말 현재까지 존속폭행 310건을 비롯해 존속상해 183건, 존속살해 28건 등 모두 521건이 발생했다.

학대자녀, 고학력·전문직도 많아 =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2011년 한해동안 접수된 신고는 모두 8603건으로 이 중 40%가 학대와 관련한 것이었다. 2006년 대비 1.5배가량 늘었다. 단순상담은 5만7849건으로 10배 이상이며 역시 전년대비 20%가량 늘었다. 학대행위자는 아들(46%)과 딸(13.9%)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고졸 이상 학력자도 전체의 59.7%, 공무원·전문직·사무직 등의 비중도 17%대로 높은 편이었다. 학대를 겪는 노인 중 63%는 최소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피학대 노인들이 자책과 공포로 특히 신고상담에 소극적이기 때문에 통계에 잡히는 학대사례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김선태 팀장은 "신고의 대부분은 당사자보다 이웃이나 신고의무자에 의해 이뤄진다"며 "신고를 받고 상담을 나가도 자식이 없다고 숨기거나, 있어도 학대사실을 밝히지 않기 때문에 마음을 여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인학대의 경우 피해자가 성인이기 때문에 본인이 거부하면 분리보호 조치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관련법 미비도 한몫한다는 지적이다. 정은숙 법무법인 태영 변호사는 "현재 노인학대에 관한 규정은 노인복지법, 가정폭력범죄 특례법 등에 명시돼 있지만 별도의 노인학대방지특별법을 제정하면 보다 상세한 규정이 가능하다"며 "공권력의 강력한 개입의지와 방법을 규정해 피학대노인의 신고, 고소, 고발에 대한 공포 및 부담을 경감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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