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구 '생명존중 숲길'로 산속 자살 예방
도봉산 초안산 이어 마을길도 주민이 바꿔
'한 걸음 한 걸음 걷다보면 고통에서 멀어진다.' '혼자라고 생각 말기 힘들다고 포기 말기' '이순간, 당신도 누군가에게는 희망입니다.' '흐림은 잠깐, 같이 보면 맑은 세상' '살고자 하면 살아집니다. 힘내자 하면 힘이 납니다.'
서울 도봉구 방학2동 '이야기가 있는 안방학골 올래갈래'. 고즈넉한 산길 곳곳에 이색 팻말이 설치돼있다. 숲길을 걸을 때 혹시라도 자살을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흔들리는 마음을 다독이라는 의미에서 붙인 '생명사랑 열매'다.
민선5기 들어 지자체마다 자살예방사업에 매진하고 있는 가운데 도봉구는 '생명존중 숲길' 조성을 택했다. 지난 5월 생명존중위원회에서 제안한 사업이다. 유희선 지역보건과 주무관은 "숲속에 삶을 돌아볼 수 있는 문구나 표어를 설치, 소중한 생명을 지켜내자는 취지"라며 "글귀를 읽으며 스스로와 대화하듯 걷다보면 순간적 충동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로운 이들을 위해 산길을 바꾸는 건 주민들. 팻말에 적힌 문구는 도봉동 누원고등학교 학생들 작품이다. 300여명이 생명존중 표어 작품을 내놨고 그 가운데 우수작 30편을 선정, 국어교사 교열까지 거쳐 보건소에 보내왔다. 보건소에서는 학생들 작품과 함께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전화번호를 담은 사랑열매를 제작했다.
누원고 학생들은 지난 6월 이동진 구청장과 함께 북한산둘레길 18구간 '도봉옛길'에 직접 제작한 표어를 붙이고 길을 걷는 이들 모두가 자살예방 지킴이가 돼달라며 홍보전을 펼쳤다. 지난달까지 정신건강증진센터 상담사, 창2동 생활안전 지킴이까지 북한산둘레길 19구간 '방학동길'과 창동 초안산 산책길을 생명존중 숲길로 바꿨다.
방학2동 생명숲길은 마을 만들기 주역인 '함께 그린 마을 만들기' 단원 20여명이 만들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찾던 마을 뒤 숲길을 건강과 소통을 위한 공간으로 꾸민 주인공들이 삼복더위 속에 올래갈래를 찾아 사랑열매를 붙였다.
주민들은 한달에 한차례 공동체 회복을 호소할 겸 올래갈래 청소를 위해 걷는 날에도 팻말 점검과 함께 생명존중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지명숙 단장은 "노인인구가 많고 최근 들어 다가구임대주택이 늘고 있어 자살 안전지대라고 할 수 없게 됐다"며 "숲속음악회 골목책방 마을잔치 등 주민 소통공간을 통해 자연스레 생명존중 의식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숲길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은 올 들어 시작했지만 자살예방 사업은 2011년부터 속도를 내고 있다. 2010년 연말 힘겨운 삶을 이기지 못한 젊은 부부가 잇달아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 고삐를 조였던 것. 우선 자살위험군 조기발견·예방관리 체계는 지역밀착형으로 구축했다. 임대아파트 1003세대를 비롯해 자살률이 평균보다 3배나 높은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많은 도봉1동을 비롯해 취약아동·청소년과 무직자·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밀집한 창3동과 방학2동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이동진 구청장은 "내부에서는 융합행정을 펼치고 외부에서는 주민 자원봉사자들이 결합, 지원하는 복층구조로 생명존중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며 "최근 2년간 자살률이 눈에 보이게 떨어지는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실제 보건소뿐 아니라 전 부서에서 개별 사업에 생명존중 가치를 담고 있고 위기가정에 돌봄을 연계하는 민간 복지거점기관은 90여개까지 확충됐다. 2011년 4만3000명이던 자원봉사자가 1년 새 8만7000명으로 늘었다. 2010년 인구 10만명당 29.5명으로 서울 자치구 가운데 높은 편이던 자살률이 지난해 22.08명까지 떨어진 건 그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봉구는 2년간 성과에 더해 올해는 '생명존중 희망두드림 원년'을 선포, 자살예방 기반구축과 생명존중문화 확산에 힘을 쏟고 있다. 이동진 구청장은 "취약계층을 방문하면 '왜 사나 싶은데 내 얘기 들어주는 사람이 있으니 그래서라도 살아야겠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며 "힘든 처지에 놓인 이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주민 스스로 이웃을 돌보는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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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 초안산 이어 마을길도 주민이 바꿔
'한 걸음 한 걸음 걷다보면 고통에서 멀어진다.' '혼자라고 생각 말기 힘들다고 포기 말기' '이순간, 당신도 누군가에게는 희망입니다.' '흐림은 잠깐, 같이 보면 맑은 세상' '살고자 하면 살아집니다. 힘내자 하면 힘이 납니다.'
서울 도봉구 방학2동 '이야기가 있는 안방학골 올래갈래'. 고즈넉한 산길 곳곳에 이색 팻말이 설치돼있다. 숲길을 걸을 때 혹시라도 자살을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흔들리는 마음을 다독이라는 의미에서 붙인 '생명사랑 열매'다.
민선5기 들어 지자체마다 자살예방사업에 매진하고 있는 가운데 도봉구는 '생명존중 숲길' 조성을 택했다. 지난 5월 생명존중위원회에서 제안한 사업이다. 유희선 지역보건과 주무관은 "숲속에 삶을 돌아볼 수 있는 문구나 표어를 설치, 소중한 생명을 지켜내자는 취지"라며 "글귀를 읽으며 스스로와 대화하듯 걷다보면 순간적 충동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로운 이들을 위해 산길을 바꾸는 건 주민들. 팻말에 적힌 문구는 도봉동 누원고등학교 학생들 작품이다. 300여명이 생명존중 표어 작품을 내놨고 그 가운데 우수작 30편을 선정, 국어교사 교열까지 거쳐 보건소에 보내왔다. 보건소에서는 학생들 작품과 함께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전화번호를 담은 사랑열매를 제작했다.
누원고 학생들은 지난 6월 이동진 구청장과 함께 북한산둘레길 18구간 '도봉옛길'에 직접 제작한 표어를 붙이고 길을 걷는 이들 모두가 자살예방 지킴이가 돼달라며 홍보전을 펼쳤다. 지난달까지 정신건강증진센터 상담사, 창2동 생활안전 지킴이까지 북한산둘레길 19구간 '방학동길'과 창동 초안산 산책길을 생명존중 숲길로 바꿨다.
방학2동 생명숲길은 마을 만들기 주역인 '함께 그린 마을 만들기' 단원 20여명이 만들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찾던 마을 뒤 숲길을 건강과 소통을 위한 공간으로 꾸민 주인공들이 삼복더위 속에 올래갈래를 찾아 사랑열매를 붙였다.
주민들은 한달에 한차례 공동체 회복을 호소할 겸 올래갈래 청소를 위해 걷는 날에도 팻말 점검과 함께 생명존중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지명숙 단장은 "노인인구가 많고 최근 들어 다가구임대주택이 늘고 있어 자살 안전지대라고 할 수 없게 됐다"며 "숲속음악회 골목책방 마을잔치 등 주민 소통공간을 통해 자연스레 생명존중 의식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숲길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은 올 들어 시작했지만 자살예방 사업은 2011년부터 속도를 내고 있다. 2010년 연말 힘겨운 삶을 이기지 못한 젊은 부부가 잇달아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 고삐를 조였던 것. 우선 자살위험군 조기발견·예방관리 체계는 지역밀착형으로 구축했다. 임대아파트 1003세대를 비롯해 자살률이 평균보다 3배나 높은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많은 도봉1동을 비롯해 취약아동·청소년과 무직자·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밀집한 창3동과 방학2동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이동진 구청장은 "내부에서는 융합행정을 펼치고 외부에서는 주민 자원봉사자들이 결합, 지원하는 복층구조로 생명존중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며 "최근 2년간 자살률이 눈에 보이게 떨어지는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실제 보건소뿐 아니라 전 부서에서 개별 사업에 생명존중 가치를 담고 있고 위기가정에 돌봄을 연계하는 민간 복지거점기관은 90여개까지 확충됐다. 2011년 4만3000명이던 자원봉사자가 1년 새 8만7000명으로 늘었다. 2010년 인구 10만명당 29.5명으로 서울 자치구 가운데 높은 편이던 자살률이 지난해 22.08명까지 떨어진 건 그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봉구는 2년간 성과에 더해 올해는 '생명존중 희망두드림 원년'을 선포, 자살예방 기반구축과 생명존중문화 확산에 힘을 쏟고 있다. 이동진 구청장은 "취약계층을 방문하면 '왜 사나 싶은데 내 얘기 들어주는 사람이 있으니 그래서라도 살아야겠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며 "힘든 처지에 놓인 이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주민 스스로 이웃을 돌보는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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