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재원 부담을 놓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에 치열한 샅바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지방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취득세의 세율 인하 문제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더니 이제는 복지재원 부담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경기도가 재정난을 이유로 내년도 무상급식 예산 전액을 삭감하겠다고 선언한데 이어 서울시는 무상보육 예산을 중앙정부가 책임지라는 내용의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이러한 갈등의 배경에는 급식과 보육대란이 현실화 할 경우의 책임 모면 등 정치적인 이유가 감지되기도 하지만 근원적인 문제는 돈 때문이다. 돈이 많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쓸 곳은 많은데 예산은 적자가 나니 빚어지는 현상이다.
정부는 최근 근로소득자의 비과세 감면 축소 등을 통해 세입을 다소 늘리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내놓았다가 혼줄이 났다. 중산층 근로자들의 세금 증가액은 월 1만~2만원 정도로 그리 크지 않았지만 가파른 주거비 상승과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에다 갈수록 커지고 있는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등 준조세 부담으로 허리가 휠 지경인데 증세를 한다면서 분노를 폭발시켰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증세 없이 누락된 세금을 철저히 걷는 것으로 복지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공약한 것을 거론하며 약속 위반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급기야 박 대통령이 원점 재검토를 주문했고 "무조건 증세부터 얘기할 것이 아니라 먼저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탈세를 뿌리 뽑고 세출 구조조정으로 불요불급한 사업들을 줄이며 낭비되는 각종 누수액들을 꼼꼼히 점검하는 노력들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부랴부랴 증세 기준선을 연봉 3천450만원에서 5천5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한 수정안을 내놓았다. 이로인해 당초 발표한 세법개정안보다 연 4400억원 정도 세수가 줄어들게 됐다.
증세는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가능성
설상가상으로 올해 상반기 세수는 불경기 심화로 지난해보다 10조원 정도 덜 걷혔다. 앞으로 지하경제 양성화와 세출예산 절감 등을 통해 얼마만큼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나 세계경제의 흐름 등으로 미루어 총 135조원을 마련해 복지공약을 이행하겠다던 박근혜 정부의 공약가계부는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금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과도한 조세부담이 조세저항을 일으켜 정권의 멸망으로 이어지는 수 많은 역사적 사례가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우리도 복지확대에는 찬성해도 증세에는 반대한다는 것이 국민적 정서라는 것이 재확인됐다. 국민 대다수가 복지 혜택을 희망하면서도 내 돈은 낼 수 없으니 남의 돈으로 하라는 모순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복지 증대에 공짜란 있을 수 없는데도 말이다.
이쨌든 박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결단을 내릴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증세는 당분간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세를 하려면 경기활성화와 함께 자신들이 낸 세금이 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다는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30조원에 가까운 막대한 사업비가 투입된 4대 강에 온통 녹조가 부글거리는 참담한 결과를 보고 어느 누가 증세에 동의하겠는가. 그렇다고 정책입안자들이 쉽게 유혹을 느끼는 채권 발행에 의존해서는 더 더욱 안되겠다. 고령층의 증가로 젊은 세대의 짐이 갈수록 무거워 지고 있는 판에 감당하기 어려운 무거운 빚마저 안겨준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구조 구축해야
정치권도 여야가 경쟁적으로 제시했던 장밋빛 복지 공약의 후폭풍이 현실로 다가온 만큼 무리한 정치 상품 개발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교 교실에 비가 새도 무상급식에 재원을 뺐겨 고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다한 복지지출로 재정건전성을 훼손한 일부 복지 선진국의 실패한 복지모델을 새삼 곱씹어 봐야 하겠다.
이젠 복지를 늘리되 성장과 연계된 복지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복지 지출이 성장의 원천이 되도록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또한 고졸 학력만 갖고도 안정되고 떳떳한 생활이 가능한 사회를 구현해 대학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재원 자체가 필요치 않도록 하는 등, 보다 한 차원 높은 정책 개발에 나서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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