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줍고 점수받는 봉사활동, 인성에 보탬 안돼”

지역내일 2013-10-01 (수정 2013-10-01 오후 1:50:01)
도봉구, 정의여고와 손잡고 '희망가족' 봉사
형식적인 청소년 봉사활동 '이제 그만'

"초콜릿 좀 드셔보세요." "학생들 너무 이뻐. 춤이라도 추고 싶어." "사람이 그리워. 누가 찾아오는 게 너무 좋아요."

매월 마지막주 금요일 오후면 서울 도봉구 쌍문동 골목에 바둑판무늬 치마에 감색 저고리를 입은 여고생들이 가득하다. 가까운 쌍문4동 정의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다. 1200명이 넘는 전체 학생이 한달에 한번 쌍문동지역 홀몸노인과 장애인 가정 돌보미로 나선다.

도봉구청소년봉사

<사진 : 서울 도봉구가 학교와 손잡고 형식적인 청소년 자원봉사 틀 바꾸기에 나섰다. 정의여고 1200여 학생들은 홀몸노인 장애인 등과 '희망가족'이 돼 한달에 한번 가정을 방문하고 청소 산책 말벗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동진 도봉구청장과 조석제 교장이 학생들과 함께 쌍문2동 김홍엽 할머니를 찾았다. 사진 도봉구 제공>

도봉구가 정의여고와 손잡고 청소년 자원봉사의 새 틀 짜기에 나섰다. '청소년 희망가족 봉사단'은 학교와 자치구 바람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학교는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청소년 봉사활동을, 자치구는 소외계층에 정서적 지원을 해줄 지역자원을 필요로 했다.

물꼬를 튼 건 정의여고였다. 매주 금요일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에 각종 동아리활동과 함께 자원봉사를 하고자 했지만 전교생을 수용할만한 곳이 없었다. 각종 복지관은 숫자에 제한을 두거나 전문성을 요구했다. 정연갑 창의적체험활동부장은 "잠깐 쓰레기를 줍고 봉사시간을 받는 기존 봉사활동은 인성에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아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고 돌이켰다.

무작정 도봉구를 찾았다. 황경섭 자원봉사팀장과 함께 학생들을 위한 '봉사다운 봉사'는 없을까 머리를 맞댔다. 마침 구에서는 이동진 구청장 지시로 홀몸노인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적 가족을 구상하던 차였다. 따뜻한 손길이나 다정한 대화가 절실한 이들은 많은데 구 직원들로는 한계가 있으니 지역사회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취지였다.

어린 학생들이 체계적인 봉사를 하면서 수혜자도 만족할 수 있도록 꼼꼼히 계획을 짰다. 학생 4~5명이 짝을 지어 1가구를 방문하되 모둠마다 성인 자원봉사자까지 길잡이로 배치, '희망가족'을 구성했다. 학생들은 집안청소며 산책 말벗 등 돌봄활동을 번갈아가며 진행하고 성인 길잡이가 현장에 반드시 함께 하면서 불시의 사고나 지나친 요구·간섭에 대비한다.

지난 3월 정의여고와 도봉구가 협약을 맺고 학생들은 이달까지 세차례 각자의 가족을 찾았다. 평소 집에서는 하지 않던 걸레질이나 화장실 청소지만 즐겁기만 하다. 주머니를 털어 사탕이며 초콜릿 등 간식거리를 챙기고 함께 산책을 나갈 때면 할머니가 불편하지 않는지 먼저 살핀다. 쌍문2동 김홍엽(93) 할머니와 가족 연을 맺은 김정현 학생은 "예전에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생각이 난다"며 웃었다. 이영임(53·강북구 삼각산동) 자원봉사센터 청소년봉사단 길잡이도 "아이들이 어려운 가정 환경에 익숙치 않을텐데 어색해하거나 불평하지 않고 오히려 수혜자들을 배려한다"고 전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자원봉사를 통해 부쩍 성장해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정연갑 교사는 "보살핌만 받던 학생들이 보살피는 존재가 됐다"며 "60~70%만 해도 큰 성과라 생각했는데 무리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석제 교장은 "처음에는 적극적이지 않던 학생들도 어려운 이웃과 만나고 반복적으로 활동에 참여하면서 감동을 느끼는 것 같다"며 "학생들이 실질적인 체험을 하면서 지역사회에도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희망가족 만남은 단순한 봉사활동에 그치지 않는다. 구에서는 가족 내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질병치료나 긴급생활자금 집수리 가족폭력 등 문제에 개입한다. 구에서 추천한 전문가가 개입, 각종 연계사업과 기관협조로 해결을 모색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인접한 노원구와 교류협력사업을 추진, 효과를 극대화할 구상도 있다. 황경섭 자원봉사팀장은 "동네 곳곳에서 보이는 학생들 모습에 표현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끼고 아이들을 보내줘서 고맙다는 수혜자들 인사에 새로운 자원봉사 효과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이동진 구청장은 "홀몸노인 장애인들에게 학생들과의 만남은 삶의 활력을 되찾는 계기"라며 "공무원이 모든 걸 다 할 수 없는 현실에서 희망가족 봉사단은 자원봉사를 통한 지역복지공동체 형성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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