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제대로 된 전세대책은?

지역내일 2013-09-23
송기균 경제평론가

한가위 보름달이 뒷동산 위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들판에는 오곡백과가 익어가는 내음이 꽃향기보다 더 달콤하게 풍겨왔다. 엊그제 한가위 고향집의 풍경이 그랬다.

오랜 만에 얼굴을 맞댄 가족들의 대화도 그 풍경처럼 흐뭇하고 달콤했을까? 차례상을 물리고 모여앉은 가족들의 화제는 온통 먹고 사는 일의 고단함이었다.

특히나 자기 집이 없어 서울에서 쫓겨나야 하는 전세난민의 고달픔은 듣는 내내 가슴이 절절했다.

의식주 문제로 수많은 백성들이 고통을 당하는데 정부는 무얼 하고 있는 걸까? '8·28 전세대책'을 들먹일까? 그러나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그 대책의 골자는 "전세수요를 매매수요로 전환"하는 것이다.

전세입자를 어떻게 해서든 집을 사도록 만들겠다는 대책이다. 그러니 이는 세입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집부자들을 위한 대책인 것이다. 대책이 나온 후 전세가는 더 오르고 집값이 일부지역에서 꿈틀거린다는 기사를 보면 대책이 지향하는 방향이 어딘지 알 수 있다.

향후 세입자들이 매매수요로 전환되고 그래서 집값은 우상향으로 돌아설까?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번보다 훨씬 더 강력했던 '4·1 부양책'도 약발이 두달을 넘기지 못한 것을 보지 않았는가.

추석상은 전세난민들 애환토론장
박근혜정부는 커다란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세입자들이 집을 살 능력이 있는데도 향후 집값이 오르지 않을 거라는 기대심리 때문에 집을 사지 않고 있다는 착각 말이다.

이 착각이 잘못 되었다는 것은 이미 다수의 전문가들이 수도 없이 지적했었다. 대책이 나오기 세 달 전인 5월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국내 전세시장의 구조적 변화 가능성'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 사실을 한번 더 확인해줬다.

이 보고서의 결론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현재 전세입자들은 돈이 없어서 집을 못 사고 있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인 수치를 보면, 수도권 전세입자의 순자산은 전세보증금을 포함해서 평균 1억5234만원이다. 이 돈으로는 서울은 말할 것도 없고 수도권 어느 곳에서도 아파트를 구입할 수 없다.

사정이 이러하니 정부는 아파트 가격이 내려가도록 유도하거나 아니면 낮은 가격의 아파트를 공급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정부의 대책은 반대로 가고 있다. 주택구입자금을 파격적으로 대출해줄테니 무리를 해서라도 아파트를 사라는 것이다. 일부 언론이 정확하게 지적했듯이 '빚내서 집 사라'가 8·28 대책의 핵심인 것이다.

이런 정부정책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이명박정부 5년간 신물나게 보아왔다. 20회가 넘는 부동산 부양책을 발표할 때마다 아파트 가격이 들썩였고, 그때마다 불안해진 무주택자들은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했다. 그들의 상당수는 지금 하우스 푸어로 전락해 고통을 받고 있다.

계속 헛다리만 짚은 전세대책
정작 정부가 할 일은 임대주택을 충분하게 공급하는 것이다. 이명박정부는 4대강 사업과 대형건설사의 미분양아파트 구입에는 수십조원의 돈을 펑펑 쓰면서도 임대아파트 건설은 철저하게 외면했다.

다행스럽게도 정부가 내년에 11만채의 임대아파트 건설을 위해 예산을 편성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대통령 공약 중 주택정책의 맨 윗줄에 놓였던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거의 유일한 정책이다.

이마저도 흐지부지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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