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주저앉은 어린 학생들
최영희 상임이사
수백 명의 아이들이 책가방을 맨 채 차디찬 보도블럭 위에 앉아있다. 손에는 풍선을 들고…. 어른들이 점심을 먹으러 음식점을 찾는 시간에 밥도 굶은 채 그들은 소리치고 있다. 확성기를 통해 아이들의 외침은 밥 먹는 우리들의 가슴을 때리고 있었다. 그들은 며칠 전에도 똑같이 경찰기동대에 막혀 교육청 근처로 진입도 못하고 내일신문사 앞 거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통계를 내보진 않았지만 최근 가장 많은 시위가 일어나는 곳은 아마 서울시 교육청 앞일 것이다. 신문사와 인접한 곳이라 하루에도 몇번씩 그 앞을 지나면서 목격하는 장면은 정말 다양하다. 잘 알려진대로 배정받은 학교에서 전학가려고 날밤을 새우며 줄지어 있는 학부모 행렬까지 구색을 맞췄다.
난장판 교육이 어린 학생 잡는 ‘올무’가 되고 있다
모두들 교육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걱정을 하고 열을 올려 토론도 해보지만, 결론은 내 자식만이라도 챙기고 피해갈 수 있으면 재주껏 피해가자는 것이다. 오죽하면 나라를 등진 교육이민 행렬이 쏟아지고 있을까. 1년여에 걸친 ‘인권학원재단’의 사태는 신정여상, 구로여자정보산업고, 한광고등학교 뿐 아니라 신정여중까지 불똥을 맞아 수업이 중단된 상태다.
작년에 재단비리 문제로 수업이 거부되고 관선이사가 파견되어 학교수습에 나섰지만, 재단이 행정법원 1심에서 이겨 다시 복귀하면서 19명의 교사를 파면시켰기 때문에 학생들의 수업거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 어린 학생들이 몇 시간씩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도 하고 한 교실에 두 명의 담임이 동시에 악을 쓰며 조회·종례를 하는,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최악의 청소년 입장불가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교사는 군사정권시대의 소위 ‘짭새’ 역할보다 더 못하게 소형 비디오로 항의하는 아이들을 공공연히 찍어대는 ‘채증작업’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고, 새 교장이 부임하는 날 학생은 교사에게 맞아 실신했다.
내가 만약 그 학생들의 학부모였다면 얼마나 분통이 터지겠는가. “왜 하필이면 재수 없게 이 학교에 배정되어서…”하고 말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고 연줄이 있으면 이사 가거나 친척집에 전입 및 위장전입해 전학 간 학생들이 부지기수다. 어떻게든 학교를 정상화시켜 입학식도 못 치른 아이들이 책가방 들고 교실로 가는 모습 좀 보려고 부모들이 이리저리 뛰어보지만 너무나 막막하단다.
민선 지자체장들은 하다못해 청사담장을 헐어서 공원을 만들어주는 서비스라도 한다는데 민선 교육감들은 무슨 변화가 있는 건가. ‘인권학원’ 학부모대표들이 교육감 면담을 위해 하루 종일 기다렸지만 면담은커녕 교육청직원들에 의해 건물 밖으로 강제로 들려나오는 수모를 겪었을 뿐이었다니 이 대목은 정말 교육파행의 압권이다.
우리는 재단의 입장과 전교조와 파면된 교사들의 입장, 그리고 여타 교사들의 구구한 주장을 다 시시비비를 가릴 수는 없다. 다만 가장 시급한 것은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재단이 아무리 훌륭한 의도를 갖고 사학을 세웠다 할지라도 사기꾼소리를 들을 뿐이며, 학생입장에서는 그런 재단이 차라리 학교를 안 세웠으면 다른 학교로 갔으리라 생각할 것이다. 이런 난장판 교육이라면 학교 교육 안받고 차라리 야생으로 놔두는 것이 낫다. 결국 학교가 아이들을 잡는 ‘올무’ 역할을 할 뿐이다.
재단보다 160배 지원한 서울교육청 무엇하나
자, 교육부는 공교육 내실화를 위해 학교 보충수업까지 계획하고 시행논란을 빚고 있다. 그런데 기본 수업조차 못받는 이 아이들은 어찌하려는가 묻고 싶다. 교육당국은 ‘힘없음’인지, 직무유기인지 납득할 수 없는 무기력증을 보이고 있다.
‘인권학원’의 학교 운영비를 보면 학부모가 낸 등록금이 56억, 정부보조금이 98억, 재단은 단돈 6천여 만원을 냈을 뿐인데 왜 교육당국이 아무 역할도 못하고 피하고만 있는 지 이해할 수 없다.
이럴 때 재단이나 교육관료 그리고 교사들에게 “수업을 못 받고 책가방을 든 채 길에 앉아 시위하는 아이들이 입시를 앞둔 내 아이들이라면 지금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라”는 것은 얼마나 진부한 당부인지를 안다.
그러나 검찰도 특검제도를 통해 진실을 가리듯 교육당국이 두손을 들었다면 불편부당한 인사들로 구성된 조정위원회를 구성해서라도 시비를 가리고, 모든 것에 우선해서 아이들을 학교로 돌려보내야 한다. 어린 아이들과 경찰이 길바닥에서 계속 마주서게 한다면 관계자 모두 사실상 직무유기죄를 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최영희 상임이사
최영희 상임이사
수백 명의 아이들이 책가방을 맨 채 차디찬 보도블럭 위에 앉아있다. 손에는 풍선을 들고…. 어른들이 점심을 먹으러 음식점을 찾는 시간에 밥도 굶은 채 그들은 소리치고 있다. 확성기를 통해 아이들의 외침은 밥 먹는 우리들의 가슴을 때리고 있었다. 그들은 며칠 전에도 똑같이 경찰기동대에 막혀 교육청 근처로 진입도 못하고 내일신문사 앞 거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통계를 내보진 않았지만 최근 가장 많은 시위가 일어나는 곳은 아마 서울시 교육청 앞일 것이다. 신문사와 인접한 곳이라 하루에도 몇번씩 그 앞을 지나면서 목격하는 장면은 정말 다양하다. 잘 알려진대로 배정받은 학교에서 전학가려고 날밤을 새우며 줄지어 있는 학부모 행렬까지 구색을 맞췄다.
난장판 교육이 어린 학생 잡는 ‘올무’가 되고 있다
모두들 교육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걱정을 하고 열을 올려 토론도 해보지만, 결론은 내 자식만이라도 챙기고 피해갈 수 있으면 재주껏 피해가자는 것이다. 오죽하면 나라를 등진 교육이민 행렬이 쏟아지고 있을까. 1년여에 걸친 ‘인권학원재단’의 사태는 신정여상, 구로여자정보산업고, 한광고등학교 뿐 아니라 신정여중까지 불똥을 맞아 수업이 중단된 상태다.
작년에 재단비리 문제로 수업이 거부되고 관선이사가 파견되어 학교수습에 나섰지만, 재단이 행정법원 1심에서 이겨 다시 복귀하면서 19명의 교사를 파면시켰기 때문에 학생들의 수업거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 어린 학생들이 몇 시간씩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도 하고 한 교실에 두 명의 담임이 동시에 악을 쓰며 조회·종례를 하는,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최악의 청소년 입장불가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교사는 군사정권시대의 소위 ‘짭새’ 역할보다 더 못하게 소형 비디오로 항의하는 아이들을 공공연히 찍어대는 ‘채증작업’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고, 새 교장이 부임하는 날 학생은 교사에게 맞아 실신했다.
내가 만약 그 학생들의 학부모였다면 얼마나 분통이 터지겠는가. “왜 하필이면 재수 없게 이 학교에 배정되어서…”하고 말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고 연줄이 있으면 이사 가거나 친척집에 전입 및 위장전입해 전학 간 학생들이 부지기수다. 어떻게든 학교를 정상화시켜 입학식도 못 치른 아이들이 책가방 들고 교실로 가는 모습 좀 보려고 부모들이 이리저리 뛰어보지만 너무나 막막하단다.
민선 지자체장들은 하다못해 청사담장을 헐어서 공원을 만들어주는 서비스라도 한다는데 민선 교육감들은 무슨 변화가 있는 건가. ‘인권학원’ 학부모대표들이 교육감 면담을 위해 하루 종일 기다렸지만 면담은커녕 교육청직원들에 의해 건물 밖으로 강제로 들려나오는 수모를 겪었을 뿐이었다니 이 대목은 정말 교육파행의 압권이다.
우리는 재단의 입장과 전교조와 파면된 교사들의 입장, 그리고 여타 교사들의 구구한 주장을 다 시시비비를 가릴 수는 없다. 다만 가장 시급한 것은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재단이 아무리 훌륭한 의도를 갖고 사학을 세웠다 할지라도 사기꾼소리를 들을 뿐이며, 학생입장에서는 그런 재단이 차라리 학교를 안 세웠으면 다른 학교로 갔으리라 생각할 것이다. 이런 난장판 교육이라면 학교 교육 안받고 차라리 야생으로 놔두는 것이 낫다. 결국 학교가 아이들을 잡는 ‘올무’ 역할을 할 뿐이다.
재단보다 160배 지원한 서울교육청 무엇하나
자, 교육부는 공교육 내실화를 위해 학교 보충수업까지 계획하고 시행논란을 빚고 있다. 그런데 기본 수업조차 못받는 이 아이들은 어찌하려는가 묻고 싶다. 교육당국은 ‘힘없음’인지, 직무유기인지 납득할 수 없는 무기력증을 보이고 있다.
‘인권학원’의 학교 운영비를 보면 학부모가 낸 등록금이 56억, 정부보조금이 98억, 재단은 단돈 6천여 만원을 냈을 뿐인데 왜 교육당국이 아무 역할도 못하고 피하고만 있는 지 이해할 수 없다.
이럴 때 재단이나 교육관료 그리고 교사들에게 “수업을 못 받고 책가방을 든 채 길에 앉아 시위하는 아이들이 입시를 앞둔 내 아이들이라면 지금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라”는 것은 얼마나 진부한 당부인지를 안다.
그러나 검찰도 특검제도를 통해 진실을 가리듯 교육당국이 두손을 들었다면 불편부당한 인사들로 구성된 조정위원회를 구성해서라도 시비를 가리고, 모든 것에 우선해서 아이들을 학교로 돌려보내야 한다. 어린 아이들과 경찰이 길바닥에서 계속 마주서게 한다면 관계자 모두 사실상 직무유기죄를 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최영희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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