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고문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문제 보도에 접하는 감상은 한마디로 불쾌함이다. 한동안 잊었던 악몽이 되살아난다고 울화통을 터트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정치가 무엇이며 어떠해야 하는지 새삼 절감하게 된다. 눈이 번쩍 뜨이는 검찰의 움직임에 '하려고만 들면 이렇게 할 수도 있는데 지나간 16년 동안 왜 그랬나' 싶어진다.
"전 재산이 29만원밖에 안돼 추징금을 낼 수 없다"던 그의 말에 기가 막힌 사람들은 추징금을 받지 못하는 게 아니라 받지 않는다고 생각해왔다. 그 사람이 옛날 부하들과 어울려 어느 나라에 골프 여행을 다녀왔다네, 누구 아들 결혼식 축의금으로 얼마를 냈다네, 그 아들이 조세회피처 국가에 서류상 회사를 차렸다네, 하는 소식이 보도될 때마다 "그렇지 않고야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한탄했다.
자식들까지 떵떵거리고 사는 모습에 다수 국민들 분노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검찰이 전두환씨 자택을 비롯해 자녀들 집과 회사 사무실 등 17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300점이 넘는 미술품 등 유체동산을 압수 압류했다. 국세청까지 나서 전씨 본인과 일가 및 측근의 보험계약과 연금계좌까지 뒤지고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을 받아내기 위해 측근의 계좌를 추적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귀금속을 땅속에 묻었을 것이라는 가정 아래 압수수색에 금속탐지기까지 동원한 사실로 보아, 돈 되는 것은 다 찾아내 한 푼이라도 더 받아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시효만료를 의식한 검찰이 전담팀을 꾸려 재산추적에 나섰을 때도, 국회가 이른바 전두환추징법(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특례법 개정안)을 법제화했을 때도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에게 탄압을 받은 사람들의 정권에서도 하지 못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전씨의 사적 관계를 궁금해 하는 사람도 있다.
배경이야 어떠하건, 전직 대통령 두 사람의 미납 추징금을 받아내려는 노력과 의지는 한 가닥 위로가 된다. 대통령이라는 직위를 이용하여 막대한 돈을 긁어 들여 사복(私腹)을 채우고, 자녀들까지 그 돈으로 떵떵거리고 사는 모습은 국민 다수의 분노와 냉소를 사기에 충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씨 자녀 3남1녀의 재산은 1조원 규모라 한다. 유명 출판사 경영자인 장남은 회사 자산 250억원에, 여러 곳의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 자산이 750억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차남은 국민주택채권 167억원에 부동산개발회사 자산이 425억원, 3남은 장인과 공동송유인 1000억원 상당의 부동산에 160억원의 국민주택채권, 100억원대 부동산을 장인 명의로 소유하고 있다.
딸은 외삼촌에게서 증여받은 임야 8000여평을 소유하고 있으며, 전씨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처남도 수도권에 호화별장 등 고액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자녀들의 재산이 모두 아버지의 불법재산과 관련된 것이라는 근거는 아직 없다. 장남의 경우 출판업계에서는 유능한 경영인으로 소문이 났다. 나머지 자녀들의 경영기술도 인정할 부분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그들의 사업체 종자돈이 아버지의 재산에서 나왔을 것이라는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부정하게 모은 재산은 동티난다" 반드시 보여줘야
공직자 출신 한국인의 자녀들이 1조원의 재산을 보유할 수 있다고 어느 누가 짐작인들 하겠는가. 국민을 더 놀라게 한 일은 장남이 해외에 페이퍼 컴퍼니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지난 6월 전씨 비자금 문제가 시끄럽던 2004년 장남 전재국씨가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을 폭로했다.
출판사 경영자에게 해외 페이퍼 컴퍼니란 어울리지 않는다. 당연히 아버지의 검은 돈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전씨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비자금 폭탄'을 맞았을 때 "금마(그놈)는 바보라서 다 뺐겼다"고 비웃었다 한다. 잘 감추어두었으면 괜찮을 것을 허술하게 관리해서 당했다는 말이었다.
이제는 국민이 그 말을 할 차례다. 부정하게 모은 재산은 반드시 동티가 난다는 사실을 검찰은 국민에게 증명해 보여야 한다. 사회정의가 서지 않은 나라에서 부정부패 척결을 아무리 외쳐야 무슨 소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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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문제 보도에 접하는 감상은 한마디로 불쾌함이다. 한동안 잊었던 악몽이 되살아난다고 울화통을 터트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정치가 무엇이며 어떠해야 하는지 새삼 절감하게 된다. 눈이 번쩍 뜨이는 검찰의 움직임에 '하려고만 들면 이렇게 할 수도 있는데 지나간 16년 동안 왜 그랬나' 싶어진다.
"전 재산이 29만원밖에 안돼 추징금을 낼 수 없다"던 그의 말에 기가 막힌 사람들은 추징금을 받지 못하는 게 아니라 받지 않는다고 생각해왔다. 그 사람이 옛날 부하들과 어울려 어느 나라에 골프 여행을 다녀왔다네, 누구 아들 결혼식 축의금으로 얼마를 냈다네, 그 아들이 조세회피처 국가에 서류상 회사를 차렸다네, 하는 소식이 보도될 때마다 "그렇지 않고야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한탄했다.
자식들까지 떵떵거리고 사는 모습에 다수 국민들 분노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검찰이 전두환씨 자택을 비롯해 자녀들 집과 회사 사무실 등 17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300점이 넘는 미술품 등 유체동산을 압수 압류했다. 국세청까지 나서 전씨 본인과 일가 및 측근의 보험계약과 연금계좌까지 뒤지고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을 받아내기 위해 측근의 계좌를 추적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귀금속을 땅속에 묻었을 것이라는 가정 아래 압수수색에 금속탐지기까지 동원한 사실로 보아, 돈 되는 것은 다 찾아내 한 푼이라도 더 받아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시효만료를 의식한 검찰이 전담팀을 꾸려 재산추적에 나섰을 때도, 국회가 이른바 전두환추징법(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특례법 개정안)을 법제화했을 때도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에게 탄압을 받은 사람들의 정권에서도 하지 못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전씨의 사적 관계를 궁금해 하는 사람도 있다.
배경이야 어떠하건, 전직 대통령 두 사람의 미납 추징금을 받아내려는 노력과 의지는 한 가닥 위로가 된다. 대통령이라는 직위를 이용하여 막대한 돈을 긁어 들여 사복(私腹)을 채우고, 자녀들까지 그 돈으로 떵떵거리고 사는 모습은 국민 다수의 분노와 냉소를 사기에 충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씨 자녀 3남1녀의 재산은 1조원 규모라 한다. 유명 출판사 경영자인 장남은 회사 자산 250억원에, 여러 곳의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 자산이 750억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차남은 국민주택채권 167억원에 부동산개발회사 자산이 425억원, 3남은 장인과 공동송유인 1000억원 상당의 부동산에 160억원의 국민주택채권, 100억원대 부동산을 장인 명의로 소유하고 있다.
딸은 외삼촌에게서 증여받은 임야 8000여평을 소유하고 있으며, 전씨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처남도 수도권에 호화별장 등 고액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자녀들의 재산이 모두 아버지의 불법재산과 관련된 것이라는 근거는 아직 없다. 장남의 경우 출판업계에서는 유능한 경영인으로 소문이 났다. 나머지 자녀들의 경영기술도 인정할 부분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그들의 사업체 종자돈이 아버지의 재산에서 나왔을 것이라는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부정하게 모은 재산은 동티난다" 반드시 보여줘야
공직자 출신 한국인의 자녀들이 1조원의 재산을 보유할 수 있다고 어느 누가 짐작인들 하겠는가. 국민을 더 놀라게 한 일은 장남이 해외에 페이퍼 컴퍼니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지난 6월 전씨 비자금 문제가 시끄럽던 2004년 장남 전재국씨가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을 폭로했다.
출판사 경영자에게 해외 페이퍼 컴퍼니란 어울리지 않는다. 당연히 아버지의 검은 돈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전씨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비자금 폭탄'을 맞았을 때 "금마(그놈)는 바보라서 다 뺐겼다"고 비웃었다 한다. 잘 감추어두었으면 괜찮을 것을 허술하게 관리해서 당했다는 말이었다.
이제는 국민이 그 말을 할 차례다. 부정하게 모은 재산은 반드시 동티가 난다는 사실을 검찰은 국민에게 증명해 보여야 한다. 사회정의가 서지 않은 나라에서 부정부패 척결을 아무리 외쳐야 무슨 소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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