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송보경 2002.03.26)

지역내일 2002-03-26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
송보경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소비자문제를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이사



최근 시중에서 1000만원 짜리 인형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리고 야당 총재의 100평 짜리 빌라 3채 사용과 여당 대통령 경선 후보자의 요트 타기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각각 다른 이유에서 우리는 다양성을 인정하려면 아직도 멀었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첫째 이유는 우리 사회의 경직된 사고와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남이 하면 불륜” 이라는 이중기준이다.
둘째 요트 타기 공격을 보면서 같은 당이라는 일체감은 어디로 가건 집안싸움의 노출을 본다. 혹시 정당은 자신만을 위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다.
셋째는 100평 짜리 빌라공격을 보면서 빌라 그 자체가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 출마가 유력한 사람이 우리 나라에서 제일 무섭다는 국민 정서법을 읽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시장보다도 국민정서가 앞선다는 사실을 그는 알았어야 했다.

가난한 사람이 과소비하는 게 더 문제
그러나 시민생활과 관련지어 정말 여기서 문제를 삼아야 할 것은 1000만원 짜리 인형이라기보다는 우리사회에서 심화되고 있는 소득격차이다. 즉 우리는 소득 불균형의 심화를 두려워해야 한다. 만약 1000만원을 주고 인형을 구입하는 사람의 수입이 정당하다면 우리는 그것을 로맨스로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보통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그런 방식으로 돈을 지불하는 것이 부자들의 짓이기 때문이다. 시장경제를 인정하면서 다양한 소비생활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이것도 또한 불행이다. 시장경제 사회에서 소비는 자신의 업적을 선전하는 광고물이다. 그러므로 소비자는 음식 옷 주택 가구 등 별 것을 다 등장시켜서 스스로의 업적을 광고한다.
시장은 부자를 만들어 내고 부자는 또한 부자이기를 드러내 보이고 싶어한다. 드러내 보이고 싶은 욕망이 과시 소비가 된다. 쉽게 말하면 부자가 잘난 체 하려면 일반적으로 돈을 쓸 때 쓸데없는 물건에 써야하며 이 사실 자체가 바로 명성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부자는 명성을 바란다. 잘난 체 하려고 별난 데 돈을 쓰는 사람들이라고 보면 된다. 베블린이라는 학자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문제는 부자도 아닌 사람들이 부자처럼 돈을 쓰는 데 있다. 1000만원짜리 인형보다 더 우스운 건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폭탄주 마시기이다. 비싼 돈을 주고 수십 년짜리 양주를 세계도 놀랄 만큼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술을 마음껏 마시고 그것으로 인해서 병을 얻는다는 것은 그 술을 진탕 마실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우월한 자의 표시로서 명예로운 것이 된다고 한국의 술 마시는 소비자는 믿는 것같다.
부자가 아닌 사람이 생각하기에는 1000만원 짜리 인형을 흉보기보다는 양주를 철철 넘치도록 마시는 한국의 소비자의 형태를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더 이상하다. 인형은 돈만 없어지지만 과도한 과시적인 술 소비는 돈도 몸도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벼락부자들의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우리는 수없이 목격한다. 그러나 더 우스운 점은 부자도 아니면서 그들이 하는 우스꽝스러운 일을 따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능력을 가진 우월한 자의 표시로서 100평의 주택은 무방하겠지만 그의 우월성은 소유주택에서가 아니라 다른 측면에서 두드러져야 한다는 점을 깨닫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도자, 과시소비보다 사회적 책무 이행해야
심심하면 과시소비를 문제삼아 소비자를 공격하는 일부 사회 지도층과 언론이 정작 문제로 짚어야할 것은 소득격차의 심화이다. 그리고 부유층이 자기를 나타내는 것을 나무라기보다는 공익을 위해 기부를 하고 뽐낼 수 있도록 그들을 격려해 주는 일도 필요하다. 있는 돈을 잘 쓰도록 유도하고 잘 쓰면 박수를 보내는 일이 더 중요하다.
남이 요트 타는 것을 문제삼는 답답한 사회가 돼서는 안 된다. 요트를 즐겼던 그 시절에 그가 세금을 얼마나 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소득이 있어 즐기는 것은 좋지만 세금을 내지 않았다면 그것은 지도자로서 결정적인 결격사유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지도자가 될 사람들이나 큰 지도자가 되고싶은 사람은 부자로 뽐내기보다는 남 다른 사회적 책무의 우월성으로 뽐낼 자신이 있어야 될 것이다.
시장의 우열로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는 것을 우리는 두려워해야 하지만 국민의 정서 또한 무서운 작용을 한다는 점도 지도자들은 두려워 해야한다.


송보경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소비자문제를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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