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7~8월의 찜통더위와 처절한 '절전 투쟁'을 통해 우리 사회가 깨우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추위와 더불어 더위가 사람의 건강과 생산 활동을 위협하는 심각한 주적으로 부상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유럽이나 한반도에서 더위는 추위와 같은 반열의 위협 요소가 아니었다. 단적으로 유럽에서는 에어컨이 가정과 자동차의 필수품이 아니었다.
그런데 해마다 기록을 깨는 이상고온과 전력 공급의 한계, 자연 통풍 개념을 무시한 건축과 바람 길을 고려하지 않는 도시계획 등이 엎친 데 덮치면서 더위가 사람을 잡는 수준까지 와 버렸다. 기후·환경의 변화와 에너지 혹은 물 공급의 한계가 만나면 물질적 문화적 생활양식 전반이 변하기 마련이다. 예컨대 전기가 끊어지면 거대한 온실로 변하는, 창문이 거의 없는 유리로 외벽을 마감한 최신 고층 건물(서울시청사, 세종시청사)이 사라질 것이다.
원료비보다 훨씬 싼 전기료의 황당한 현실
둘째, 전기요금 체계와 전력 생산·공급 체계의 구조적 모순이 드러났다. 단위 열량당 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전기의 원료에 해당하는 석유, 가스, 석탄 보다 최종 생산물이자 청정에너지인 전기가 훨씬 싼 '황당 현실'이 대표적이다. 이는 정수장으로 끌어온 강물보다, 복잡한 정수 과정 거친 수돗물이 더 싸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합리한 요금 체계가 주는 기회는 가정 보다는 공장, 농장, 상가가 더 빨리, 더 많이 이용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가정용 전기의 경우 사용량이 증가하면 요금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누진요금체계를 적용받지만, 가격이 낮게 책정된 산업용은 사용량에 비례하는 요금체계를 적용받는다. 당연히 전기요금이 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가가치도 적고 고용효과도 적은 석유화학, 비철금속 산업 등을 이상 비대 시켜 전력대란을 가속화 시킨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전기요금 체계와 절전 캠페인은 전체 전력 사용량의 20% 내외를 차지하는 가정이 절약을 주도하고, 이익은 부유한 대기업과 그 임직원들이 누리고, 천문학적 적자와 (원전 가동으로 인한) 위험은 가난한 다수 국민들이 부담하는 현실을 만들어 낸다.
셋째 대한민국의 미래를 쥐고 있는 정치와 행정(관료)의 능력이다. 한마디로 환경변화에 대한 저열한 예측, 대처 능력이다. 전력대란의 뿌리는 전기요금이 시장원리도 반영하지 못하고, 멀리 보고 깊이 생각하는 '수준 높은 정치적 고려'도 반영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중장기 에너지 공급 전략을 수립하고, 전기요금을 책정해 온 행정 관료들은 힘 있는 소수, 즉 원전마피아와 전기 대량소비처(대기업)의 이해와 요구에 편향되어 왔다. 전력사용량 폭증과 원전 증설의 어려움은 몇 년 전부터 예측됐음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진실과 근본대책을 외면해 왔다. 단적으로 지난 3월25일 산업통상자원부의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는 "전력수급계획상 확정된 원전은 예정대로 건설(현재 23기 → '24년 34기)"한다고 보고했다. 전기요금 관련해서는 "(전력) 발전경쟁 확대를 위해 공정한 경쟁 기반이 마련되도록 전력거래제도를 개선" 한다고 보고했다.
전력대란 대비 못한 정치·관료집단의 무능력
그런데 한국의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이 발전회사들이 공정한 경쟁을 하면 정상화 될까? 무엇보다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목격한 이상, 또 각종 비용이 과소 계상되어 분식된(너무 저렴하게 평가된) 원자력 원가가 확인된 이상, 2024년까지 11기의 원전이 차질 없이 건설 될 수 있을까? 게다가 밀양 송전탑 공사가 난항을 겪는 것을 보면, 장거리 고압 송전로 확보도 결코 간단치 않은 문제다. 이런 상식적인 의문에도 불구하고 박대통령이 질책을 했다거나 근본대책 마련을 주문했다는 얘기는 없다. 야당 역시 앞으로 해마다 반복될 전력 비상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청문회를 주문했다는 얘기는 없다. 진짜 생산적인 청문회를 주도하여 책임 있는 대안세력임을 과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점에서 전력대란으로부터 진짜 깨우쳐야 할 것을 우리 사회가 깨우치지 못한 것은 아닐까?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7~8월의 찜통더위와 처절한 '절전 투쟁'을 통해 우리 사회가 깨우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추위와 더불어 더위가 사람의 건강과 생산 활동을 위협하는 심각한 주적으로 부상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유럽이나 한반도에서 더위는 추위와 같은 반열의 위협 요소가 아니었다. 단적으로 유럽에서는 에어컨이 가정과 자동차의 필수품이 아니었다.
그런데 해마다 기록을 깨는 이상고온과 전력 공급의 한계, 자연 통풍 개념을 무시한 건축과 바람 길을 고려하지 않는 도시계획 등이 엎친 데 덮치면서 더위가 사람을 잡는 수준까지 와 버렸다. 기후·환경의 변화와 에너지 혹은 물 공급의 한계가 만나면 물질적 문화적 생활양식 전반이 변하기 마련이다. 예컨대 전기가 끊어지면 거대한 온실로 변하는, 창문이 거의 없는 유리로 외벽을 마감한 최신 고층 건물(서울시청사, 세종시청사)이 사라질 것이다.
원료비보다 훨씬 싼 전기료의 황당한 현실
둘째, 전기요금 체계와 전력 생산·공급 체계의 구조적 모순이 드러났다. 단위 열량당 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전기의 원료에 해당하는 석유, 가스, 석탄 보다 최종 생산물이자 청정에너지인 전기가 훨씬 싼 '황당 현실'이 대표적이다. 이는 정수장으로 끌어온 강물보다, 복잡한 정수 과정 거친 수돗물이 더 싸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합리한 요금 체계가 주는 기회는 가정 보다는 공장, 농장, 상가가 더 빨리, 더 많이 이용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가정용 전기의 경우 사용량이 증가하면 요금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누진요금체계를 적용받지만, 가격이 낮게 책정된 산업용은 사용량에 비례하는 요금체계를 적용받는다. 당연히 전기요금이 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가가치도 적고 고용효과도 적은 석유화학, 비철금속 산업 등을 이상 비대 시켜 전력대란을 가속화 시킨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전기요금 체계와 절전 캠페인은 전체 전력 사용량의 20% 내외를 차지하는 가정이 절약을 주도하고, 이익은 부유한 대기업과 그 임직원들이 누리고, 천문학적 적자와 (원전 가동으로 인한) 위험은 가난한 다수 국민들이 부담하는 현실을 만들어 낸다.
셋째 대한민국의 미래를 쥐고 있는 정치와 행정(관료)의 능력이다. 한마디로 환경변화에 대한 저열한 예측, 대처 능력이다. 전력대란의 뿌리는 전기요금이 시장원리도 반영하지 못하고, 멀리 보고 깊이 생각하는 '수준 높은 정치적 고려'도 반영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중장기 에너지 공급 전략을 수립하고, 전기요금을 책정해 온 행정 관료들은 힘 있는 소수, 즉 원전마피아와 전기 대량소비처(대기업)의 이해와 요구에 편향되어 왔다. 전력사용량 폭증과 원전 증설의 어려움은 몇 년 전부터 예측됐음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진실과 근본대책을 외면해 왔다. 단적으로 지난 3월25일 산업통상자원부의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는 "전력수급계획상 확정된 원전은 예정대로 건설(현재 23기 → '24년 34기)"한다고 보고했다. 전기요금 관련해서는 "(전력) 발전경쟁 확대를 위해 공정한 경쟁 기반이 마련되도록 전력거래제도를 개선" 한다고 보고했다.
전력대란 대비 못한 정치·관료집단의 무능력
그런데 한국의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이 발전회사들이 공정한 경쟁을 하면 정상화 될까? 무엇보다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목격한 이상, 또 각종 비용이 과소 계상되어 분식된(너무 저렴하게 평가된) 원자력 원가가 확인된 이상, 2024년까지 11기의 원전이 차질 없이 건설 될 수 있을까? 게다가 밀양 송전탑 공사가 난항을 겪는 것을 보면, 장거리 고압 송전로 확보도 결코 간단치 않은 문제다. 이런 상식적인 의문에도 불구하고 박대통령이 질책을 했다거나 근본대책 마련을 주문했다는 얘기는 없다. 야당 역시 앞으로 해마다 반복될 전력 비상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청문회를 주문했다는 얘기는 없다. 진짜 생산적인 청문회를 주도하여 책임 있는 대안세력임을 과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점에서 전력대란으로부터 진짜 깨우쳐야 할 것을 우리 사회가 깨우치지 못한 것은 아닐까?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