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다국적 부동산컨설팅업체인 A사가 보도자료를 보냈다. 이 회사 B 회장이 5일 전 방한했을 때 "한국을 성장 유망한 시장으로 꼽았다"고 발언했다는 것을 뒤늦게 소개한 것이다.
A사에 따르면 당시 B 회장은 "한국 부동산 시장은 아·태지역의 유망한 투자시장"이라며 "해외 투자자들의 지역 내 투자 우선국가로 고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B 회장의 이같은 분석은 실제 시장 상황과는 많은 괴리가 있다.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국의 주택과 상가, 업무용빌딩 등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장기침체에 빠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외국계 중에서는 모건스탠리가 서울스퀘어에 투자해 낭패를 봤고, GE의 부동산부문도 한국에서 철수를 선언한 지 오래다.
이런 와중에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부동산컨설팅 업체 최고경영자의 입에서 나온 "유망한 투자시장"이라는 발언은 기삿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문제는 발언의 '근거'다. 담당자와 연결을 시도했으나 이틀이 지나서야 어렵사리 연결됐다. 이미 B 회장의 발언은 일주일 전 것이 돼 '뉴스'로서의 가치는 사라진 뒤였다. 그럼에도 시장상황과 워낙 동떨어진 전망인지라 분석의 근거를 확인하고 싶었다.
회사 담당자는 "업무용빌딩의 경우 공실률은 높지만 거래가 잘 된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또한 실제와는 다른 진단이다.
현재 국내 업무용빌딩 시장은 매물이 넘친다. 대기업들은 보유하고 있는 사옥의 '자산가치 하락'을 우려해 매각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마땅히 살 사람이 없으니 빌딩을 팔기 위해 자신들이 임차해 쓰겠다는 '옵션'을 걸기도 한다. 최근 유행하는 '세일 앤 리스백'이라는 방식이다. 이를 사들이는 것은 자산운용사, 즉 펀드다. 한쪽은 자산가치가 떨어져 팔고 있고, 사들이는 사람은 마땅한 투자처를 못찾는 기관 투자자다. 이런 상황을 '성장가능한' 시장으로 본다는 것은 논리가 빈약하다.
'궁색한 근거 아니냐'고 되묻자 돌아오는 답은 황망했다.
"기자님 말씀이 맞아요."
말문이 막혔다. '플레이성' 자료를 내놓고 잘못된 자료였다고 쉽게 인정해버리는 행위에 대해 어안이 벙벙했다.
최근 '세계적'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부동산컨설팅사 관계자들이 잇달아 한국을 찾고 있다. 물론 매력적인 시장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거없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것은 시장 교란행위다. 이들의 입을 경계해야 한다.
산업팀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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