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장보고대상 수상자 시리즈 4 박규원 (주)테크로스 대표] 선박평형수 처리장치 시장 ‘세계 1위’로 도약

지역내일 2013-06-24 (수정 2013-06-24 오후 2:50:07)
원천기술, 조선산업에 적용 … '전기분해법'으로 새 표준 만들어

박규원(62) 대표는 지난 2010년 4월 선박평형수 처리장치를 개발하는 (주)테크로스에 왔다. 당시 테크로스를 인수한 이동건 부방그룹 회장의 제의에 따른 것이다. 테크로스는 선박평형수 처리 원천기술을 갖고 있었지만 이를 선박용으로 완벽히 개발하지는 못한 상태였다.

선박평형수(Ballast Water)란 배의 균형을 잡기 위해 화물량에 맞춰 싣는 바닷물로, 통상 화물 적재량의 약 30~40%를 차지한다. 꼭 필요하지만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는 문제가 있어 국제적으로 이에 대한 처리를 규제하고 있다.

박 대표는 "선박은 항상 습도가 높고 염분도 많은데다 늘 흔들린다. 또 기계가 차지하는 공간이 크면 화물을 실을 공간이 줄어들게 된다"며 "이런 특성을 고려해야 조선기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데 내가 왔을 때는 선박에 맞게 설계돼 있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테크로스가 개발한 평형수 처리장치 기술을 선박에 맞게 다시 설계했다.

선박평형수 처리장치용 정류기 일체형 전기분해장치
테크로스 개발팀이 '선박평형수 처리장치용 정류기 일체형 전기분해장치'를 점검하고 있다. 왼쪽에 있는 구멍으로 바닷물이 들어오면 기계 안에 들어있는 전기분해 장치를 이용 해양생물체를 죽이는 장치다. 사진 정연근 기자


선박전문가가 주도한 선박평형수처리장비 개발 = 박 대표가 온 이후 테크로스는 달라졌다. 그해 4월까지 2대 판매에 그쳤던 테크로스는 연말까지 45대를 더 팔았고 12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2009년 34억원에 비해 4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박 대표는 2010년 6월에는 '선박평형수 처리장치(BWMS)용 정류기 일체형 전기분해장치' 개발 특별팀(TF)을 만들었다. 전기사용량을 줄인 장비를 만드는 게 핵심이었다. 이는 새로운 선박건조(신조)를 결정하는 선주들의 이해관계와 일치한다.

당시 개발팀장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김성태 테크로스 전무는 "2011년 10월 국가형식승인을 획득하면서 개발에 성공했다"며 "박 대표가 테크로스에 온 이후 우리는 선박평형수처리 벤처업체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조선기자재 생산업체로 완전히 변신했다"고 말했다.

'선박평형수 처리장치용 정류기 일체형 전기분해장치'에 선주들은 즉각 반응했다. 테크로스 매출액은 2011년 271억원, 2012년에는 75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2010년 4월 이전에 비해 20배 이상 비약했다.

서울대에서 조선공학을 전공한 박 대표는 한진중공업 조선연구소장을 거쳐 조선부문 사장을 역임했다. 한진중공업 재직 당시 높은 국산화율(76%)을 기록하며 독도함을 진수해 대통령포창(2005년)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 2007~2009년까지는 제9대 한국조선협회장을 역임하며 신조선 수주량 증가에 기여했다. 선박전문가와 벤처기업의 결합으로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탄생한 것이다.

창조경제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다 = 선박평형수 처리장치 개발은 박근혜정부가 제시한 창조경제의 아이콘 중 하나로 떠올랐다. 환경규제라는 외부조건을 이용해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선박평형수는 해양생물체가 서로 다른 환경을 가진 바다로 이동해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는 문제가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항에서 탱크에 담은 바닷물을 부산항에 배출할 때 외래생명체가 부산 앞바다 환경을 파괴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박평형수센터 신경순 박사는 "선박평형수를 따라 이동한 외래생명체가 자국 해양생태계를 파괴한다는 문제점이 1990년대 이후 꾸준이 제기됐다"며 "막연히 나온 것이 아니고 역학조사 결과로 확인된 것"이라라고 말했다.

북미산 빗해파리가 선박평형수를 따라 유럽 북해로 이동해 어족자원이 줄어들었다거나, 유럽산 홍합류가 미국 오대호에 들어가 대량 번식하면서 생태계 질서가 파괴되고 발전소나 공장 취수구를 막아 산업 피해를 일으킨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지난 2004년 '선박평형수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30개국 이상이 가입하고 가입국의 선복량이 세계 선복량의 35%를 넘으면 1년 후 발효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세계 37개국, 세계 선복량의 30.9%가 가입했다. 최근 선복량 기준 세계 1.8%를 차지하고 있는 독일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알제리 등이 가입의사를 밝히고 있어 협약은 오는 2014년 말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협약이 발효되면 전 세계를 운항 중인 6만8190여척의 선박은 유해한 수중생물을 죽여 없애는 '선박평형수 처리설비'를 의무적으로 탑재해야 한다. 평형수 처리설비를 설치하는 비용은 선박당 10억~12억원이다. 장비가 대당 평균 5억~6억원, 설치비가 4억~5억원 수준으로 제품과 설치를 위한 인프라 시장이 절반씩 차지한다. 세계적으로 시장규모가 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테크로스는 '규제'를 역이용해 사업기회를 포착했다. 박 대표가 취임하자마자 팀을 만들어 개발한 제품은 기존 제품에 비해 전극전류효율이 16% 향상됐고, 전극모듈 소비전략도 36% 줄었다. 스케일 제거방법이나 정류기 연결방식도 개선해 각각 70%, 90%의 비용을 줄였다.

테크로스가 개발한 신제품에 세계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지난해 테크로스 제품을 새롭게 장착한 선박이 117척에 이른다. 테크로스 제품은 다른 회사 제품에 비해 비싸 대당 6억원이 넘는다.

테크로스는 새로운 기술로 시장을 재편했다. 선박평형수 처리장치 기술이 개발되던 초기 시장을 지배한 기술은 자외선소독법이나 화학제품을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테크로스가 전기분해법을 이용해 선박평형수 소독기술을 개발한 후 이 기술의 우수성이 입증되자 세계 선박평형수처리장치 시장은 전기분해법이 주도하게 됐다.

현재 국제해사기구의 최종 승인을 받은 업체 중 절반 이상은 전기분해법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표준을 만드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원리에 따라 테크로스는 세계 선박평형수 처리설비 시장의 25%를 점유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테크로스가 가진 원천기술(전극 제조기술)은 선박전문가인 박 대표와 만나면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조선기자재로 새롭게 탄생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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