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마약·사기·성폭행 내몰려

지역내일 2013-09-13 (수정 2013-09-13 오후 2:51:51)
국내 물정 어두워 각종 범죄 먹잇감 … 사기피해율 43배나 높아

2008년 남편과 함께 탈북해 대구에 정착한 김 모씨. 5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지만 생계를 꾸리는게 국경을 넘는 것 보다 힘들었다. 결국 이혼까지 하고 아이들과 함께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던 중 한 직업훈련학원으로부터 희망의 전화가 왔다.

하나원과 연계되어 있는다는 이 학원은 "170만원만 입금하면 간호조무사 훈련 수료증을 준다"며 "이걸 하나원에 제출하면 20일만에 정착금 440만원이 나온다"는 솔깃한 이야기를 했다.

결국 김씨는 지인에게 170만원을 빌려 입금하고 간호조무사 수료증을 받아 하나원에 제출했지만 공인되지 않은 수료증이기 때문에 정착금을 줄 수 없다고 했다.

탈북민을 노리는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내 물정이 어두운점과 생계가 어렵고 고향에 두고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이용해 범죄에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 6월 탈북민에게 돈을 받고 직업훈련과정 수료증을 발급해 2억1020만원을 챙긴 혐의로 경북지역의 한 직업훈련원 원장 최 모(44·여)씨가 구속되기도 했다. 최씨는 탈북민이 거주지 보호기간 중에 1년간 직업훈련과정을 수료할 경우 240만원, 1년 이상 추가로 수료할 경우 200만 원 등 최대 440만원의 직업훈련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탈북민들을 브로커로 고용해 다른 탈북민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밝혀졌다.

탈북민실업.범죄피해율탈북민 대상 망명·대출 기승 = 탈북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기범죄는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2002년 한국땅을 밟은 최 모(26)씨는 피부관리 마사지숍에서 일을 하던 중 북한 이탈주민 황 모(31)씨로부터 처음듣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에서 수천만원을 대출받은 후 마치 북한을 방금 빠져나온 것처럼 제3국에 위장망명을 하게 되면 제3국의 정착지원금까지 더해 거액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최씨는 서류를 위조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거나 신용카드 한도액까지 물건을 사들여 되파는 수법으로 4200만원의 자금을 마련하고 지난해 4월 벨기에로 출국했다. 하지만 최씨는 난민 신청 후 1차 면접만 보고 4개월 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3차까지 있는 면접을 통과할 자신도, 가족들과 떨어져 현지에서 혼자 살아갈 자신도 없었다.

지난 6월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북한 이탈주민을 대상으로 사기대출과 위장망명을 알선한 혐의(사기 및 사문서위조)로 이 모(44)씨를 구속하고 위장망명을 시도한 북한 이탈주민 4명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불법 대출업자인 이 모씨 등은 유령법인을 세운 후 북한 이탈주민들이 근무하는 것처럼 꾸며 재직증명서 등을 위조했다. 이후 금융기관에서 1인당 1000만~4000만원가량 대출을 받게 하고 대출금의 20~30%를 수수료로 챙겼다. 당시 위장 망명을 시도한 한 탈북자는 "주로 돈 때문에 한국에 온 탈북민들이 캐나다, 호주, 네덜란드 등으로 위장망명을 많이 떠난다"고 밝혔다.

탈북민을 대상으로 한 불법 고리사채도 빈번하다. 지난 4월 경기 화성동부경찰서는 탈북민들을 상대로 고금리 사채업을 한 탈북민 최 모(42)를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최씨는 2011년 5월부터 최근까지 오산, 평택, 화성에서 거주하는 탈북민 5명으로부터 2700만원을 대출을 해준 후 연120% 해당하는 이자 5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경찰 조사결과 최씨는 일부 여성 채무자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성관계를 갖고 거부하는 채무자에게 성폭행까지 시도했다.

마약으로 향수 달래 = 탈북민의 향수병을 이용한 마약범죄도 일어나고 있다. 중국에서 필로폰을 밀반입해 이를 탈북민 등을 상대로 국내에 유통시킨 밀반입책과 판매책, 투약자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중국에서 필로폰을 밀반입하고 이를 판매한 혐의(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밀반입책 조선족 김 모(33)씨와 판매책 조선족 황 모(23)씨를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5월27일 중국 청도에서 총 6700만원 상당의 필로폰 약 20g을 인천공항을 통해 들여오는 등 4~5월 수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밀반입하고 알선책 김씨의 소개로 류씨 등에게 판매해 55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밀반입책 김씨는 일부 탈북민과 조선족들이 향수병 등으로 마약에 의지한다는 것을 알고 이들을 상대로 마약을 팔아 돈을 챙길 목적으로 중국에서 필로폰을 몰래 들여와 100배 넘는 가격에 부풀려 판 것으로 드러났다.

마약을 상습 투약한 한 탈북민은 경찰조사에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북한에 두고 온 형제·자매들이 처형당하는 꿈을 꿔 괴로움에 필로폰을 사용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빈곤의 악순환 = 이처럼 탈북민들이 범죄에 연루되는 이유는 상당수 탈북민들이 빈곤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북한인권정보센터의 '2012 북한이탈주민 경제활동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탈북민의 48%가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생계비를 지원받았다. 지난해 탈북민 실업률은 19.9%로 일반 국민 실업률 2.9%의 7배에 이른다. 또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탈북자의 범죄 피해율은 23.4%로 우리나라 전체 사기 피해율(0.5%)의 43배에 달할 만큼 사회 부적응도가 심각하다. 탈북자 피해범죄 중에서는 사기의 비중이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사업 및 투자관련 피해가 28.6%, 개인간 돈거래 미수금이 26.2%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경찰 보안부 관계자는 "생활고와 향수병에 시달리는 탈북민은 범죄 유혹에 취약해지게 된다"며 "탈북민들에게 범죄 예방 관련 법률 교육은 물론 취업 관련 상담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사회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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