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국정치 신풍속도 ①

가신·계보 퇴출, 특보 전성시대

지역내일 2002-04-17 (수정 2002-04-18 오후 2:45:41)
2002년 상반기에 한국정치의 철벽같던 관행이 녹아내리고 있다. 지역주의 보스정치 금권정치 색깔론 등 과거 한국정치의 어찌할 수 없었던 걸림돌이 치워지고 있다. 여야가 앞다퉈 도입한 국민참여경선제가 21세기형 국민참여정치의 흐름을 여는 제도적 장치로 작용하면서 부수적으로 숱한 변화가 일어나 기성정치권을 흔들고 있다.
일찍이 ‘제3의 길’을 제시한 영국의 정치학자 앤서니 기든스는 “21세기는 민주정치 본연의 역할인 국민의 희망을 대변하는 ‘정치적 이상주의의 시대’가 열릴 것”임을 예고했다. 그 첫 걸음은 국민에게 정치주권을 돌려주는데서 시작되는 것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이에 본지는 2002년 봄 한국정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몇가지 사례를 살펴보는 연재기획을 마련했다. 과거의 관행이 혼재해 있는 현재진행형이지만, 새싹의 잠재력을 보는 차원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3김정치시대는 가신과 계보가 정치권력의 뼈대를 이뤘다. 보스정치 아래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이들에 의해 민의는 왜곡되기 일쑤였고 정치권력 내부의 은밀한 논리가 국민에게 강요됐다. 올 봄 정치권에 ‘특보’ 명함을 단 인물들이 대거 등장해 가신과 계보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여야 대선주자 진영에서 후보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들을 꼽으면 공보 정무 정책 조직 등 분야별 3~8명의 ‘특보’다.
지난달 25일 후보사퇴를 고려하며 강남구 자곡동에 칩거중인 이인제 후보 집 주변에 몰려든 이 후보 지지자들은 불공정 경선을 주장하며 ‘노무현 후보 사퇴’ 구호를 외쳤다. 이 후보 지지자들의 구호 속에 등장한 또 한사람이 있었다. ‘유종필은 자폭하라’였다. 노 후보의 공보특보를 맡은 유종필씨는 이인제 경선불복 이슈를 주도하면서 이 후보 지지자들의 눈엣가시가 됐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 후보의 김윤수 특보도 이인제 후보의 진로에 가장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노 후보의 재산, 사상검증 등을 주도한 그도 일약 여론의 주목을 끌었다. 9일밤 심야대책회의에서 의원들이 DJ공격 중단을 요구하면서 “김윤수 특보를 배제하라”고 요구한 것도 이인제 후보의 진로에 미치는 그의 영향력을 입증한다.

◇ 후보에게 막강한 영향력 행사해 눈총 = 야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사퇴 전 이회창 총재는 특보단을 설치 운영했다. 계선조직인 대변인은 공식브리핑만 맡았고, 기자들은 고급정보를 얻기 위해 공보특보에게 몰렸다.
‘특보’명함은 과거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사용됐다.
그러나 본격적인 주목을 받은 것은 97년 대선 때 김대중 후보 특보단 때 부터였다. 문희상 특보단장을 필두로 정동영 신기남 추미애 천정배 조성준 정동채 김한길 등 15명으로 짜였던 이들은 지난 연말 민주당 쇄신파동의 주역이 됐다. ‘특보’명함이 가신·계보정치의 대체세력이었음을 역사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당시 이 특보단 운영간사였던 교육부 고재방 차관보는 “조직원리상 선에 해당하는 계선조직이 있다면 특보는 점조직”이라고 설명했다.
‘특보’는 90년대에 이미 기업과 사회에 불어닥친 네트워크형 팀장체제라는 ‘작은 조직, 큰 효율,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는 점에서 큰 덩치에 의존하여 고비용을 요구하는 기존 정치권 조직행태와 구분된다.
노무현 후보의 유종필 공보특보는 “후보와 호흡을 일치시킨 전제아래서 독자적으로 상황을 판단해 대응하며 일일이 후보의 지시를 받지 않고 자율성을 갖고 있어 상황대응이 신속하다”고 말했다. 유 특보는 “충성심 하나로 뭉쳤던 가신 계보와는 달리 특보는 능력에 따른 전문성과 후보와의 신뢰관계로 맺어진 동업자 관계”라고 설명했다.
이인제 후보가 3월하순 사퇴소동을 치른 뒤 가장 먼저 경선본부를 해체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권노갑계와 결별을 위한 수순이면서 동시에 결재라인이 다단계인 계선조직을 가지고 선거운동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노 후보 진영이 노사모 등 자율성을 지닌 네트워크형 조직으로 움직이면서 기민하게 현장상황에 대응한 데 비해 막대한 돈과 관료주의, 조직내부 갈등을 겪을 수밖에 경선본부 체제로 맞서서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때문이었다.

◇ 박지원 실장도 계보척결 덕봤다(?) = 한편 청와대에서도 비서실과 별도로 3명까지 둘 수 있는 특보의 힘이 막강하다. 비서실장으로 옮겨간 박지원 전정책특보를 비롯해서 임동원 외교안보통일 특보, 이기호 경제복지노동 특보가 활약하고 있다. 이들은 특정분야에 관한 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박지원 전특보의 비서실장 기용은 가신계보정치가 막을 내리면서 성사됐다는 역설이 작용하고 있다. 박 실장은 김 대통령의 가신그룹에 의지해 성장해왔음은 공지된 사실이다 하지만 그의 비서실장 기용은 권노갑씨 등 가신그룹의 발이 묶여 몰락하면서 측근정치 폐해 여론이 수그러들자 성사됐다.
일각에서는 박 실장이 특보 때에 비해 활동의 역동성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공식적인 대통령 수행활동이 많아지면서 효율적 활동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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