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아빠
육아휴직 중이던 아내의 복직으로 딸을 봐줄 사람이 없게 되자 저자는 직장을 그만둔다. 딸의 자라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저자는 육아를 하면서 아이가 처음 두발로 걷는 순간, 처음 변기에 오줌 누는 순간처럼 작지만 소중한 시간을 감격스러워 한다.
그러나 육아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해도 티 나지 않고 하지 않으면 금방 티 나는 게 집안 살림이다. 저자는 아내에게 짜증을 내기도 하고 자괴감과 사회적 단절감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러면서 아내를 이해하게 된다. 생각해 보니, 화의 근원은 자신이 아내에 비해 손해 보는 일을 하고 있다는 의식 때문이었다. 이처럼 육아를 통해 상대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흥미롭다.
부부의 자녀 교육에 대한 교육관도 인상적이다. 이들은 아이에게 강요하지 않고,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다려 준다. 일례로 똥오줌 가리기에 대한 저자의 단어인식부터 남다르다. 똥오줌을 가리는 일은 '배변 훈련' 또는 '배변 연습'이라고도 한다. 저자는 배변훈련보다는 연습이라는 말을 선호하는데 이는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부모와 아이의 역할을 바라보는 눈에 따라 다르다. '훈련'은 누구를 어떻게 하도록 만드는 일로 여기에서 아이는 주어가 아니라 목적어가 된다. 반면에 '연습'의 주체는 아이로 부모는 옆에서 도와주기만 하면 된다.
한 아이와 아빠의 성장보고서
저자는 딸이 살아갈 미래를 위해 사회문제에도 관심을 갖는다. 4대강 사업, 핵발전소 등 환경에 관한 저자의 시선이 책속에 잘 담겨있다. 권말에는 딸아이와 함께한 일상생활 사진이 실려 있다. 산책하는 모습, 이 닦기 싫다며 우는 아이의 모습, 어린 새처럼 밥 먹는 모습 등 글속에서 상상하던 모습들을 사진으로 볼 수 있다.
"육아서적에서 말하는, '화내지 않고 말하기'에서 그 대상은 눈앞에 보이는 내 아이이기도 하지만 내 안의 어린 아이이기도 하다. 내 안의 어린 아이를 격려하고 보듬어줄 때 눈앞의 내 아이에게도 화를 덜 내고 격려하고 보듬어 줄 수 있다. " (p. 218)
책을 통해 독자는 저자가 육아를 하며 느꼈던 솔직한 감정들을 엿볼 수 있다. 저자에게 육아는 아이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고 마음속에 엉킨 실타래를 풀어가는 기회였다. 세상의 모든 아빠들 특히, 아이의 성장 모습을 가까이서 함께 하기를 고민하는 아빠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소나무/박찬희 지음
유미예 국립중앙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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