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행훈이 보는 세계] ‘시리아 위기’ 한숨 돌렸다

지역내일 2013-09-16
정치학박사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케리 미 국무장과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4일 제네바에서 시리아 화학무기를 완전 폐기하는 기본협정에 합의함으로써 오바마 대통령의 시리아 공격 위협으로 고조됐던 위기는 일단 넘긴 것 같다.

8월 21일 시리아 정부군이 다마스쿠스 근교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하여 1429명의 인명을 살해하는 반인륜적 범죄를 자행하자 오바마 미 대통령은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할 때는 군사개입을 불사하겠다고 공언한대로 시리아에 군사적 타격을 가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시리아 무력타격 위협으로 전 세계가 긴장했다. 미국의 개입으로 시리아 내전이 더 확산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이 우려했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반대 여론이 부풀자 군사개입 여부는 의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상원은 군사개입에 찬성하는 분위기였지만 하원은 예측을 불허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군사개입에 반대에는 쪽이었다. 교황은 G20 정상회담 개최국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20개국 정상들에게 실익이 없는 시리아 군사개입 계획을 포기하라고 권고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미국의 케리 국무장관과 러시아의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제네바에서 시리아 위기 해결을 모색하는 회담을 가졌다. 3일 간의 협상 끝에 미·러 외상은 시리아 내 화학무기를 완전히 폐기하는 기본협정에 합의했다. 시리아는 앞으로 1주일 내에 정부가 소유한 화학무기의 재고 목록을 제출한다. 케리 장관은 목록 작성과정을 확인할 조사단이 늦어도 11월까지 시리아에 도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5월까지 시리아에서 화학무기를 제거하는 것이 조사단의 목적이다.

유엔은 이날 시리아의 화학무기금지협정 가입문서를 접수했다고 확인했다. 라브로프 외상은 기본협정의 합의로 푸틴과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 목적이 달성됐다고 말했다. 군사개입의 명분이 없어졌다는 말이다.

미-러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협정 합의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시리아가 화학무기 폐기 협정의 이행을 지나치게 지연하거나 화학무기금지협정을 위반할 경우 국제법상 의무를 위반한 국가에 대한 무력 사용이나 제재를 규정한 유엔헌장 제7장의 규정에 따른 군사적 개입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제재는 화학무기를 사용했다 해서 미국이나 서방 국가들이 주장하는 지금의 무력응징과는 성격이 전혀 다른 것이다.

미·러가 합의한 기본협정에 의하면 앞으로 시리아의 화학무기 폐기 문제는 화란에 본부를 둔 화학무기금지기구(OIAC)의 관할사항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가까운 시일 내'에 시리아 무기고의 '조속한 파괴'와 이 폐기의 '엄격한 확인'을 위해 필요한 절차를 상세히 규정한 계획을 이 기구의 집행위원회에 제출한다.

유엔 안보리는 화학무기금지기구의 계획을 강화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유엔 안보리는 정기적으로 이 계획을 점검하게 될 것이다. '케리-라브로프 협정'으로 불리는 시리아 화학무기에 관한 미·러 기본협정은 미국의 동맹국인 영국 프랑스는 물론 러시아와 행동을 같이 하는 중국도 시리아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중요한 진전'을 이룩한 외교적 성과라고 환영했다.

화학무기 피해 상항을 조사하고 돌아온 유엔 감시단 보고를 검토하고 아사드 정권이 반인륜의 범죄를 자행했다고 신랄하게 비난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미·러협정이 시리아인들이 겪고 있는 '끔찍한 고통'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고 환영하고 협정의 이행에 유엔이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협정 실현 여부는 미·러의 의지가 좌우
아사드 정권과 싸우고 있는 반군(叛軍) 자유시리아군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관련국가나 단체들이 미·러협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화학무기 전문가들은 협정의 내용 때문이 아니라 그 실현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전략연구재단 전문가 올리버 레픽은 평화 상황에서도 몇년이 소요되는데 내란 상황에서 2014년11월을 목표로 화학무기를 모두 파괴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환상이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시리아는 화학무기 파괴시설이 전혀 없고 파괴 공장을 건설하려면 수억달러가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한다.

합리적인 의문 제기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가 공조하고 유엔이 지지한다면 실현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시리아 분쟁을 진지하게 해결하려는 미국과 러시아의 의지 여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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