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철탑 고공농성 2인, 296일 만에 해제 … "불법파견 공론화, 투쟁은 계속된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울산 현대차 공장 앞 송전철탑에서 농성해온 최병승씨와 천의봉씨가 8일 오후 1시에 내려온다. 지난해 10월 17일 송전철탑에 오른 지 296일 만의 일이다.
고공농성은 해제됐지만, '비정규직' 문제는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생산공정에 참여하는 7500명 비정규직(노조 추산)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신규 채용방식으로 3500명만 고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측은 "약 10년간 투쟁해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는 진전된 바가 없다"며 "두 동지(최병승씨와 천의봉씨)가 내려온다고 투쟁이 끝난 게 아니다. 철탑 밑에서도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2000년대 초부터 투쟁, 달라진 건 없다 =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불법파견 문제가 불거진 건 2000년대 초반부터다. 2003년 울산에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가 만들어졌고, 최병승씨는 2년 뒤인 2005년 노조활동을 이유로 해고됐다. 최씨는 2002년 3월 현대차 울산공장의 사내하청업체인 예성기업에 입사, 생산라인에서 일을 했다.
2005년 해고 이후 최씨는 현대차를 상대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소송을 벌였다. 7년 만인 2012년 2월 대법원으로부터 불법파견 인정 판결을 받은 최초의 비정규직 노동자다.
대법원 확정판결로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기대했다. 대법원은 불법파견의 판단 근거로 자동차 조립·생산 작업이 대부분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한 자동흐름 방식으로 진행되고 정규직·비정규직이 혼재돼 배치된 점을 꼽았다. △사내하청 업체는 고유 기술이나 자본 등이 업무에 투입된 바 없고 △원청인 현대자동차가 직접 작업을 지시하거나 사내하청 소속 관리인을 통해 전달 △원청이 휴게시간과 연장·야간근로 등을 결정하고, 정규직 결원 시 사내하청 근로자가 대체한 점 등도 불법파견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현대자동차 측은 정규직 전환 대신 신규채용을 내세웠다. 규모도 비정규직 노조의 기대와 달리 7500명이 아닌 3500명에 그쳤다. 이에 사내하청 노동자인 최병승씨와 천의봉씨는 지난해 10월 17일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옆에 있는 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게 됐다. 최고 높이 50m의 송전철탑 23m 지점에 난간 천막 등을 설치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300일 가까이 고공농성을 했지만, 이들의 처지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동안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자살을 했다. 분신을 시도한 1명은 중태다.
최병승씨와 천의봉씨는 "오랜 농성으로 몸과 마음이 지쳤다"며 "남은 투쟁을 위해서라도 힘이 남아 있을 때 내려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아무런 해결점이 없는 채 내려가는 현실에 울분을 토했다. 노사 간 비정규직 특별교섭이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건강 악화 탓에 농성을 해제하는 데 대한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7일 내일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감정을 추스르고 있는 중이다. 자세한 입장은 8일 오후 1시에 철탑을 내려간 뒤 밝히겠다"라며 울먹였다.
최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내가 올바른 판단을 하는 걸까? 어떤 중요한 것을 파손시킨 느낌. 난 또 그래버렸다. 그렇게 하지 않게 해달라고 애원했는데 난 또 그래버렸다. 아프다"는 글을 남긴 바 있다.
최씨는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울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2010년 현대차로부터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를 당하는 등 여러 고소 건이 접수, 조사할 사항들이 많다"며 "8일 철탑에서 내려오면 몸의 상태를 봐서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하고 조사를 할지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파견 인정 대법 판결, 노사의 엇갈리는 시선= 금속노조는 "최병승씨와 천의봉씨는 장기간의 고공농성으로 심각하게 건강이 악화, 목숨을 건 농성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현대차는 법 위에 군림할 게 아니라 대법 판결을 존중,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씨는 지난해 말 추위를 견디기 위해 부탄가스로 불을 피웠다가 호흡곤란으로 실신하기도 했다. 이들이 머물고 있는 철탑은 최근 불볕더위로 철판 온도가 50도까지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욱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대외협력 부장은 "기존에 고수해온 비정규직 7500명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원칙은 변함 없다"며 "투쟁을 중단하는 게 아닌, 투쟁을 하기 위해서 철탑에서 내려온다고 보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향후 투쟁 계획은 고공농성 해제 이후 구체화할 것"이라며 "희망버스 역시 이와 무관하게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측은 2010년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불법파견으로 보고 이들의 정규직화를 선언한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노조 측은 대법 판결이 현대차 생산 공정 전체에 대한 불법파견 판단이라고 해석하지만, 사측은 다르다. 최병승씨 개인에 대한 판단일 뿐 다른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판결의 근거가 된 옛 파견법의 고용의제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까지 제기했다.
현대자동차 측은 "철탑농성이나 희망버스 등으로는 문제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며 "이제는 외부세력이 개입하는 무리한 투쟁 국면보다는 기존에 해왔던 것처럼 노사간의 진지한 대화를 통해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또한 "불법파견 문제 관련 소송들이 진행 중이지만, 소송 결과만을 기다리는 것은 사측이나 노동자나 모두 힘든 일"이라며 "소송 결과만을 기다릴 바에는 사측의 제안대로 우선 신규채용 방식 등을 통해 근무를 하는 게 합리적이다"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회사는 이미 신규채용이 된 뒤라도 불법파견 소송 결과에 따라 근로조건을 변경 적용하는 등 법적 판결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라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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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울산 현대차 공장 앞 송전철탑에서 농성해온 최병승씨와 천의봉씨가 8일 오후 1시에 내려온다. 지난해 10월 17일 송전철탑에 오른 지 296일 만의 일이다.
고공농성은 해제됐지만, '비정규직' 문제는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생산공정에 참여하는 7500명 비정규직(노조 추산)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신규 채용방식으로 3500명만 고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측은 "약 10년간 투쟁해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는 진전된 바가 없다"며 "두 동지(최병승씨와 천의봉씨)가 내려온다고 투쟁이 끝난 게 아니다. 철탑 밑에서도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2000년대 초부터 투쟁, 달라진 건 없다 =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불법파견 문제가 불거진 건 2000년대 초반부터다. 2003년 울산에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가 만들어졌고, 최병승씨는 2년 뒤인 2005년 노조활동을 이유로 해고됐다. 최씨는 2002년 3월 현대차 울산공장의 사내하청업체인 예성기업에 입사, 생산라인에서 일을 했다.
2005년 해고 이후 최씨는 현대차를 상대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소송을 벌였다. 7년 만인 2012년 2월 대법원으로부터 불법파견 인정 판결을 받은 최초의 비정규직 노동자다.
대법원 확정판결로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기대했다. 대법원은 불법파견의 판단 근거로 자동차 조립·생산 작업이 대부분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한 자동흐름 방식으로 진행되고 정규직·비정규직이 혼재돼 배치된 점을 꼽았다. △사내하청 업체는 고유 기술이나 자본 등이 업무에 투입된 바 없고 △원청인 현대자동차가 직접 작업을 지시하거나 사내하청 소속 관리인을 통해 전달 △원청이 휴게시간과 연장·야간근로 등을 결정하고, 정규직 결원 시 사내하청 근로자가 대체한 점 등도 불법파견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현대자동차 측은 정규직 전환 대신 신규채용을 내세웠다. 규모도 비정규직 노조의 기대와 달리 7500명이 아닌 3500명에 그쳤다. 이에 사내하청 노동자인 최병승씨와 천의봉씨는 지난해 10월 17일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옆에 있는 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게 됐다. 최고 높이 50m의 송전철탑 23m 지점에 난간 천막 등을 설치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300일 가까이 고공농성을 했지만, 이들의 처지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동안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자살을 했다. 분신을 시도한 1명은 중태다.
최병승씨와 천의봉씨는 "오랜 농성으로 몸과 마음이 지쳤다"며 "남은 투쟁을 위해서라도 힘이 남아 있을 때 내려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아무런 해결점이 없는 채 내려가는 현실에 울분을 토했다. 노사 간 비정규직 특별교섭이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건강 악화 탓에 농성을 해제하는 데 대한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7일 내일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감정을 추스르고 있는 중이다. 자세한 입장은 8일 오후 1시에 철탑을 내려간 뒤 밝히겠다"라며 울먹였다.
최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내가 올바른 판단을 하는 걸까? 어떤 중요한 것을 파손시킨 느낌. 난 또 그래버렸다. 그렇게 하지 않게 해달라고 애원했는데 난 또 그래버렸다. 아프다"는 글을 남긴 바 있다.
최씨는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울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2010년 현대차로부터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를 당하는 등 여러 고소 건이 접수, 조사할 사항들이 많다"며 "8일 철탑에서 내려오면 몸의 상태를 봐서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하고 조사를 할지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파견 인정 대법 판결, 노사의 엇갈리는 시선= 금속노조는 "최병승씨와 천의봉씨는 장기간의 고공농성으로 심각하게 건강이 악화, 목숨을 건 농성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현대차는 법 위에 군림할 게 아니라 대법 판결을 존중,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씨는 지난해 말 추위를 견디기 위해 부탄가스로 불을 피웠다가 호흡곤란으로 실신하기도 했다. 이들이 머물고 있는 철탑은 최근 불볕더위로 철판 온도가 50도까지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욱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대외협력 부장은 "기존에 고수해온 비정규직 7500명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원칙은 변함 없다"며 "투쟁을 중단하는 게 아닌, 투쟁을 하기 위해서 철탑에서 내려온다고 보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향후 투쟁 계획은 고공농성 해제 이후 구체화할 것"이라며 "희망버스 역시 이와 무관하게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측은 2010년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불법파견으로 보고 이들의 정규직화를 선언한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노조 측은 대법 판결이 현대차 생산 공정 전체에 대한 불법파견 판단이라고 해석하지만, 사측은 다르다. 최병승씨 개인에 대한 판단일 뿐 다른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판결의 근거가 된 옛 파견법의 고용의제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까지 제기했다.
현대자동차 측은 "철탑농성이나 희망버스 등으로는 문제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며 "이제는 외부세력이 개입하는 무리한 투쟁 국면보다는 기존에 해왔던 것처럼 노사간의 진지한 대화를 통해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또한 "불법파견 문제 관련 소송들이 진행 중이지만, 소송 결과만을 기다리는 것은 사측이나 노동자나 모두 힘든 일"이라며 "소송 결과만을 기다릴 바에는 사측의 제안대로 우선 신규채용 방식 등을 통해 근무를 하는 게 합리적이다"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회사는 이미 신규채용이 된 뒤라도 불법파견 소송 결과에 따라 근로조건을 변경 적용하는 등 법적 판결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라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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